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비트코인 가격이 미 대통령을 결정한다고?

정철진 경제 컬럼니스트·진 투자컨설팅 대표 2024. 7. 2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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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진 경제 컬럼니스트·진 투자컨설팅 대표

널리 알려진 것처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구 온난화’를 ‘사기’라고 주장한다. 탄소연료 때문에 지구가 뜨거워졌고, 남극의 펭귄이 죽어가기 때문에 석유와 석탄 사용을 멈춘다는 ‘탄소중립’에 코웃음을 친다. 그는 전기차를 장려하는 대신 내연기관차를 몇십 년 더 타야 한다고 말한다. 태양광? 풍력? 왜 이런 효율이 낮은 에너지를 사용하는가. 현재 미국 내에는 20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이 매장돼 있다. 자신은 이걸 적극적으로 파내서 쓰겠다고 공언한다.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 일명 ‘트럼프 트레이드’이다. 트럼프 피격 사건 직후 당선 가능성이 급등하면서 증시에서 2차전지와 전기차 관련주,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주식들이 폭락한 것이 그 좋은 예다. 반면 트럼프에게 사랑받는 방산과 조선주들은 승승장구다. 자국 방위는 자국이 책임져야 하니까 무기 시장은 더 커질 것이고, 중국을 모든 면에서 때려잡는다고 하니 한국 조선업은 화색이 돌고 있다. 막강한 중국 조선업을 트럼프가 제압해 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지난 트럼프 집권 시절, 즉 트럼프가 대통령이었을 때 ‘사기’라고 했던 또 하나의 분야가 있었다. 바로 암호화폐이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그가 180도 바뀌었다. 트럼프는 스스로 ‘암호화폐 대통령’이 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지난 7월 27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트럼프가 등장했다. 여기서 그는 한 마디 한 마디 거의 폭탄급 이야기들을 꺼냈다.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고 있거나 미래에 취득할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않을 것” “미 정부는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비축하겠다” “미국인이 비트코인으로 엄청난 부의 혜택을 보게 하겠다” “여러분,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말라” 등이다.

이어 트럼프는 현재 암호화폐 산업이 100여 년 전 철강산업이라고 했고, 미국이 비트코인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중국에게 빼앗길 것이라 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트럼프 특유의 ‘편가르기’ 였다. 바이든 행정부의 암호화폐 규제 정책을 비난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취임 첫날에 그간 암호화폐를 규제해 왔던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고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에너지 정책을 현명하게 접목시켰다. 암호화폐들은 채굴할 때 엄청난 전기를 소모하는 ‘전기 먹는 하마’이다. 트럼프는 이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화석 발전을 크게 늘릴 것이며 원자력 발전을 성장시키겠다고 했다. 청중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렇게 되니 이제 공은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로 넘어갔다. 시장에 나오는 뉴스들을 보면 해리스 부통령도 친(親) 암호화폐 전략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해리스의 대선 캠프는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 등과 이미 접촉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조심스럽게 해리스 캠프는 반(反) 암호화폐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일단 트럼프와의 차별성 때문이다. 이제 와서 민주당이 비트코인을 찬양하고, 암호화폐 규제를 완화한다 해도 모든 칭찬은 트럼프에게로 돌아갈 뿐이다. 특히, 더욱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 CBDC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을 비롯한 세계 기득권 자본가 금융세력은 ‘디지털 화폐’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디지털 달러’로 전환하기 위해 수년간 엄청난 자본을 투입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트럼프가 “디지털 달러를 반대하고, CBDC는 절대 막을 것이다”고 선언을 해버린 거다. 그렇다. 트럼프가 1기와는 달리 갑자기 비트코인과 암호화폐를 찬양하게 된 것도 실은 ‘디지털 달러’와 ‘CBDC’를 막으려는 것 때문이다. 이제 대중도 알고 있다. 디지털 달러, 디지털 위안, 디지털 원화 등 ‘디지털 화폐’ 시대가 오면 우리의 모든 사적영역은 통제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난 해리스와 민주당이 직접 나서든, 아니면 어떤 다른 사건을 통해서든 암호화폐를 누르려는 시도가 나올 것이라 예상한다. 그리고 그걸 이겨낸다면,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더 가까워질 것이다. 11월 5일까지 비트코인의 가격 추이를 보면 미 대통령을 미리 알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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