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 갈등' 커진 삼성전자…'집중교섭' 기간 갈등 딛고 합의안 도출하나?
강경 투쟁에 '노노 갈등' 비화 조짐…동행노조 "강성 노조, 우리의 발목 잡고 있어"
파업 장기화에 노사 모두 부담 커져…"전삼노, 대표교섭권 지위 상실 전 결론내야"
[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지난 8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노사 양측이 29일 오후부터 사흘 동안 '집중 교섭'에 돌입한다. 특히 파업 장기화로 인해 제3 노조인 '동행노조'가 전삼노의 강경 행보를 공개 비판하는 등 '노사' 갈등이 '노노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집중 교섭' 기간 극적인 절충안이 나올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인근 회의실에서 임금 교섭을 재개한다. 이날 교섭에는 사측에서 김형로 부사장, 전대호 상무 등이 전삼노에서는 손우목 위원장, 허창수·이현국 부위원장 등이 참석할 전망이다. 앞서 전삼노는 지난 23일 8시간에 걸친 줄다리기 협상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29일부터 사흘간 집중 교섭을 하자고 사측에 제안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도 이번 교섭 기간 적극적으로 대화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전삼노는 △전 조합원 5.6%(기본 3.5%·성과 2.1%) 임금 인상 △성과금 제도 개선(EVA→영업이익) △파업 참여 조합원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노사협의회에서 정한 5.1%(기본 3%·성과 2.1%)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노사 모두 부담이 늘고 있다. 사측의 경우 대체인력 투입과 근무시간 연장 등으로 총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생산 정상화가 필요하다.
특히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경우 고객사 요구에 부합하도록 맞춤 설계와 적기 생산이 핵심이지만, 파업 여파가 지속되면 고객사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전삼노의 입장에선 교섭 타결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파업에 참여하는 일수만큼 임금이 차감되기 때문에 파업이 길어지면 노조원들의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듯 파업 참여율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총파업 결의대회 당시 수천명(노조 추산 4000여명, 경찰 추산 3000여명)이던 참가자 수는 11일 집회에서는 350여명(노조 추산)으로, 12일 집회에서는 200여명(노조 추산)으로 감소했다.
이를 두곤 업계에선 반도체 업황 회복기에 따라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내부 결속력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올 2분기 10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인 8조268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아울러 노조 집행부로서는 이번 임금교섭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다. '대표교섭권'이 만료되는 내달 4일까지 교섭을 타결하지 못하면 다른 노조가 대표교섭권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개별 교섭이 진행되거나 다시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하고, 전삼노는 대표교섭 노조가 아니게 돼 파업을 유지할 수 없다.
특히 제3노조인 '삼성전자노조 동행'(동행 노조)가 최근 전삼노 집행부의 강경 투쟁 행보를 두고 작심 비판에 나서는 등 '노사 갈등'이 '노노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어 부담이다. 앞서 동행 노조는 지난 26일 사내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기대했던 대표 노동조합의 총파업을 통한 협상이 회사와의 첨예한 대립으로 더 이상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며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 강성 노조의 힘은 앞으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실망만 안겨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사무직노조(1노조), 구미네트워크노조(2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동행노조·3노조), 전삼노(4노조), 삼성 5개 계열사 노조를 아우르는 초기업노조의 삼성전자지부(옛 DX지부) 등 5개의 노조가 있다.
삼성전자의 '노노 갈등'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삼노의 지난달 29일 파업 선언을 전후해 초기업노조 DX지부는 과거 전삼노의 비위를 주장한 바 있다. 전삼노도 이런 상황을 고려해 31일까지 집중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삼노는 지난 23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8월 5일 변경사항이 생길 가능성이 있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그 기간 안에 (교섭을) 끝내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속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임금교섭이 연말까지 늦어진다면 대표교섭권을 가진 전삼노 집행부의 협상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다"며 "파업 장기화로 노사 양측 모두 부담이 커진 만큼 이번 교섭 기간 진전된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해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노사가 서로를 고소·고발하는 등의 갈등도 가시회하고 있다. 앞서 전삼노는 지난 25일 온양사업장에서 사측과 여성 조합원이 충돌한 사건과 관련해 사측 인사를 고발했으며, 이에 맞서 사측 해당 인사는 노조를 무고죄로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노조는 사측이 파업 참가로 인해 발생한 업무 공백은 평가에 반영돼야 한다고 발언하고, 파업 참가자를 사내 메신저에서 강제로 퇴장시키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이같은 노조 측 주장에 "일부 특정 현장의 상황으로 확인하기 어려우나, 회사는 법과 원칙을 지켜부당노동 행위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권용삼 기자(dragonbuy@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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