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3선 성공, 부정선거 후폭풍 예고

박영서 2024. 7. 2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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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대통령 당선인으로 확정된 후 카라카스의 대통령궁 밖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61)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 속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며 3선 고지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친(親) 여당 성향의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CNE)가 실시간 개표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개표 과정 참관을 원하는 시민 그룹을 차단하면서 야권과 국제사회 등에서 부정선거 의혹 제기가 이뤄지고 있어 거센 후폭풍이 예상됩니다.

엘비스 아모로소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장은 공식 투표 종료 후 약 6시간 지난 29일 0시 10분께 "80% 가량 개표한 결과 마두로 대통령이 51.2%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며 "2위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를 볼 때 마두로 대통령 당선은 불가역적 추이"라며 당선 사실을 공식화했습니다. 중도보수 성향 민주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74) 후보는 44.2%의 득표율을 보였다고 아모로소 위원장은 전했습니다.

이에 따라 2013년 처음 대권을 잡은 마두로 대통령은 내년부터 2031년까지 6년 더 베네수엘라를 이끌게 됐습니다. 임기를 마치면 무려 18년 간 장기 집권하게 되는 셈입니다.

아울러 베네수엘라에는 1999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이후 30년 넘게 좌파 통합사회주의당(PSUV) 일당 '차비스모' 체제가 유지되는 기록을 세우게 됐습니다. 차비스모는 차베스 전 대통령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로, 일반적으로 중앙집권적 민족주의 포퓰리즘 성향의 사회주의를 통칭합니다.

베네수엘라 현대 정치사의 '좌파 거물'인 우고 차베스(1954∼2013) 전 대통령의 생일날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마두로 대통령은 유세에서 미국의 제재 극복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유시설 현대화, 주변국 좌파 정권과의 연대 강화, 가이아나와 분쟁 중인 영토에 대한 자주권 회복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지요.

그는 중남미 대표적인 반미(反美) 주의자로, 최근 수년 간 이어진 경제난의 주요 원인은 미국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민주주의 훼손과 인권탄압 등을 이유로 베네수엘라 석유·가스 산업을 중심으로 강력한 경제 제재를 하고 있지요.

그러나 이번 결과의 투명성 등을 놓고 국제사회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도보수 민주야권 측은 부정선거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당장 전날 밤과 이날 새벽부터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나와 대기 줄을 만들 정도로 뜨거웠던 열기에 "개표 결과가 매우 기다려진다"며 승리를 예상했던 민주야권 측은 선관위 발표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일간 엘나시오날은 "투표 후 곳곳에서 민주야권 측 시민 그룹이 투표함 봉인과 개표 등 검증을 살피기 위해 개표장소에 입장할 것을 요구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물리적인 충돌과 (선관위 측) 폭언도 보고됐다"고 보도했습니다.

2014년 10월부터 10년째 국방부 장관을 맡고 있는 '마두로 최측근'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는 앞서 이날 투표가 진행 중인 시점에 현지 취재진에 "선거 관련 모든 자료와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지점마다 장병을 배치해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언급 한 바 있습니다.

앞서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번 대선 출구조사에서 곤살레스 후보가 65%의 예상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비해 마두로 대통령의 예상 득표율은 31%에 그쳤습니다.

피선거권 박탈 이후 곤살레스 후보와 함께 세몰이 선봉에 섰던 '베네수엘라 철의 여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56)는 투표 종료 후 1시간여 뒤 선거 캠프를 찾아 "국민 여러분께서는 투표소에서 철야하며 개표 과정을 지켜봐 달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것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마차도의 '불안한 예상'이 현실화하면서 경우에 따라선 야권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 선거 불복 운동이나 주민들의 국외 이탈 등 베네수엘라 사회가 혼란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내년 1월 10일 새로운 임기 6년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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