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죄 예방, 소년법 개정보다 소년원 과밀에 주목해야 [왜냐면]
최원훈 |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보호직 공무원
지난 20대, 21대 국회가 발의한 소년법 개정 법률안은 각각 40건, 33건이지만 한 건도 통과되지 않았다. 정부와 국회는 촉법소년과 특정강력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소년보호처분 다양화 등 교화를 강조하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분석한다.
하지만 많은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현실적인 이유는 10대들의 범죄가 언론에 보도되고 엄벌 여론이 빗발칠 때마다, 공청회를 통한 활발한 토론과 현장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급하게 개정안을 내놓았기 때문으로 판단한다. 또한 현행 소년법에는 보호사건에 선제적,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조항들이 많은데도, 법 개정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일반예방’에만 치중하는 것도 문제다.
소년 보호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자의 관점에서 볼 때, 소년범죄 예방 및 재범 방지 정책의 논점은 소년법의 개정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법 집행이다. 소년법에 따라 적정한 보호처분을 하되, 처분을 어떻게 집행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소년법과 형법에 따라 보호처분 및 형사처벌을 부과함으로써 청소년을 범죄로부터 예방하는 것을 일반예방이라고 한다. 소년법 개정안 중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고 특정 강력범죄를 범한 소년은 보호사건 심리에서 제외하자는 법안은 일반예방주의에 근거한다. 그러나 자아와 인격이 미성숙하고 준법의식이 미약하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위기청소년에게 일반예방의 위하력(범죄 억제력)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들은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충동적,감정적, 집단적으로 행동부터 한다.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조언해 줄 가정과 학교가 부재하거나 이로부터 일탈해서 또래관계에 몰두하기 때문이다.
반면, 죄를 범한 청소년을 교화·개선하여 재범하지 않도록 재사회화하는 것은 ‘특별예방’이다. 소년법은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처벌이 아닌 교화가 목적이다. 따라서 보호처분은 특별예방주의를 이념으로 한다.
언론은 주로 10대들이 저지른 범죄사실만을 다룬 사건기사를 보도한다. 범죄 이후에 소년범이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떤 처분을 받고 어떤 환경에서 교화되고 있는지,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관한 심층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소년부 판사는 소년에게 가장 바람직한 처분을 결정하기 위해 소년을 4주 동안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한다. 유해환경 및 비행친구와 차단하여 교육과 상담을 통해 비행원인을 분석하고 가정환경, 학교생활, 사회생활, 교우관계, 심리적 특성 등 소년에 관한 분류심사서를 작성해서 판사에게 처분의견을 제출한다. 이처럼 소년사법절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국내에 소년분류심사원은 겨우 하나밖에 없다.
9호, 10호 처분을 받은 보호소년은 소년원에 수용된다. 범죄학습과 비행친구 확대를 방지하고 내실 있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개별 수용과 개별 처우가 필수지만, 우리나라에는 소년원이 10개밖에 없다. 그래서 1인실이 아닌 다인실에서 함께 생활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소년분류심사원과 소년원이 각각 52개다.
소년원이 부족하다 보니 대부분의 소년원이 과밀수용이다. 수도권의 한 소년원은 정원이 80명인데 160여명을 수용하고 있다. 소년분류심사원도 과밀수용 상태다. 학생들이 잠잘 공간도 부족하다. 인권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생활공간도 제공하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자신의 비행을 성찰하기는커녕 인성교육의 실효성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 결과 일부 소년원 퇴원생이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해 재범률이 높아지고, 과밀수용은 개선되지 않으며 성인범, 강력범으로 진화하여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22대 국회는 현장과 엇박자가 나고 제자리걸음만 하는 소년법 개정보다 실효성 있는 보호처분 집행에 주목해서 소년분류심사원과 소년원 증설을 위한 예산 심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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