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혼서비스 ‘스드메’가 먼저 꺼낼 인구비상대책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출범한 인구비상대책회의가 29일 두번째로 열렸다. 이날 논의된 대책들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인구대책이라고도, 비상대책이라고도 할 수 없는 일명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불공정 약관 개선, 공공임대주택 면적 기준 폐지 등 단편적 정책에만 천착하고 있으니, 이래서야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하고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겠는가.
정부가 내놓은 첫번째 인구비상대책은 ‘스드메’라 불리는 결혼준비서비스의 불공정 약관 개선이었다. 과다한 위약금이나 부대서비스 끼워팔기 등을 근절하고, ‘소비자피해주의보’를 발령해 예비부부들의 불만을 해소해주겠다는 것이다. 또 공공임대주택 공급 시 출산가구를 입주 1순위로 선정하고, 아이가 있는 가구에 불편하지 않도록 가구원 수에 따른 면적 제한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 출생률의 추세 반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닌 건 분명하다. 하지만 결혼 자체를 포기하는데 스드메 불공정 약관을 개정해 준들 무슨 소용이며, 집값이 계속 치솟는 상황에서 공공임대주택 면적 제한을 폐지해준다고 누가 결혼을 결심하겠는가.
정부가 여전히 실패한 정책을 답습하는 와중에도 한국의 인구구조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생산연령인구(15~64세)에서 내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69.8%를 기록해 처음으로 70%선 아래로 내려왔다. 출생률은 해마다 급락하고,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높아져 70%라는 국내 노동인구 선이 무너진 것이다. 그 속에서 국내 총인구는 외국인 거주자 증가에 힘입어 3년 만에 반등했다.
저출생과 이민자 증가라는 사회적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야심차게 출발한 인구비상대책회의마저 지엽적인 생색내기 정책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암담할 따름이다. 정부는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위해 근시안적 정책을 마구잡이식으로 던질 게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교육과 사회보장제도 전반을 개혁해야 한다. 비혼 동거인 자녀의 법적 보호와 복지부터 차별이 없어야 한다. 나아가 성평등 사회를 설계하는 여성가족부 장관의 장기 공석 사태를 끝내고, 차별·배제 위주의 이주 노동 정책과 이민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보는 중장기 계획을 세울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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