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낳았는데"...화마에 외할머니·손자 참변
시험관 시술로 결혼 10년 만에 낳은 3살 아이 잃어
한국·베트남 다문화 부모가 농사일 나간 사이 참변
[앵커]
충남 청양의 한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 베트남 국적의 외할머니와 3살 난 손자가 숨졌습니다.
시험관을 통해 어렵게 얻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한국-베트남 다문화 부부가 이른 아침부터 농사일을 나갔던 사이 벌어진 참변입니다.
김기수 기자입니다.
[기자]
집 안에서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소방관이 연신 물을 뿌려보지만, 불길을 잡기엔 역부족입니다.
불이 난 집입니다. 지금은 모두 무너져내리면서 집 형태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이 불로 집 안에 있던 베트남 국적의 70대 여성과 3살 난 손자가 숨졌습니다.
숨진 아이는 아빠를 유독 잘 따랐던 윤성이.
부모가 시험관 시술까지 해가며 10년 넘게 기다린 보배였습니다.
[김홍설 / 윤성이 아빠 : 마지막일 줄은 몰랐어요. 집에 오면 아빠 좋다고 스마트폰에 유튜브 보면서도 '윤성아'하고 부르면 그냥 뛰어나오는데….]
60대 한국인 아버지와 40대 베트남 어머니가 잠든 아이를 뒤로 한 채 아침 일찍 농사일을 나간 사이 벌어진 참변입니다.
윤성이 부모는 어렵게 얻은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평소에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농사일을 했다고 마을 주민들은 전합니다.
그러다 보니, 베트남에서 온 외할머니가 육아를 도맡았습니다.
[김건식 / 마을 이장 : 혼자 벌어서는 못 하잖아. 일도 그러니까 이제 할머니가 애를 봐주기 위해서 외국에서 여기까지 와서….]
잦은 기침에 폐렴으로 입원했던 윤성이가 상태가 나아져 예상보다 빨리 퇴원하면서 안심했는데, 퇴원 하루 만에 화마가 덮친 겁니다.
[김홍설 / 윤성이 아빠 : 착잡하죠. 손에 일이 잡힐지 모르겠어요. 왜 이렇게 됐는지도 뭐 때문에 이렇게 됐는지도 모르겠고….]
경찰과 소방 당국 등은 사망 원인과 화재 경위 등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 감식을 벌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분석과 부검을 의뢰했습니다.
YTN 김기수입니다.
촬영기자 : 권민호
YTN 김기수 (energywater@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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