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보사·국정원의 잇단 보안 사고, 안보당국 끈 풀렸다
대북·해외 첩보 업무를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해외 요원의 신상이 담긴 기밀 정보가 북한 등에 넘어간 정황이 포착돼 국군방첩사령부가 수사 중이라고 한다. 유출된 정보가 최대 수천 건에 이르고 신분을 위장해 활동하는 ‘블랙 요원’ 정보도 포함됐다니,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국가정보원 요원의 동선이 미국에서 고스란히 노출돼 국제적 망신을 산 게 불과 2주일 전이다. 대한민국의 양대 정보기관인 정보사·국정원의 업무 보안에 줄줄이 구멍이 뚫린 셈이다.
방첩당국은 29일 정보사 군무원 A씨의 개인 노트북을 통해 첩보요원 신상정보 등 1급 기밀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사실을 파악하고 조만간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노트북이 해킹됐다고 주장한다는데, 기밀자료가 개인 노트북에 저장됐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국가를 위해 위험 임무를 수행하는 요원들의 안위는 물론, 유출된 정보가 어떻게 활용될지도 걱정스럽다. 무너진 첩보 시스템을 다시 구축하는 데 하루 이틀로 될 일이 아니라서 그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우려된다. 당국은 역량을 총동원해 어떤 정보가 어디로 유출됐는지, 공범자가 있었는지 사건의 전모를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
정보·보안 사고는 이전 정부에서도 없지 않았지만, 올 들어 윤석열 정부에서 빈발하고 있다. 미국 연방 검찰이 지난 16일 한국계 대북 전문가인 수미 테리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을 지난 10년간 국정원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비공개 정보 등을 넘긴 혐의로 기소했다. 국정원 요원이 테리 연구원과 접촉한 사진까지 공개됐다. 국정원은 그 낌새조차 까맣게 몰랐다고 하니, 이런 ‘정보 참사’도 없다. 지난 1월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근무하던 인도네시아 노동자가 국산 전투기 KF-21 개발 정보를 빼내고 있었는데도 뒤늦게 알아채는 한심한 일도 벌어졌다.
정보기관은 소리 없이 은밀하게 움직인다. 국민들은 그 활동을 세세하게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다. 정보전의 최전선에서 국익과 국가 안보를 위해 활약하고 있다는 믿음만 가지면 된다. 그런데 정보기관의 허술한 활동이 자꾸 드러나는 것은 첩보·보안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가 정보 역량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 국정원 시행령을 고쳐 국내 문제에 개입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정보기관은 본연의 업무에 더 집중토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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