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도 잠시 ‘후배의 뒷것’ 기꺼운 맏형…김원진의 마지막 올림픽
마음을 추스를 겨를조차 없었다. 지난 27일(현지시각) 2024 파리올림픽 유도 60㎏ 이하 패자부활전에서 탈락한 김원진은 다음날 아침 6시50분께 일찌감치 숙소를 나섰다. 1시간을 달려 경기장에 도착한 뒤 이날 예정된 66㎏ 이하 안바울(30)의 훈련을 도왔다. 그는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유도에서 경기를 끝낸 선수가 다른 선수의 훈련을 돕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공동취재구역에서 눈물을 쏟았던 전날에 견줘 목소리는 밝았지만, 마음속 눈물은 채 마르지 않은 듯했다. 경기를 끝낸 소감을 묻자 “모든 게 아쉽다”면서도 “제가 못해서 졌으니 추스를 것도 없다. 결과를 잘 받아들이고 다른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유도 선수 김원진의 마지막 올림픽은 그렇게 ‘자책’과 ‘다짐’으로 끝나가고 있었다.
무려 8년.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팀의 막내였던 김원진은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을 거쳐 2024 파리올림픽에서 팀의 맏형으로 매트 위에 섰다. 안바울과 함께 유도 선수 중에서 두번째로 3번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다. 그사이 24살 청년은 32살이 됐다. 인대가 끊어지면 근육의 힘으로 버티도록 몸을 단련시켜야 하는 유도 선수에게 32살은 중장년층에 해당하는 나이다. 그런 그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0대 에이스를 꺾고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김원진은 “나이도 있고 체력도 떨어져서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았지만, 선수로서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이 유도 인생에서 가장 뿌듯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한다.
“많은 이들의 응원 속에” 국가대표가 된 이후에도 쉽지 않았다. 어깨 부상 등으로 치료를 병행하면서 ‘지옥 훈련’을 견뎌내야 했다. 유도는 훈련 과정이 가장 힘든 종목으로 꼽힌다. 천장에 박힌 밧줄을 오르내리고, 발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는 것은 기본이다. 지금은 은퇴한 유도 스타 김재범도 선수 시절 “1등으로 들어올 때까지 반복 달리기를 할 때면 구토가 날 것 같았다”고 했다. 김원진은 유도 인생에서 가장 힘든 기억을 물으니 “훈련하는 매 순간”이라고 답했다. “매일 숨넘어갈 정도로 훈련하니까요. 안 힘든 순간이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체중 조절은 훈련만큼 힘든 고통이었다. 유도 선수들은 길게는 한달 전부터, 짧게는 며칠 전부터 체중 관리에 들어간다. 공식 계체 2~3일을 앞두고는 아예 굶고, 하루 전에는 물도 안 마신다. 복싱, 레슬링 등 체중 조절 종목 중에서도 유도는 올림픽 첫날 출전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린다. 비행기를 타고 개최지로 가는 도중에도 시차에 적응하느라 잠을 잘 못 자고, 체중 감량을 하느라 기내식도 잘 먹지 못한다. 김원진은 “파리올림픽에서는 6~7㎏을 뺐는데, 이번에 특히 더 힘들었다”고 했다. 남자 유도 첫 주자로 출전해 좋은 출발을 열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김원진의 몫이었다.
4년의 버티기는 단 5분 안에 승패가 갈린다. 김원진은 올림픽 때마다 패자부활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져서 손끝에 닿은 메달을 놓쳤다. 세계순위 1위 등 여러 대회에서 정상에 섰지만 유독 올림픽과는 연이 없었다.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정해준다지만, 늘 손끝에서 사라지니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는 “올림픽 메달은 선수에게 의미가 남다른 것 같다. 오죽했으면 4년을 더 달렸겠냐”고 했다. 2012년 최광현의 연습 파트너로 런던올림픽 땅을 밟았고 선수촌에서 먼 숙소에서 머물며 “올림픽에서 반드시 메달을 따겠다”는 꿈을 꿨다. 그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목표를 향해 달려오며 힘든 순간에도 오뚝이처럼 일어선 김원진의 유도 인생 자체는 금메달만큼이나 빛난다.
“저 자신에게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김원진은 그간의 부담과 아쉬움, 미안함을 모두 털어버리고 소속팀에서 코치로 새 도약에 나선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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