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결국 '기업회생 신청'…피해자 보상 어쩌나 [종합]

안혜원/김세린 2024. 7. 2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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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파만파 티메프]
거액 미정산 피해 우려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건물. 사진=연합뉴스

정산·환불 지연 사태로 논란을 빚고 있는 티몬·위메프가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모회사 큐텐의 구영배 대표가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나온 결정이다.

이들 플랫폼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채무 일부를 탕감받는다. 미정산금 규모만 최대 1조원 넘게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 가운데 피해자 보상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당분간 대금 동결

서울회생법원은 29일 “티몬과 위메프가 기업회생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가 제출한 신청서는 법원 검토를 거치는데 통상 1주일가량 걸린다. 

기업회생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파탄 상황에 놓인 회사에 대해 사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가 사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보다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 감독 하에 채권자, 주주, 지분권자 등 이해관계인 법률관계를 법정에서 조정하는 제도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 법원이 지정한 3자 주도로 부실자산과 악성채무를 털어내도록 한다. 기존 사업을 계속 진행하면서 경영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 사무실에 미정산 사태를 예고하는 내용이 적힌 직원들의 노트가 펼쳐져 있다. 사진=김범준 기자


하지만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중소 판매자들은 판매대금을 당분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 금융 채권뿐 아니라 일반적 상거래 채권까지 모두 동결되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사옥에선 ‘정상화 어려움 판단’ ‘기업회생 고려’라고 적힌 직원 메모가 발견되기도 했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기업회생절차에 회의적 반응을 내놓고 있다. 판매자들이 모인 단톡방이나 카페 등에선 "정산해줄 것처럼 하더니 앞으로 대금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설상가상으로 채권단이 동의해주지 않으면 그냥 대금은 날리는 것이냐" 등의 성토가 올라오고 있다. 티메프에 입점한 영세 판매업자의 경우 피해 규모가 많게는 수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 법정관리가 성사되려면 채권단 3분의 2, 담보권자 4분의 3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법정관리는 부채 부담만 덜어주면 기업이 영업해 돈을 갚을 가능성이 있을 때 가능한 절차. 이미 위메프와 티몬이 플랫폼 사업자로서 기업 운영을 원활히 할 수 있을지 신뢰가 저하된 상황이라 채권자들의 법정관리 동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한 법정관리 전문 변호사는 “상장기업이니 법정관리를 받을 가능성이 있고 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도 “재무회계적으로 회생을 인정받을 만한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현재 티메프 사태를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회생절차를 밟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아 법무법인 트리니티 변호사도 “기업 회생 개시 결정의 요건은 자산보다 부채가 크거나, 자산이 부채보다 크더라도 현금 유동성의 위기로 당장의 변제를 상환할 수 없는 경우”라며 “두 기업에 대한 회생 개시 결정 자체는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채권자들에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이 되면 회생신청이 안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서울 강남구 티몬 위메프 본사 사무실에 피해자들의 호소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동의를 받아내지 못하면 두 회사는 파산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피해자 보상은 더욱 어려워진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티몬과 위메프에 자산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희박해서다. 중소 판매자들이 정산금을 거의 돌려받기 힘들어 연쇄 부도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그나마 정산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가 선순위 채권자일 가능성이 높아 일반 소비자들은 다른 피해 구제 절차를 통해 환불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구 대표가 사재를 털어 사고 수습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피해 규모는

티몬과 큐텐 측이 법인회생을 선택한 것은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규모라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티몬과 위메프의 누적 손실은 각각 1조2644억원(2022년 말), 7559억원(2023년 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모회사 큐텐의 누적 손실액은 약 4315억원(2021년 말)으로 2019∼2021년 매년 1000억원 안팎 적자를 냈다.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역시 1293억원(2021년 말)의 누적 손실을 낸 상태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구영배 큐텐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지분 매각 △사재 출연 △추가 투자 유치(펀딩) △인수합병(M&A) 추진 등의 대책을 내놨다. 구 대표는 “큐텐과 저는 금번 사태에 대한 경영상 책임을 통감하며 그룹 차원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개인 재산도 활용해 티몬과 위메프 양사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제 재산의 대부분인 큐텐 지분 전체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활용해 금번 사태 수습에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가 당장 해결해야 할 대금은 소비자 환불금과 판매자(셀러) 정산금으로 나뉜다. 일부 소비자 환불은 우선 진행됐지만 판매자 정산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티몬·위메프의 5월 미정산 금액은 약 1700억원 수준이다. 대규모 할인 행사로 판매가 늘었던 6~7월 미정산 금액까지 합치면 판매자들 피해 규모는 수천억원대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 플랫폼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이 환불에 나서면서 유보금으로 마련했다고 밝힌 자금 규모는 30억∼4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위메프도 지난해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71억원)과 매출 채권 및 기타 채권액(245억원)을 합쳐 가용 현금이 316억원 남짓이다.

모기업 큐텐의 자금 사정 역시 빠듯하다. 싱가포르기업청에 따르면 2021년 말 큐텐의 누적 결손금과 유동부채는 각각 4310억원, 5168억원에 달했다. 올 2월 큐텐이 북미·유럽 기반 쇼핑몰 위시를 2300억원을 주고 인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무상태는 더 나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큐텐은 위시 인수에 티몬·위메프 자금을 끌어다 쓴 것으로도 의심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가 '정산 지연 사태'로 환불을 요구하는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1


우선 정부는 정산 지연으로 돈이 묶인 중소기업·소상공인을 구제하기 위해 5600억원 이상 규모의 유동성 자산(현금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소비자 대책도 제시됐다. 여행사·카드사·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의 협조를 통해 신속한 환불 처리를 지원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개 PG사 중 8곳(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NICE페이먼츠·다날·토스페이먼츠·NHNKCP·NHN페이코·스마트로)은 소비자에게 직접 카드 결제 취소 요청을 접수·안내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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