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금메달 반효진 "오늘 운세에 '모두가 나를 인정하게 될 날'이라고 나와"... 한국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 장식

김지섭 2024. 7. 2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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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공기소총에서 금메달 명중
한국 하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
총 잡은 지 3년 만에 대형사고
오늘 운세에 "모두가 나를 인정하게 될 날"
사격 반효진이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여자 10m 결선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샤토루=서재훈 기자

한국 선수단의 막내가 해냈다. 2007년생 고교생 사수 반효진(대구체고)이 한국의 하계올림픽 통산 100번째 금메달을 쐈다. 총을 잡은 지 3년 만에 세계 최고의 무대 올림픽에서 역대 하계대회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만 16세 10개월 18일)로 등극하면서, 전날 여자 양궁 단체전 10연패에 이어 한국 스포츠 역사에 또 한 번 큰 족적을 남겼다.

반효진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여자 양궁 단체전 금메달로 하계올림픽 금메달 99개를 기록했던 한국은 반효진의 총성으로 100개를 채웠다. 한국은 이날 사격과 남자 양궁 단체전, 여자 유도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추가해 총 금메달 5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기록했다.

반효진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샤토루=서재훈 기자

전날 열린 여자 10m 공기소총 본선에서 634.5점을 쏴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전체 1위로 결선 진출에 성공한 반효진은 이날 중국의 황위팅과 금메달 경쟁을 벌였다. 1위를 달리던 중 금메달을 확정 짓기 위한 마지막 두 발에서 모두 9점대를 쏴 251.8점으로 황위팅에게 동점을 허용했지만 연장 슛오프에서 10.4점을 기록, 10.3점에 그친 황위팅을 제치고 금메달을 수확했다.

반효진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인지는 몰랐다가 뒤늦게 알았다"며 "영광스럽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막판 실수로 연장까지 치른 그는 "떨리기도 떨렸지만 그렇게 크게 빠질 줄 몰랐다"며 "그 순간 2위로 미끄러진 줄 알았다. 슛오프를 한다고 해서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했고 더 열심히 쐈다"고 설명했다.

경기 날 당일 운세를 보는 루틴이 있는 반효진은 "보면 소름 돋을 것"이라면서 "운세를 보자마자 '나의 날이구나' 싶을 정도로 좋았다. '모두가 나를 인정하게 될 날'이라고 쓰여있었다"고 말했다.

반효진의 금빛 행보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사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여갑순과 비슷하다. 당시 여갑순도 1991년 서울체고 1학년 때 사격 입문 3년 만에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2학년 때 올림픽에 나가 아무도 예상 못 한 깜짝 금메달을 따냈다. 32년 전 여갑순이 그랬던 것처럼 반효진도 대구체고 2학년 재학 중에 대형 사고를 쳤다.

올해 1월 국가대표 후보선수 시절 반효진은 전임 감독을 맡고 있는 여갑순과 처음 인연을 맺어 3개월가량 함께 훈련하며 시간을 보냈다. 주변에서 워낙 여갑순의 얘기를 많이 해서 대단한 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스승에게 ‘금빛 기운’을 받아 갔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던 여갑순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반효진의 재능을 일찌감치 눈여겨본 여갑순은 제자가 올림픽에서 큰일을 낼지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한다. 파리 올림픽 금메달 순간을 한국에서 중계방송으로 본 여갑순은 이날 한국일보에 “너무너무 기쁘다”며 “긍정적이고, 즐길 줄 아는 모습과 단계적으로 목표를 세우는 모습을 보면서 (반)효진이가 올림픽 금메달을 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격 여자 공기소총은 고교생이 올림픽에 나가야 메달을 따는 기분 좋은 징크스가 생길 것 같다”고 기뻐했다. 앞서 여갑순에 이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도 고교생 사수 강초현이 은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반효진은 사격을 ‘천생연분’이라고 표현한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2021년 7월 사격부에 있던 친한 친구가 ‘같이 운동을 해보자’고 권유해 처음 총을 잡았다. 놀이공원 같은 곳에서도 총 한번 쏴본 적이 없었지만 운명처럼 잘 맞았다. 반효진은 “총이라는 자체가 날 설레게 했다”며 “주변에서 다들 재능 있다고 말해줘 총을 잡고 한 달 뒤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반효진이 눈가를 훔치고있다. 샤토루=서재훈 기자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있어 쉽게 엘리트 선수의 길로 들어가지 못했다. 운동보다는 평범하게 공부를 했으면 하는 이유에서다. 그러던 중 부모님의 마음이 돌아선 건 역시 성적이다. 총을 잡고 두 달 만에 나간 대구광역시장배대회에서 우승을 하자, 부모님도 재능을 인정하고 허락해줬다. 반효진은 “진짜 사격이랑 ‘천생연분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며 “공부는 어중간해도 되지만 운동은 1등 아니면 안 된다고 했던 엄마도 금메달을 가져가니까 적극 밀어주셨다”고 설명했다. 이후 선발전을 1위로 통과했을 때는 “소리를 지르면서 우시더라”고 덧붙였다.

반효진은 파리 올림픽 전 자신에게 쏠리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린 나이답지 않게 침착하게 그런 부담감을 받아들였다. 1차 목표를 결선 진출로 잡은 뒤 결선에서 메달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실제 예선을 올림픽 신기록으로 마쳤다. 전체 1위로 나간 결선에서는 초반부터 상위권에 자리 잡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과녁 가운데에 꾸준히 명중시켜 한국 사격에 이번 대회 두 번째 금메달, 한국 선수단에 이번 올림픽 네 번째 금메달, 한국의 하계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을 선사했다.

한편, 전날 한국 여자 양궁대표팀이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여자 단체 결승에서 10연패를 달성한 데 이어 이날 남자 양궁대표팀도 단체전에서 개최국 프랑스를 꺾고 금메달을 따내 3연패 쾌거를 이뤄냈다. 여자 양궁 단체전 10연패는 현재 진행 중인 특정 나라의 특정 종목 연속 우승 최다 타이기록이다. 올림픽 남자 단체전에서 세 대회 연속 우승한 나라도 한국뿐이다.

파리 =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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