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화학공장' 고장난 간암, 고위험군 관리는?

장종호 2024. 7. 2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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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출처=픽사베이

[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현대인에게 가장 두려운 질환은 암이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암 사망자 수 1위는 폐암, 2위가 간암이다. 사회활동이 활발한 40대와 50대에서는 암종별 사망률 1위가 간암이다.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로 인체의 화학공장이라 불린다. 회복력이 좋은 장기로 알려졌지만 관리하지 않고 간경변증이 진행되면 정상 간으로 돌아가지 않고 간암 위험성도 증가한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신현필 교수의 도움말로 간암에 대해 정리했다.

▶침묵의 장기, 증상 거의 없어…말기에 통증 나타나

간암의 경우, 초기뿐 아니라 어느 정도 암이 진행된 후에도 환자가 느끼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 일부 환자에게서 무기력감, 피로감, 오른쪽 윗배의 불쾌감, 울렁거림, 체중 감소, 식욕부진 등이 있을 수 있다. 간암이 진행되면 통증을 호소하거나 피부나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면 황달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간암 말기에는 심한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B형·C형 간염 바이러스가 주요 위험인자

다른 암과 달리 간암의 경우는 위험 요인이 비교적 잘 알려진 질환이다. 만성 B형간염, C형 간염, 알코올 간질환, 간경변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서 주로 간암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들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서만 주의하여도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간암 환자의 대부분이 B형·C형 간염 바이러스와 관련되고 그중 B형 바이러스 간염은 간암 발병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되기에 B형 간염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간암 환자 80% 간경변증 동반

간경변증은 간에 만성적인 염증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섬유성 변화가 생기면서 간이 딱딱하게 굳게 되는 질환이다. 간경변증의 원인으로는 B형·C형 바이러스 간염 외에 음주, 비알코올 지방간 등이 있다. 대한간암학회에 의하면 전제 간암 환자의 약 80%가 간경변증을 동반한다. 간에 만성적인 염증이나 섬유화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간염이나 간경변증, 비알코올 지방간 등은 모두 간암 발생의 위험인자로 작용할 수 있기에 주의가 요구된다.

▶고위험군 정기적인 초음파·혈액 검사 중요

간암은 증상만으로 조기에 발견하기가 어려운 질환이다. 따라서 조기 진단 및 치료를 위해서는 고위험군에 대한 정기적인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 주기적인 초음파검사와 함께 혈액 검사로 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가 있다. 이 두 가지로 국가 암검진 중 간암 검진을 시행한다. 하지만 다른 종양표지자인 피브카-투 역시 간암 진단에 도움이 되므로,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추가로 시행하기도 한다.

간 초음파 검사는 간의 모양 변화와 국소 병변을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부 비만하거나 간경변증으로 인해 초음파검사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는 CT나 MRI 등의 검사를 병행할 수 있다.

▶바이러스 보균자 및 과다 음주자, 검사와 약 복용 소홀

신현필 교수는 "문제는 만성 B형간염이나 만성 C형간염 환자들이 약을 투약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건강보균자라고 생각하며 검사를 소홀히 한다는 것이다"라며 "하지만 간염약을 먹어야 하는 활동성 간염의 진행을 스스로 알기도 어렵고, 간염약을 투약 중임에도 간암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C형 간염은 완치가 가능해졌고, B형 간염도 내성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약제를 통해서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다.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간암을 조기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고, 더 나아가 적절한 시기에 간염약을 복용해서 간경변증의 진행과 간암 발생 위험을 줄이는 게 중요한데 이는 검사를 하지 않고 알 수는 없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이 굳어서 그 기능을 잘하지 못하는 간경변증 환자는 간암 외에도 간경변증 관련 합병증이 발생하기 쉬운 상태이다.

신현필 교수는 "많은 음주를 하면서도 간경변증 진행된 것 자체를 아예 모르고 있을 수가 있어 검진해야 할 사람이 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만성 간염 바이러스 감염 상태이거나 음주가 과다한 사람은 반드시 진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완전한 간암 제거 위한 수술적 치료, 절제술과 간이식 늘어나

간암의 수술 외에 다양한 치료의 비율이 높고, 좋은 결과를 보이는 치료법이 있기는 하지만 간 절제술의 치료 성적이 좋아지면서 수술적 치료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대한간암학회의 간암 등록 사업 보고를 보면 2010년 이전에는 간 절제술의 비중이 20%에 미치지 못했지만, 이제는 20%를 웃돈다. 간암의 조기 발견과 다학제 진료, 수술 방법의 발달이 더 적극적인 수술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간 기능이 좋지 못하면서 간암의 진행이 심하지 않은 환자는 간이식을 통해서 간암을 제거하면서 동시에 정상적인 간 기능을 획득하는 것이 가능하다.

▶조기 간암 발견, 수술 없이 국소 치료술로 좋은 효과

조기에 간암을 찾게 되면 고주파열치료술과 같은 국소 치료술을 이용한다. 종양 내에 바늘 모양의 전극을 위치시키고 열을 가해 종양을 괴사시키는 방법이다.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단기간 입원을 하면 되고, 적절한 적응증에 해당하면 수술과 대등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점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간암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고 대상 환자의 간 기능이 잘 보존되어 있고, 종양의 위치, 크기, 개수 등이 조건에 맞으면 시술하게 된다.

▶암세포의 산소와 영양공급 차단, 경동맥화학색전술

치료 방법 중에서 그 비율이 다소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동맥화학색전술은 간암 초기 치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치료이다. 간암이 자라는 데 필요한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동맥을 찾아 항암제를 투여하고 색전 물질로 혈관을 막아주는 치료법이다. 수술과 달리 여러 병변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고, 간암 외 정상조직을 좀 더 유지할 수 있으며, 수술보다 입원 기간이 길지 않아 많이 선호되지만 수술 등과 비교하여 재발이 많다. 최근에는 간암의 진행 상태와 간 기능을 포함한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약물방출미세구를 이용하는 방법과 방사선색전술 등 다양한 최신 치료를 시행한다.

▶진행된 암, 면역항암제, 표적치료제로 적극적 치료

주요 혈관에 침범되거나 간 외 전이가 동반된 간암의 경우, 암세포를 공격하기 위해 전신 항암제 치료를 고려한다. 이후 분자표적치료제인 소라페닙, 레고라페닙, 렌바티닙 등의 도입으로 간암 치료에 한 단계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이들 표적치료제는 경우 복용의 편리함도 있었고 생존율의 증가를 가져왔지만, 여전히 부족한 치료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2022년부터는 면역관문억제제인 아테졸리주맙과 분자표적치료제인 베바시주맙 병용 치료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전 항암제보다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면서 전신 항암치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항암제가 지속해서 개발되고 병용 치료 등을 통해 치료 반응이 좋아지고 있으며, 다양한 치료를 함께하는 다학제 치료가 도움이 되고 있다.

신현필 교수는 "위험군을 알아서 이들을 적절히 관리해 간암을 예방하고, 발생하더라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간암의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진행된 간암이라도 생존 기간을 늘리는 다양한 치료가 있지만, 간암 고위험군에 해당한다면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신현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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