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경영구멍 1조… M&A `무한대기`
KDB생명, 여섯번째 매각 무산
관계자 "금융사 등 나서야 회복"
보험사 잠재 매물이 쏟아졌지만, 완주하지 못한 곳으로 '적체 현상'이 심각하다. 최근 롯데손해보험에 이어 삼수생인 MG손해보험의 매각이 불발됐다. MG손해보험은 KDB생명과 같이 재무 상태 악화로 인해 인수가와 별도로 1조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 부담이 걸림돌로 꼽힌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MG손해보험 3차 매각 시도가 무산된 이후, 재매각 및 계약이전 등 추가 공개 매각을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본입찰에 한 곳도 나서지 않으면서 향후 대응 방향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9일 MG손보의 본입찰 마감일에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없었다. 예비입찰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데일리파트너스와 미국계 PEF 운용사 JC플라워 등 복수의 원매자가 관심을 보였지만 본입찰에는 응하지 않았다.
이들은 실사 이후 MG손보의 경영 개선을 위한 투입 비용이 크다는 점에 부담을 느꼈다. MG손보의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 수준이지만, 인수 이후 증자 등 경영 정상화에 필요한 비용이 1조원에 달한다. 최근 예보가 재매각 절차에서 원매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비용 지원 방식도 내걸었지만, 추가 비용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MG손보의 새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76.9%(경과조치 후)로 업계 최하위 수준이다. 올 1분기 경과조치 후 기준은 52.1%로 전분기 대비 24.8%포인트(p) 악화했다.
시장에선 MG손보가 최악의 경우 청산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예보가 예금자보험법 제37조에 의거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지원금(3000억~4000억원)을 꺼낼 것으로 예상한다. 대주주인 JC파트너스와 금융당국 간 법적 분쟁도 변수가 될 수 있다. JC파트너스는 MG손보의 부실금융기관 지정 이후 불복해 취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예보 등 당국 주도로 매각이 거듭 실패하면서 추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생명보험업계에서 KDB생명도 같은 처지에 놓였다. KDB생명은 10년째 잠재 매물로, 여섯 번 매각 시도에도 인수 희망자가 없어 번번이 무산됐다. KDB생명 역시 경영 정상화를 위한 1조원가량의 추가 비용 부담이 있다.
KDB생명의 킥스 비율은 올 1분기 말 기준 44.5%(경과조치 전), 129.2%(경과조치 후)로 업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추가 매각 작업을 계획하며, 유상증자 등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총 1조5000억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KDB생명의 건전성 개선이 쉽지 않은 만큼 시장의 기대감은 크지 않다.
롯데손해보험도 답보 상태다. 최대 3조원 규모의 지나친 높은 매각가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며 인수하려는 곳이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우리금융지주도 이 같은 비용 부담에 본입찰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인 PEF 운용사 JKL파트너스는 '상시 매각' 전환 전략으로 선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목적인 사모펀드보다는 자본력이 있는 금융지주사 등 큰손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보험 인수합병(M&A)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지주사 중에서는 우리금융, 하나금융, 신한금융 등이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 유일하게 4대 금융 중 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롯데손보 대신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로 인수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가 절실한 하나금융은 지난해 KDB생명의 인수를 중도 포기한 이후 비금융 부문 강화를 주요 경영 과제로 내걸었지만, 아직 뚜렷한 방향성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보험사 중에서는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인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인수 실패 이후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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