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출연 약속→기습 '법정관리' 신청…"환불·정산 당분간 막힌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사재를 출연해서라도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29일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법정관리)을 신청했다. 신청 직후부터 법원결정으로 모든 채무를 동결해 원금과 이자의 변제를 금지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에 대한 환불, 판매자들에 대한 판매대금 정산이 중단될 전망이다. 법원이 기업회생을 인가하려면 모기업인 큐텐의 자구책이 받아들여져야 한다. 큐텐 지분 매각을 통해 필요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구영배 큐텐 대표의 사태 수습 방안을 법원이 받아들일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서울회생법원은 29일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위메프는 법정관리 신청 후 입장문을 내고 "거업회생 제도를 통해 사업 정상화를 도모하고, 궁극적으로는 채권자인 판매회원들과 소비자인 구매회원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기업회생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한다. 이 때 모든 재산에 대한 보전처분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티몬과 위메프의 금융 채권과 상거래 채권이 모두 동결된다. 판매자들은 당분간 판매대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회생절차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대주주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심사한다. 회생계획안은 이날 구 대표가 자금조달계획을 토대로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 대표는 이날 "그룹 차원에서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제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금번 사태 수습에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룹차원의 가용 가능한 자원'은 중국 소재 큐텐 그룹 계열사를 통해 600~700억원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큐텐 측은 이미 금융당국에 해외계열사를 통해 5000만달러(약 690억원)를 8월 중에 조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은 여전히 내놓지 않고 있다.
구 대표가 가진 큐텐 지분 매각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싱가포르기업청(ACRA)에 따르면 구 대표는 큐텐 지분 42.77%, 큐익스프레스 지분 65.87%를 보유하고 있다. 큐텐그룹이 올해 초 평가한 큐익스프레스의 상장 이후 예상 기업가치는 10억 달러(약 1조3800억원)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구 대표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4억2770만달러(약 5900억원)다. 큐텐의 기업가치는 알려진 바 없지만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 인수 당시 이뤄진 지분교환 비율을 통해 추산하면 구 대표의 큐텐 지분 42.77% 가치는 약 42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는 티몬, 위메프 미정산 사태가 발생하기 전의 가치일 뿐이다. 그룹이 존폐 위기에 몰린 지금은 지분 매각이나 담보 대출을 받는 것 자체도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구 대표는 이날 사과문에서 큐텐 지분을 제가 가진 재산의 대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큐텐 지분 매각과 대출이 막히면 사재출연도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구 대표가 밝힌 '그룹 차원의 펀딩과 M&A(인수합병)'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 상황에서 큐텐그룹이 매각할 수 있을 만한 매물은 큐익스프레스와 위시 정도다. 하지만 큐익스프레스는 2022년 말 기준 1억2534만 싱가포르달러(약 1293억 원)의 누적 손실을 기록 중이고 큐텐이 약 2300억원에 인수한 위시 역시 지난 1분기에 5900만달러(약 81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티몬, 위메프가 사실상 자력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인수자를 확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티몬, 위메프가 지급하지 못한 대금과 유예한 임금 등은 회생절차 진입 시 '공익 채권'으로 분류되어 100% 변제가 의무를 가진다. 인수기업이 빚을 모두 안고 인수해야 하기 때문에 인수자를 찾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회생계획안은 원칙적으로 '회생담보권자 4분의3 이상 동의' 및 '회생채권자 3분의2 이상의 동의' 요건을 충족해야 인가된다. 회생 절차를 위한 채권단의 동의를 끌어내지 못할 경우 파산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티몬과 위메프가 파산을 신청한다면 피해자 보상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법원이 파산을 선고하면 법인의 총재산을 현금화해 채권자들의 우선순위와 채권액에 따라 배분하게 된다. 하지만 실질적 자산이 없는 이커머스의 경우 피해자들끼리 '빚잔치'로 사태가 마무리 될 가능성도 있다.
양창영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변호사)은 "파산이후에 채권자들이 채권을 집행하면 결국에는 남은 지금 회사의 자산으로 각 채권자들에게 변제를 하는데 사실 자산이 그리 많지 않으면 변제를 못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검찰은 이미 전담팀을 구성해 티몬·위메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의 수사 의뢰나 피해자 고소·고발 등에 앞서 선제적으로 이번 사태에 적용할 수 있는 혐의가 있는지 법리 검토를 하겠다는 의지다. 구영배 대표를 비롯해 큐텐 계열사 대표들은 모두 출국금지됐다.
금융감독원도 검찰의 전담수사팀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7명으로 구성·운영되고 있는 검사반을 추가로 확대해 자금추적 관련 전문가를 추가 합류시키고 신용카드사와 PG사의 결제취소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티몬·위메프의 상품 등 배송 정보 관련 전산자료를 확보해 분석할 별도 검사반을 운영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에 사기·횡령·배임·전자상거래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티몬과 위메프가 자금 경색으로 판매 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울 것을 알고도 입점 업체들과 계약을 유지하고 물품을 판매했다면 사기 혐의,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결제 대금이나 입점 업체에 돌려줘야 할 판매 대금 등이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면 경영진에 횡령·배임 혐의 등을 물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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