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POINT] 홍명보 'K리그 발전-존중' 약속...울산 팬들 등지고 떠났는데 믿을 수 있나

신동훈 기자 2024. 7. 2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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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인터풋볼=신동훈 기자(신문로)] 홍명보 감독은 K리그 발전을 약속했지만, 그가 등지고 떠난 K리그 팬들은 그 말을 믿지 못한다.

홍명보 감독은 29일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 선임 기자회견을 가졌다. 본격 기자회견에 앞서 홍명보 감독은 취임사를 말했는데 A4 8장을 들고 나섰다. 가장 먼저 언급한 건 울산 HD 팬들을 향한 사과였다.

울산은 시즌 중 감독을 잃었다. 경질이나 사퇴가 아닌 대표팀 부임이라는 예상 밖 변수였다. 한 클럽의 감독이 중도에 대표팀 감독으로 가는 경우는 매우 흔치 않다. 울산은 홍명보 감독과 함께 이적시장을 보냈다. 홍명보 감독을 보고 온 선수도 있고, 홍명보 감독 선택을 못 받아 나간 선수도 있다. 구단 운영 방향도 홍명보 감독과 함께 준비했다. K리그1 더 나아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으로 떠났다. 이별을 준비할 시간도 없었다. 유력 후보로 거론이 됐지만 계속해서 거절 의사를 내비쳤고 "울산 팬들은 안심해도 된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다 돌연 대표팀행을 선택했다. 이후 울산 감독으로 광주FC전에 나섰다. 팬들의 야유와 비판을 직접 보고 들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가장 필요했던 건 사과였다. 자신과 함께 한 울산 관계자들, 선수들, 코칭 스태프들, 팬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였다. 사전 기자회견에선 "경기 후에 다 말하겠다"고 했는데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질문이었던 "울산 팬들에게 건네는 이야기는?"이 나오기 전까지 울산 팬들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15일 인천공항에서 열렸던 출국 기자회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울산을 넘어 K리그에 사과가 필요했다. 과거엔 대표팀이 무조건 우선이고 K리그는 후순위였다. 대표팀을 위해 희생을 하던 게 당연했다. 지금은 아니다. 리그가 대표팀 아래에 있다는 생각은 구시대적인 발상이고 전체주의적인 생각이다. 국가를 위해 리그의 희생이 강요되어야 할 이유는 더 이상 없다. 그렇기에 리그를 등한시하는 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인데 홍명보 감독은 울산과 K리그를 등지고 대표팀으로 홀연히 떠나는 선택을 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홍명보 감독은 "K리그 팬들 마음을 저버린 것에 대한 미안함과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섰다. 울산 팬들에게 사과와 용서를 먼저 구한다. 울산 팬들의 지지와 응원 속에 다시 감독으로 일어설 수 있었다. 이번 선택이 팬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렸다는 점에서 고개 숙여 죄송다하는 말씀을 전한다"고 하며 일어서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이어 "울산과 K리그 팬들에게 깊은 용서를 구한다. 질책과 비판도 겸허히 수용하겠다. 용서받는 방법은 한국 축구 발전과 성장을 이끄는 것뿐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광주전, 출국 기자회견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러면서 K리그 발전에 대해 계속 언급했다. 홍명보 감독은 " K리그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K리그 중요성도 경험했다. 소중한 경험을 통해서 한국 축구 뿌리인 K리그와 동반 성장을 하겠다. 젊은 유망주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발전적 방향으로 A대표팀이 선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 A대표팀 발전과 K리그, 유소년 시스템 동시 발전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질의응답 중 "K리그 중요성을 느꼈다고 했는데, 시즌 중에 떠났다. 다른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었는데 대표팀 감독으로만 가능한 일이었나?"는 질문에 대해선 "K리그 감독을 하다 중도에 나오게 된 건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다. K리그 팬들, 구성원 모두에게 죄송하다"고 하며 또 사과를 했다.

10년 전 있었던 K리그 무시 논란에 대해서도 답했다. 홍명보 감독은 "10년 전엔 실패를 했고 아는 선수들로 뽑은 인맥 축구라는 소리도 들었다. 인정을 한다. K리그에서 단편적인 선수들만 뽑다 보니 정말로 팀에서 역할을 해야 하는, 이름값은 없지만 헌신을 하는 선수들을 잘 몰랐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들을 못 뽑은 게 사실이다. K리그 3년 반 동안 있었고 각 팀에 있는 주요 선수들,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을 다 알고 있다. 지금 들어가면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부터 여러 이름들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다. 10년 전과 차이점이다. 유럽과 K리그 전체적으로 봐서 경기력이 좋은 선수들을 뽑겠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계속해서 K리그 발전과 중요성을 언급하며 대표팀 운영 방향성 중 하나로 강조했다. 하지만 K리그를 등지고 떠난 감독이 과연 K리그를 얼마나 존중하고 위할지는 미심 쩍은 게 사실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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