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신청’ 티몬·위메프에 업체들 충격…“다 망하라는 거냐”

이지혜 기자 2024. 7. 2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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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신청은 너무 무책임한 조치 아닌가요? 저도 이참에 회사 접는 게 나을 것 같아요."

29일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하자 판매대금 정산을 받지 못한 입점업체 소상공인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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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이어지는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위메프 본사에 피해자들의 환불 요청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회생 신청은 너무 무책임한 조치 아닌가요? 저도 이참에 회사 접는 게 나을 것 같아요.”

29일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하자 판매대금 정산을 받지 못한 입점업체 소상공인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티몬에서 명품 잡화를 온라인 판매하다가 1억5천만원의 피해를 본 박아무개씨는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회생 신청을 할지는 몰랐다”며 “그래도 돈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회사를 유지하려고 했는데, 그 희망마저 날아간다면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농산물 판매 업체를 운영하는 이아무개(27)씨도 “7월에만 1억원 어치 판매했는데 이걸 못 받으면 저희 같은 소상공인들은 정말 큰일 난다”며 “이걸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무슨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이라고 했다. 회생 여부를 판가름하는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모든 채권은 동결된다. 입점업체들이 미정산 판매대금을 받을 길이 한층 멀어진다는 뜻이다.

최소한의 정산 노력도 해보지 않고 회생 신청을 한 티몬·위메프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티몬에서 1억원대 피해를 본 입점업체 대표 ㄱ씨는 “최대한 티몬이 사재를 털든 외부 자금을 투입하든 건물을 좀 줄이든 최대한 책임을 지고 회생 신청을 해야 하는데, 그런 단계는 하나도 없이 두손 두발 들어버린 것”이라며 “티몬·위메프와 함께 상생해왔던 수많은 영세업체는 다 죽으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전통과자점을 운영하며 위메프를 통해 온라인 판매를 하다 손해를 본 김대형 중랑시장 상인회장은 “정부에서 티몬·위메프에 대출을 해주든 최소한의 거래대금은 지급하도록 해야지, 그런 절차 없이 회생이나 파산으로 넘어가면 물건값은 공중분해 된다”며 “절차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판매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입점업체 대표 대다수는 직원 월급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여서 줄도산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런 사태를 막지 못한 정부에 대한 실망감도 크다. ㄱ씨는 “금융감독 당국이 신경 안 쓰고 관리를 못 해서 생긴 문제를 다 영세한 업체들이 떠맡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소상공인한테 대출받게 해준다는 게 무슨 근본적인 해결이냐. 잠깐 숨통 열어주는 것일 뿐”이라며 “티몬·위메프는 말장난만 하다가 다 빠져나가는데, 이걸 허용한 대한민국도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형사고발뿐이라는 입장이다. 티몬과 위메프 양쪽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다가 5천만원 넘는 피해를 본 김아무개(48)씨는 “이런 사태가 생길 줄 알면서 티몬과 위메프는 7월에 할인 쿠폰 붙여서 우리 매출 올리게 한 거다. 계획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제 할 수 있는 건 형사고발뿐이라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점업체들은 내달 2일 티몬·위메프의 모회사 큐텐을 경찰에 고소할 예정이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고나린 기자 me@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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