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사진작가들의 ‘작은 비엔날레’, 부산·오사카 오가며 열린다

하송이 기자 2024. 7. 29.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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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멀고도 가까운 한국과 일본의 사진가들이 매년 전시회를 열기로 의기투합했다.

부산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김홍희 사진가(부산디지털대 특임교수)는 지인이 연 특강에 강사로 참여했다가 역시 강사로 온 일본 오사카 예술 대학의 나오야 요시가와 교수를 만나게 된다.

한국에서는 샤머니즘과 유교·불교·도교의 제례 의식을 깊이 있게 다뤄 온 박찬호 사진가가, 일본에서는 25년 동안 패럴림픽을 주제로 사진을 찍어 온 오치 다카오 사진가가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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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김홍희 작가-日나오야 교수, 20년 우정·교류로 탄생한 행사

- 내달 1~10일 해운대서 첫 전시

가깝고도 먼, 멀고도 가까운 한국과 일본의 사진가들이 매년 전시회를 열기로 의기투합했다. 수도 서울과 도쿄가 아닌, 부산과 오사카에서다.

박찬호 사진가의 ‘바다와 선비’. 그는 샤머니즘과 제례의식을 주제로 한 작업을 해 왔다. 한일작은비엔날레 제공


다음 달 1일부터 10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리빈갤러리에서 열리는 제1회 한일작은비엔날레는 20년 전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됐다. 부산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김홍희 사진가(부산디지털대 특임교수)는 지인이 연 특강에 강사로 참여했다가 역시 강사로 온 일본 오사카 예술 대학의 나오야 요시가와 교수를 만나게 된다. ‘사진’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운데 두고 싹 튼 두 사람의 우정은 20년 가까이 쌓이고 두터워지며 자연스레 ‘양국 공동 전시’로 이어졌다.

“제가 40년 전 일본 도쿄에서 공부했어요. 그때만 해도 사진예술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컸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피사체에 끌려다니고 있었는데 세계 사진 예술은 이미 자신을 표현하는 매개로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기로 넘어가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오히려 한국 작가의 역량이 세계적 수준이 되었어요. 그만큼 이젠 격차가 줄었고, 국경을 넘어 양국의 작가가 함께 전시를 열어도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김홍희 사진가)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전시회 준비를 시작하면서 뜻이 맞는 사람들도 합류했다. 김홍희 사진가는 위원장을 맡고, 월간 사진예술 이기명 발행인이 한국 측 총감독을, 부산디지털대 사진영상학과 이진영 학과장이 큐레이터로 나섰다. 일본 측 총감독은 나오야 교수다.

첫 전시 작가로는 한국과 일본에서 1명씩 선정됐다. 한국에서는 샤머니즘과 유교·불교·도교의 제례 의식을 깊이 있게 다뤄 온 박찬호 사진가가, 일본에서는 25년 동안 패럴림픽을 주제로 사진을 찍어 온 오치 다카오 사진가가 나선다.

오치 다카오 사진가는 25년 동안 장애인이 주인공이 되는 패럴림픽을 주제로 한 작업에 몰두해왔다. 한일작은비엔날레 제공


오치 사진가의 작품에는 신체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가 장애를 다루는 시선은 연민이 아닌 강인함이다. 패럴림픽이 신체적 한계를 넘어선 정신 승리를 추구하듯 한쪽 다리 전체 혹은 일부가 없는 사진 속 등장인물들은 장애를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그들의 당당하고 결연한 표정은 장애가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님을 강조한다.

박찬호 사진가의 흑백 사진 속 인물들은 무속신앙인 샤머니즘 혹은 죽은 자를 위한 제례 의식과 맞닿아있다. 바다에서 혹은 산에서 치러지는 일련의 의식은 신체가 소멸한 이후 정신세계에 관한 담론을 제기한다. 두 작가는 보는 이에게 신체와 의식 혹은 정신 어느 쪽에 더 가치를 두고 있는지, 혹은 둘의 상관관계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올해 첫발을 내디딘 비엔날레는 내년엔 대한해협을 건너 오사카에서 열린다. 앞으로도 매년 두 나라를 오가며 실력 있는 사진가들의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김홍희 사진가는 “나와 나오야 교수의 바람은 오래도록 길게 하는 것”이라며 “우리가 죽더라도 문화 분야에서의 한일 우호는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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