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선수 ‘어린이 공습 셔츠’ 논쟁…“평화 촉구” “정치 행위”

이준희 기자 2024. 7. 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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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복싱 국가대표 와심 아부 살(20)은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에서 판정패를 당했다.

아부 살의 이날 경기는 그의 첫 올림픽 경기일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복싱 역사상 첫 올림픽 무대였기 때문이다.

아부 살이 '올림픽 경기장, 경기장 또는 기타 구역에서는 어떤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올림픽 헌장 제50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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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비행기 폭격을 당해 죽는 그림이 그려진 셔츠를 입은 팔레스타인 복싱 국가대표 와심 아부 살. 엑스 갈무리

팔레스타인 복싱 국가대표 와심 아부 살(20)은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에서 판정패를 당했다. 심판 5명 전원이 그의 상대였던 스웨덴 네빌 이브라힘(23)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아부 살의 패배를 지켜본 관중은 “와심”을 연호했다. 아부 살의 이날 경기는 그의 첫 올림픽 경기일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복싱 역사상 첫 올림픽 무대였기 때문이다. 아부 살은 패배 뒤 “나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여정은 4년 더 이어진다”고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패배했지만 아부 살이 환호받은 이유는 또 있다. 26일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에서 팔레스타인 선수단 기수로 나선 그는 이날 어린이들이 비행기 폭격에 맞아 사망하는 그림이 그려진 셔츠를 입었다. 그는 이날 셔츠를 입은 이유에 대해 “이 셔츠가 팔레스타인의 현재 상황을 대표하기 때문”이라며 “순교하고 잔해 속에서 죽는 아이들, 부모가 순교하고 음식이나 물 없이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라고 했다. 그는 이 행동으로 경기 외적인 관심까지 받았다.

물론 그의 행동은 부정적인 반응도 끌어냈다. 이스라엘 쪽은 강하게 반발했다. 아비바 클롬파스 전 이스라엘 유엔 사절단 연설문 작가는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선수의 정치적 또는 폭력적인 메시지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했다. 아부 살이 ‘올림픽 경기장, 경기장 또는 기타 구역에서는 어떤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올림픽 헌장 제50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선수단이 26일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개막식에서 배를 타고 입장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그간 정치적인 발언 등에 대해서 강력한 징계를 취해왔다. 하지만 상황에 미묘한 변화도 감지된다. 팔레스타인올림픽위원회의 지브릴 라주브 위원장은 “이 셔츠는 지역(프랑스) 조직위원회의 검토와 승인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부 살도 셔츠가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고, 전쟁과 살인에 대한 반대를 의미한다”며 “올림픽 헌장을 준수하고 있다”고 했다. 평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입은 옷이지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옷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실제로 아부 살에게 징계가 내려진다면 무슬림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무슬림 사이에서는 파리올림픽이 서구적 가치만 보편으로 인정하는 편파적 대회라는 비판이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회를 보이콧하는 움직임도 있다. 이들은 이번 올림픽이 대회 참가를 금지한 러시아·벨라루스와 달리 이스라엘의 참가를 허용하고, 개막식 등에서 성적 다양성과 복장의 자유를 보편적 가치로 내세우면서도 무슬림 여성이 히잡을 착용할 자유는 금지한다며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예술가 프랭크 라이엇이 파리 시내 곳곳에 설치한 그림. 올림픽 시상식에 빗대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있다. 엑스 갈무리

한편, 이번 파리올림픽은 정치적 표현이 다른 대회보다 잦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쿄올림픽과 카타르월드컵을 거치며 각종 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표현이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으며 ‘왜 우리가 주장하는 가치는 보편이 아니냐’는 반발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인해 장 내외에서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올림픽 전문매체 ‘인사이드 더 게임스’는 “정치적 시위와 표현이 낯설지 않은 이번 올림픽은 광범위한 불협화음, 분쟁, 논란의 대상이 됐다”고 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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