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칼럼] 트럼프의 귀환과 문재인 회고록

구본영 2024. 7. 2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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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의지 신뢰한 文
트럼프측 "김정은 안 믿어"
尹, 북핵 해법 B플랜 찾길
구본영 논설고문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회고록('변방에서 중심으로')을 다시 읽었다.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유세 중 피격돼 재집권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문 정부와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추진했던, 실패한 북한 비핵화협상의 전말을 알고 싶었다.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어서다.

하지만 의구심만 더 커졌다. 회고록은 사초(史草)로선 허술해 보였다. 외교 사료를 통한 객관적 기술이 아니라 재임 시 외교·안보 이벤트에 대한 주관적 소회로 기운 인상을 받았다. 중국 방문 중 '혼밥' 사건을 시시콜콜 해명한 데서 보듯이. 정작 판문점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USB 등 민감한 대목은 쏙 뺀 채….

회고록을 둘러싼 파문은 나라 안팎에서 이어졌다. 지난 5월 발간 당시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을 "영부인 첫 단독 외교"로 자평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었다. 대통령 전용기에다 3억7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였던 사안이라 '버킷 리스트 관광' 공방이 재점화됐다. 그 이면엔 정쟁적 요소도 깔려 있을 듯싶다. 거야가 디올 백 건으로 '김건희 특검'을 추진하자 여당이 '김정숙 특검'으로 맞불을 놓는 측면도 있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참모들과 외교적 진실게임으로도 번졌다. 5년 전 미·북 정상회담 결렬, 즉 '하노이 노딜'과 관련한 비화를 소개한 대목에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얼마 전 방한한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정면으로 반박했다. 필자는 현역 기자 때 외교·통일 분야를 오래 취재했다. 그래서 타지마할 논란보다 북한 비핵화 실패 책임을 둘러싼 한미 전 정부 간 평행선 공방의 진실이 더 궁금했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추진할 북핵협상에서 한미 공조의 방향타가 될 수 있어서다.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아직도 철석같이 믿는 건가. "비핵화하겠다는 김정은의 약속은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기술했다. 비핵화협상 무산을 미국 측 아량 부족 탓으로 돌리는 뉘앙스로도 언급했다. 즉 "하노이 회담 무산 과정에서 폼페이오나 볼턴, 펜스 부통령까지 발목 잡는 역할을 했다"며 책임을 백악관 참모들에게 떠넘겼다. 그러자 폼페이오 전 장관이 조목조목 반박했다. "'하노이 노딜'은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었다"고 단언했다. 특히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그걸 조금도 믿지 않는다"고 손을 내저었다. 지난달 말 방한한 볼턴도 "(우리는) 김정은이 핵 능력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쐐기를 박았다.

문 전 대통령은 또 김정은이 자신에게 "핵을 사용할 생각이 없다. 딸 세대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김정은의 이후 행보는 이와 딴판이다. 지난해 말 노동당 중앙위에서 "유사시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를 거론했다. 어린 딸 김주애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미사일 발사 현장에 대동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보다 트럼프 정부가 북핵의 진실을 냉철하게 읽고 있었다는 방증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은 "삶은 소대가리" 운운하며 문 전 대통령마저 '손절'했다. 트럼프도 2021년 "김정은은 문재인을 존중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의 '김정은 짝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은 건가. 회고록을 보면 북핵 문제와 관련, 동맹인 미국은 믿지 않는 김정은의 말을 여전히 신뢰하는 듯하니 말이다.

잠든 자는 깨울 수 있어도 '잠든 척'하는 사람은 깨우기 어려운 법이다. 혹여 문 정부가 북의 핵 야욕을 알면서도 '모른 척'한 거라면 큰 문제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첫 2년간 카운터파트는 윤석열 정부다. 지지도 하락 등 내치의 곤경은 용산의 자업자득이라 치자. 다만 확실한 북한 비핵화 이전에 제재부터 풀어야 한다는, 문 정부식 해법과는 선을 그어야 한다. 윤 정부가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B플랜을 강구할 때다.

kby777@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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