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변수로 급부상한 ‘가상자산’…시장 불안 우려도 커져
해리스도 바이든 정부 규제로 등돌린 업계와 관계 개선 움직임
전문가들, 대폭 규제 완화가 파산 등 사고 위험 높일 가능성 경고
가상자산이 미국 대선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떠올랐다. 가상자산이 ‘돈’이 되는 데다, 가상자산 이슈만으로도 유권자가 움직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통화 대통령’을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친가상자산 ‘올인’ 전략을 펼치며 투심 잡기에 나섰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역시 비판적이었던 바이든 행정부 기조에서 벗어나 가상통화 업계와의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대선판에서 쏟아질 설익은 정책으로 오히려 시장의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참석해 “비트코인과 가상통화는 여러분의 기대를 넘어 그 어느 때보다 치솟을 것”이라며 “미국이 지구의 가상통화 수도이자 세계의 비트코인 슈퍼파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는 가상자산 규제를 강화한 바이든 정부를 비판하고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게리 갠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고하고, 정부가 보유하는 ‘전략적 준비자산’에 비트코인의 편입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내놨다.
몇년 전만 해도 반가상자산 기조를 보였던 트럼프가 친가상자산으로 돌아선 것은 대선 승리를 위해 공략해볼 만하다는 정치적 계산으로 보인다.
2년 전 가상자산거래소 FTX 파산 사태를 계기로 바이든 정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를 실시했고, SEC도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그러나 올해 가상자산 랠리가 이어지고 블랙록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도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시장에 뛰어들면서 규제에 대한 반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가상자산의 규모가 커지면서 가상자산 이슈에 대한 유권자의 민감도도 커졌다. 미국 블록체인협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4명 중 한 명(26%)은 대선 후보의 가상자산에 대한 입장을 자신의 선거 결정에 적극적으로 고려한다고 답했다.
대선자금 마련에도 친가상자산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는 자신을 주제로 한 대체불가토큰(NFT)을 판매해 2000만달러가 넘는 금액을 벌어들였고, 가상자산 업계로부턴 선거자금으로 400만달러가 넘는 기부금을 받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도 가상자산 업계 인사들과 접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문제는 친가상자산 정책이 미칠 파급효과다. 가상자산에 대한 과도한 규제 완화로 FTX 파산 사태와 같은 위험이 커질 수 있고, 이는 역풍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 완화로 대규모 금융 사고라도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적극적 투자 수단으로써 가상자산 활성화를 추구하려는 의도지만, 투자자 보호 측면에선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트럼프가) 규제 완화는 물론 통화정책에도 개입할 수 있다고 언급은 하고 있지만, 실제 당선 이후에도 그렇게 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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