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가족이 오히려 공익신고자" 권익위 '민원사주' 회의록 보니
류희림 방심위원장 연임 가능케 한 권익위 '민원사주' 의혹 조사
회의록 뜯어보니 권익위원 간 이견… 위법성 판단 안 한 이유는?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가족, 지인 등을 동원했다는 '민원사주'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해당 의혹과 관련해 법률 위반을 판단하지 않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회의록이 공개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류희림 위원장은 조사에 협조적이지 않았고 다수 위원들도 조사에 적극적이지 않는 모습을 보여 사실상 결론이 정해진 것처럼 보였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권익위 제13차 전원위원회 회의록(7월8일)을 보면 권익위가 어떤 이유로 '민원사주' 의혹에 대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신고를 다시 방심위로 송부 결정했는지 과정이 드러난다. 권익위는 지난 8일 해당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들 간, 그리고 류 위원장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아 류 위원장이 가족 등의 민원 사실을 알고도 심의를 회피하지 않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류희림 위원장은 '가족관계증명서' 제출을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 자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권익위원이 “본인이 동의를 하지 않아서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냐”고 묻자 부패방지국장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후 한 권익위원도 “(류희림 위원장이) 국회에서는 현재 권익위나 수사기관에서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하면서 실상은 권익위에 조사 협조를 지금 안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류희림 가족 민원 정말 몰랐나… 따지지 못한 권익위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를 가르는 핵심은 류 위원장이 가족 등의 민원 사실을 사전인지고도 해당 심의를 회피하지 않았는지 따지는 것이다. 사내에 동생 민원 사실이 명시된 내부 보고 문건(2023년 9월14일)이 작성되고 한 방심위 직원이 사내에 가족 민원 사실을 알리는 게시물(2023년 9월27일)을 작성했지만 류희림 위원장은 이러한 모든 것들을 '못 봤다'고 진술하고 있다.
2023년 9월14일 보고 문건이 만들어질 당시 종편팀장(장경식)도 지난 6월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민원인 개인정보 등의 이유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시의 직원들 카카오톡을 공개하며 “'위원장실에 (팀장이) 보고 갔다 왔더니 위원장이 잘 찾았다고 극찬하더라'라는 내용이 있다”고 따졌지만 장경식 당시 팀장은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2023년 9월27일 한 방심위 직원이 사내게시판에 이해관계자들의 민원이 제기됐는데도 왜 심의를 회피하지 않냐고 위원장에 따지는 게시물을 올린 것을 놓고도 해당 게시물에 위원장 비서실 조회기록이 찍혀 있었지만 류 위원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2023년 9월28일 부속실장이 게시물 작성 직원에 '인사위원회 개최도 고려하고 있고 글을 내리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 또한 부속실은 위원장 모르게 한 일이라고 진술했다.
[관련 기사 : 류희림 '민원사주' 의혹 타임라인… 가족 민원 정말 몰랐나]
권익위원 “이 정도면 민원인 류희림 가족이라 충분히 추론 가능”
한 권익위원은 “(내부 직원과 위원장)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인데 그러면 조사해야 되는 것 아닌가. 또 하나 궁금한 건 내부 게시판에 위원장을 언급하는 게시물(2023년 9월27일)이 올라왔는데 OOO(부속실로 추정)이 위원장한테 보고한 적 없다고 말한다”며 “한 두 사람이 보는 게 아니라 내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보는 내부게시판에 있는 걸 보고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OOO은 조직의 평판 등 이런 걸 보고해야 하는 걸로 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행동강령과장은 “저희가 조사하는데 있어서 객관적으로 제출된 자료를 근거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어떻게 됐겠다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며 “거듭 말씀드리는 것은 저희에게 허용되는 조사권 범위 내에서 모든 자료를 요구했고 그 자료를 기초로 조사한 내용들을 빠짐없이 검토의견서에 썼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조사를 촉구하는 권익위원도 있었다. 한 권익위원은 “(류희림 위원장) 가족으로 의심되는 OOO, OOO, OOO 등이 있는데 가족관계증명서를 제출하지 않고 서로 말도 상반되게 하고 있다. 최소한의 조사가 필요하지 않나”라며 “저 개인적으로는 진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지만 최소한 이런 정도의 상반된 건 조금만 확인해 보면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것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증명 서류 없이도 민원 주체들이 사실상 류희림 위원장 가족으로 추론 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한 권익위원은 “이 정도 되면 가족이라고 충분히 추론할 수 있는 정도가 되는 것 같고 권익위가 법원처럼 엄격한 증명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며 “가장 큰 부분은 민원에 대한 사전인지 부분인데 지금 보면 직원이 보고서(2023년 9월14일)를 작성해 올리지 않았나. 보고서까지 작성됐고 위원장하고 관련한 이해충돌문제인데 그걸 보고 안 했다는 건 경험칙상 수긍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해당 권익위원은 이어 “우리가 공직자이해충돌방지 소관 업무를 하는 국민권익위원회 아닌가. 최대한 이해충돌방지 소관 업무를 관철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며 “신고 회피신청 의무를 피신고자는 위반했다. 따라서 징계조치나 과태료 관할 통보토록 이첩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수가 '송부' 의견… 류희림 가족이 '공익신고자' 주장도
하지만 다수 위원이 사건 종결 혹은 방심위 송부 의견을 냈다. 한 권익위원은 “저는 사건 종결 의견”이라며 “뉴스타파 관련 민원 중 사적이해관계자로 의심되는 민원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낮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방심위는 안건이 올라왔을 때 민원인이 누구인지 사적이해관계자 여부에 대해 전혀 얘기를 안 하고 있는 구조다. 류희림 위원장이 회피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당 권익위원은 민원에 등장한 류 위원장 가족들이 '공익신고자'에 해당한다는 논리까지 폈다. 이 권익위원은 “완전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보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 민원들은 공익신고다. 민원을 넣은 사람들은 공익신고자이고 비밀보장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심위 회의 자리에서 직원이든 누구든 (류희림) 동생이 제기했기 때문에 심의를 회피해야한다고 하면 그 자체가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다른 권익위원이 “공익신고자가 누구를 얘기하는 것인가. 방심위 직원인가, 아니면 민원제기했던 사람들인가”라고 묻자 해당 권익위원은 “류 위원장의 가족을 말하는 것”이라 답변했다.
결국 류희림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은 표결로 '방심위 송부' 처리가 됐다. 1차 표결 땐 이첩, 종결, 송부 모두 표가 나와 과반에 해당하지 않았고 이첩, 송부만 놓고 다시 표결한 결과 송부가 과반을 넘어 결정됐다. 지난해 12월 권익위에 류희림 위원장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을 신고한 공익제보자는 지난 10일 입장문에서 “도리어 부패행위 당사자에게 스스로 사건을 조사하도록 맡겼다”며 “'민원사주'에 동참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민원인들을 오히려 보호해야 할 공익신고자로 인정하는 것을 보니 매우 참담한 마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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