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법 野 단독 처리…EBS법 상정에 닷새째 필리버스터

‘방송4법’ 30일이 마지막 표결, 무제한 토론 5박6일로 끝날 듯

- ‘거부권→재표결’ 도돌이 전망
- 글로벌허브·산은이전 지지부진
- 정쟁 속 민생입법 뒷전 비판도

이른바 ‘방송 4법’의 마지막 법안인 한국교육방송공사(EBS)법 개정안이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면서 국민의힘이 마지막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돌입했다. 방송 4법 관련 필리버스터는 30일 오전 종료될 예정으로, 그 기간도 예상보다 하루 더 늘어 5박 6일이 될 전망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4법’인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필리버스터 진행중 피곤한 듯 눈가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방송 4법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으로 규정한 반면, 민주당은 권력의 언론 통제를 차단하는 ‘언론 정상화 4법’이라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본회의에서 방송 4법 중 세 번째 법안인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전날 방문진법 상정 직후 시작된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를 약 31시간 만에 강제 종결시킨 뒤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법 필리버스터는 총 24시간 7분 만에, 방송법 필리버스터는 총 30시간 46분 만에 종료됐다.

민주당이 이날 오전 8시 30분께 EBS법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서를 제출한 만큼, 마지막 필리버스터는 다음 날인 30일 오전 민주당 주도 표결을 거쳐 강제 종료될 예정이다. 이어 EBS법도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정대로 30일까지 필리버스터가 이어진다면 4개 법안에 걸친 토론 시간이 100시간을 넘기게 된다.

이에 ‘법안 상정→필리버스터→야당의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야당 단독 법안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국회 재표결 대치’로 이어지는 도돌이표 정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송 4법이 모두 통과되더라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에서도 방통위법을 제외한 3개 법안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하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방송 4법이 처리된 후에도 필리버스터 정국은 이어질 전망이다. 야당은 다음 달 1일 노란봉투법과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등의 쟁점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독이 든 사과를 계속 내몰면서 왜 안 먹느냐고 하면 당연히 국민을 위해 우리는 거부할 수밖에 없다”며 “노란봉투법 등도 역시 비슷한 폭거가 예정돼 있다. 국민을 위해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이 다 됐지만 그동안 6개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가 잇달아 진행되면서 민생입법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은 물론 산업은행 부산이전법 등 부산의 주요 지역 현안과 관련한 법안 논의도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거대 야당이 밀어붙이는 법안에 필리버스터 외에는 대응할 방법이 없는 여당의 무기력한 상황을 두고 여야 모두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당 내에서도 필리버스터 무용론이 새어나온다. 하지만 필리버스터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소수여당인 국민의힘이 갖는 딜레마다.

민생법안이 산적했음에도 5박 6일에 걸쳐 100시간 넘게 이어지는 필리버스터가 ‘무제한 토론’이란 의미가 무색하게 제대로 된 ‘토론’이 없다는 점도 비판 받고 있다. 무의미한 체력전 속에 필리버스터 사회를 거부한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 부의장이 언급한 ‘바보들의 행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