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와 대화도 좋지만, 간접고용 해결부터 앞장서야 [왜냐면]
김동수 | 르포작가·‘유령들: 어느 대학 청소노동자 이야기’ 저자
지난 6월24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나섰던 한동훈 대표가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일하는 청소·경비·건물관리 노동자들과 점심식사를 했다. 이미 5달 전에도 제22대 총선을 이끄는 비상대책위원장 신분으로 그들과 식사를 같이한 바 있었다. 원래 청소노동자는 정치인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취지로 자주 찾는 존재다. 선거나 명절을 앞두고는 특별히 그 만남의 횟수가 더 잦아지는 편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올해 설 연휴 첫날에 서울 동작구의 가로청소 환경공무관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숨은 영웅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추진했다.”
이 발언 속에 청소노동자가 처한 현실의 본질을 꿰뚫는 단어가 있다. 바로 ‘헌신’이다. 청소노동자가 헌신적인 존재로 비치는 배경에는 사람들이 만지기를 꺼리는 쓰레기나 오물을 치우는 것은 물론, 폭염·혹한이 와도 눈·비가 내려도 쉬지 않고 일해야 하는 업무의 특성 때문만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보이지만, 열악한 노동 현실도 한몫한다. 일례로 2023년 8월 한겨레 기사 ‘얼굴에 음식물쓰레기 튀어도 못 씻는다…물티슈가 전부’를 보면,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는 청소노동자들은 여름인데도 샤워실이 없어 땀과 오물을 물티슈로 닦아낼 뿐이었다. 지역의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정작 청소노동자 본인의 청결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헌신은 ‘강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기사가 보도된 뒤 서울시가 25개 구청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휴게실 155곳 중 8곳은 샤워실과 화장실이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노동자가 사용하기 어려운 창고를 휴게실로 지정한 곳도 있었다고 한다. 휴게실 155곳 모두 ‘각 구청으로부터 환경미화 업무를 위탁받은 업체들’이 마련한 공간이었다.
지난해 현대해상은 수익창출의 성과를 본사는 물론 자회사 소속 직원들과도 상여금으로 공유했다. 하지만 자회사 청소노동자는 이 명단에서 누락됐다고 한다. 반면 올해 고려대 구로병원은 정부의 의대 증원을 반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떠나게 되며 발생한 경영실적 악화의 고통을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분담하려 했다고 한다. 그것은 임금 삭감을 의미했다. 이 두 곳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의 공통점이라 하면, 모두 용역업체 소속이라는 점이다. 그렇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원청이 잘나갈 땐 ‘남’처럼 취급받아 성과를 분배받지 못하고, 원청이 위기에 처할 땐 ‘우리’가 되어 책임을 제일 먼저 떠안는다.
지난해 원진재단 부설 녹색병원이 청소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한 일이 화제로 떠올랐던 이유는 우리 사회가 청소업무를 너무 쉽게 용역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한동훈 대표가 국민의힘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 그를 동료 시민을 위하는 정치인으로 부각한 일부 언론들과 달리, 나는 오히려 ‘청소노동자들’의 고용형태가 궁금했다. 그들이 국민의힘 직원일지, 아니면 국민의힘이 청소업무를 도급한 용역업체 직원일지 말이다.
비용 절감이 주목적인 용역화는 필히 노동자의 헌신을 먹고 자란다. 그런 점에서 청소노동자들이 이제는 일터에서 ‘덜 헌신적’으로 일했으면 좋겠다. 너무 만연해서 당연한 듯 보이는 청소업무의 용역화만큼은 멈춰야 한다는 얘기다. 어느 누구보다, 청소노동자들의 헌신적인 모습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그 헌신 속에서 발생하는 고충을 들어온 정치인들부터 직고용에 앞장섰으면 한다.
국회의원의 역할 중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일이 가장 큰 몫일 터다. 그런데 정작 국회 안에서 청소노동자들은 40년 가까이 ‘노예’처럼 일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해 있었다. 이 역시 청소업무의 용역화에서 기인한다.1970년대 서울 태평로에 있었던 국회의사당 건물을 여의도로 확장 이전함에 따라 늘어나게 된 관리비를 줄이려고 국회 청소업무의 용역화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1981년 용역업체에 맡긴 국회 청소업무가 국회 사무처 소관으로 되돌아온 건 2017년이 되어서였다.
정치인들이 청소노동자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에서 나온 문제를 해결하고자 ‘오랜’ 숙의를 거쳐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자신의 위치에서 청소노동자를 직고용할 수 있는지부터 먼저 돌아보길 바란다. 지금도 정부나 공공기관, 지자체 등에서 청소업무를 도급화한 사례가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등잔 밑이 가장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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