'16살 최연소 사격 천재' 반효진, 한국 100번째 金 주인공 [파리올림픽]

이석무 2024. 7. 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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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반효진이 시상대에서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24 파리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최연소 선수인 반효진(16·대구체고)이 한국 스포츠의 역사적인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반효진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공기소총 10m 여자 개인전 결선에서 중국의 황유팅을 슛오프 끝에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효진은 결선에서 10.9점 만점 총알을 24발 씩 쏜 결과 혼성 10m 공기소총 금메달리스트인 황유팅과 똑같이 251.8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딱 한 발로 결정되는 슛오프에서 10.4점을 쏴 10.3점에 그친 황유팅을 0.1점 차로 제치고 극적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로써 반효진은 1976년 몬트리얼올림픽 남자 레슬링에서 양정모가 첫 금메달을 딴 이후 대한민국 스포츠 역사상 100번째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이번 대회 전까지 대한민국은 올림픽에서 금메달 96개를 수확했다. 파리에서 개막 사흘 만에 금메달 4개를 추가하며 100번째 금메달을 획득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았다.

반효진은 펜싱 사브르 개인전 오상욱(대전광역시청), 사격 여자 공기소총 10m 오예진(IBK기업은행), 양궁 여자 단체전에 이어 한국 선수단에 네 번째 금메달을 선물했다. 사격에선 오예진에 이은 두 번째 금메달이다.

한국 사격은 대회 첫날인 27일 공기소총 혼성 경기에서 박하준(KT)·금지현(경기도청)이 은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28일에는 오예진과 김예지(임실군청)가 여자 공기소총 10m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휩쓸었다.

현재 대구체고에 재학 중인 반효진은 2007년 9월 20일생으로 만 16살이다. 역대 사격 올림픽 최연소 국가대표 기록을 세운 것은 물론 이번 파리 올림픽 선수단을 통틀어 최연소 선수다. 사격 종목에서 고등학생 선수가 올림픽에 나선 건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 공기권총 안수경 이후 20년 만이다.

반효진은 이번 금메달로 한국 사격 역사상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 기록도 갈아치웠다. 만 16세 10개월 18일로 지난 2000 시드니 올림픽의 은메달리스트 강초현(당시 만 17세 11개월 4일)의 기록을 경신했다.

반효진은 총을 잡은 지 만 3년 밖에 안된다. 2020 도쿄 올림픽이 열린 2021년에 처음 총을 잡았다. 하지만 타고난 천재성과 성실함으로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반효진은 이날 오전에 열린 본선에서 634.5점을 쏴 올림픽 본선 신기록을 세웠다. 1발당 10.9점 만점으로 60발을 쏘는 공기소총 본선의 만점은 654점이다. 종전 기록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자네트 헤그 뒤스타드(노르웨이)가 세운 632.9점이었다.

본선 1위로 결선에 오른 반효진은 결선에서도 안정된 점수를 이어갔다. 공기권총 10m 결선은 8명이 1발당 10.9점 만점의 총을 10발씩 격발한 뒤 이후 두 발씩 사격해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경쟁하는 ‘서든데스’ 방식이다.

반효진은 첫 번째 시리즈 5발에서 52.8점을 쏴 2위로 출발했다. 하지만 두 번째 시리즈 5발에선 52.4점에 그쳐 5위까지 밀려났다.

2발씩 쏘는 서든데스에서 반효진은 다시 살아났다. 10.9점 만점 두 발 포함해 12발 연속 10.5점 이상 쏘면서 선두로 올라섰다. 반면 반효진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황유팅은 8번째 시리즈에서 9.6점을 쏴 점수 차가 확 벌어졌다.

반효진은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었다. 마지막 두 발에서 영점조준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9.9점, 9.6점에 그쳤다. 결국 모든 발을 다 쐈을 때 251.8점으로 황유팅과 동점을 이뤘다.

금메달 주인은 딱 한 발로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에서 가려졌다. 먼저 쏜 황유팅이 10.3점을 쐈지만 나중에 방아쇠를 당긴 반효진이 10.4점을 기록하면서 극적으로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반효진은 시상식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100번째 금메달인 줄 몰랐는데 너무 영광이고 감사하다. 가족이 너무 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결선에 오른 선수 가운데)제일 나이가 어리고, 너무 잘하는 언니들이 많아 ‘못해도 상관없다. 하나만 배우자’라고 겸손하게 생각하고 경기에 나섰다”며 “최대한 차분하게 해서 금메달이 나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한 발에서 9.6점이라는 실수를 저질렀던 반효진은 “마지막 한 발이 그렇게 많이 빠질 줄 몰랐다”며 “2등인 줄 알았는데 동점이라는 것을 알고 하늘이 내게 마지막 기회를 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너무 떨렸지만 최대한 심호흡을 하면서 떨지 않으려고 했다”며 “슛오프에서 10.4점을 쏘는 순간 눈물이 났다. 너무 힘들었는데 금메달이 나오니 가슴이 벅차 올랐다”고 슛오프 순간을 떠올렸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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