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해 파악도 못하는 티메프 사태, 이커머스 전수조사하라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급결제대행업체가 결제 취소 절차를 재개해 소비자 환불이 일부 시작됐지만, 판매사 대금 지급 문제는 출구를 못 찾고 있다. 29일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티메프와 거래한 서울 용산 전자상가 업체 20여곳에서 800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 A업체는 지난해 매출 480억원에 당기순이익 10억원을 올렸는데 이번에 티메프에 50억원이 물려 사업주는 신용 불량자, 직원들은 실업자가 될 처지라고 한다. 용산 상가에서만 다음달 길거리에 나앉을 사람이 200명이 넘는다는 흉흉한 얘기가 돌고 있다.
이번 사태 원인은 단순하다. 티메프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물품·서비스 대금을 판매사에 제때 주지 않아 일어났다. 판매사에 대금 지급이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소비자에 물품을 팔았다면 사기 행위나 마찬가지다. 만약 이 과정에서 티메프 경영진이 고객 돈을 다른 사업에 돌려쓰거나 쌈짓돈처럼 빼썼다면 횡령·배임이다. 사태 발생 일주일이 지났지만 티메프 측은 지금껏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이날 입장을 발표했지만, 정확한 피해 규모도 밝히지 않고 구체적인 정산 계획도 제시하지 않았다. 구 대표는 오히려 “파트너사들과의 기존 정산 지원 시스템을 신속히 복원하지 못하면 판매자 피해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대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말이 무책임하기 그지없다.
업계에선 구 대표가 그룹 핵심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하면서 티메프 자금으로 돌려막기했다는 설이 돌고 있다. 구 대표는 이번 사태가 터지자 큐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에서 사임했고, 큐익스프레스는 “티메프의 정산 지연과 큐익스프레스 사업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와중에도 이득을 챙기려고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니 진상이 드러날 것이다.
정부는 이날 티메프 사태로 정산받지 못한 업체들에 5600억원의 유동성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티메프와 거래한 업체가 전국적으로 6만여곳이다. 5월까지 발생한 미정산 금액만 2000억원에 이르고 6~7월분과 상품권 금액 등을 포함하면 1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업계의 부조리한 관행을 혁파해야 한다. 쿠팡 같은 기업도 납품에서 정산까지 30~60일이 걸린다고 한다. 전자상거래 기업의 자금 상황과 정산 기간 등을 전수조사하고, 강화된 소비자·판매자 보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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