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올림픽 10연패

김광호 기자 2024. 7. 2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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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에서 올림픽 연속 10연패를 달성한 여자 대표팀 전훈영·임시현·남수현(왼쪽부터)이 시상대 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양궁이 세계에 ‘무서운’ 이름을 알린 것은 1979년 독일 베를린 세계선수권 때였다. 18세 여고생 김진호가 무려 5관왕에 오르면서였다. 당시만 해도 한국 스포츠가 세계 1등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온 나라가 들썩인 건 당연했다. 1959년 수도여자중 체육교사 석봉근이 청계천 고물상에서 우연히 만난 서양식 활로 양궁의 씨가 뿌려진 지 20년 만이었다.

한국 양궁이 전설을 썼다. 여자 양궁 대표팀은 지난 28일 파리 올림픽 단체전에서 대회 10연패를 달성했다. 단체전이 시작된 서울 올림픽부터 36년간 단 한 차례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올림픽 11연패에 도전하는 미국 남자 수영 400m 혼계영팀과의 ‘전설 경쟁’은 진행형이다.

“그게 한국 양궁의 원칙이고, 그 원칙이 한국 양궁의 힘입니다.” 한국 양궁은 선발전을 통과한 국가대표를 절대 바꾸지 않는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선발전 3위였던 무명의 최현주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훈련 때 6점을 쏘기도 했고, 교체 여론까지 나왔다. 그러나 뚝심 있게 밀고 나갔고, 그는 중국과의 결승에서 5연속 10점을 쏘며 ‘210 대 209’ 한 점 차 승리의 주춧돌이 됐다.

이번 여자 대표팀도 우려가 적지 않았다. 3명 모두 첫 올림픽 출전이었기에 경험 부족을 걱정하는 말이 이어졌다. 금메달 확정 후 눈물을 터뜨리면서, 선수들은 그런 지독한 부담감이 오히려 그들을 단단하게 묶었다고 했다.

그들은 부담감이라 했지만 책임감일 것이다. 이처럼 한국 양궁이 36년간 올림픽을 지배한 힘은 대회마다 누구나 동일 선상에서 정당하게 경쟁하고, 그 결과를 금메달로 책임진 사람들에게 있다. 역대 신궁들만 아니라 함께한 대표팀 선수들, 그들을 벼랑 끝까지 몰아세운 선발전 경쟁자들까지 모두가 만든 역사다. 그 바탕에 정정당당한 승부의 ‘원칙’을 지키는 스포츠 정신의 본질이 있음은 물론이다.

양궁은 홀로 강한 바람과 흔들리는 마음을 이겨내야 과녁에 도달한다. 그들은 태극마크와 한국 양궁이 품어온 ‘원칙’의 가치를 함께 가슴에 품고 사대(射臺)에 선다. 그 원칙은 굴레이기도 하고 힘이기도 하다. 원칙이 귀한 시대여서인지, 양궁 대표팀의 원칙 있는 10연패가 더욱 빛난다.

김광호 논설위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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