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으로 선발, VR장비로 첨단훈련 했더니 … 메달 탕·탕·탕
대표 선발에 결선제 첫 도입
2000년대생 주축 세대교체
선수 맞춤형 체계적 준비도
대회 앞두고 목표 상향 조정
금2·은2…추가 메달 기대감
한국 사격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대반전'을 이뤘다. 연이어 깜짝 메달이 나오고, 선수들이 골고루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대표 선발 시스템 혁신부터 세대교체 성공, 체계적인 훈련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춘 결실이 파리올림픽에서 맺어지고 있다.
한국 사격은 대회 개막 이틀 만에 메달 4개(금2·은2)를 획득하며 한국 선수단의 대회 초반 메달 레이스를 이끌고 있다. 직전 대회였던 2020 도쿄올림픽(은1)과 2016 리우올림픽(금1·은1) 때 거둔 성적을 넘어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둔 2012년 런던올림픽(금3·은2) 이상을 넘볼 정도다.
체육계에서는 "사격대표팀이 제대로 큰일을 해냈다"며 파리올림픽에서의 초반 성과를 반기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파리올림픽 개막 전부터 사격을 다크호스 종목으로 꼽았다. 올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사격대표팀 선수들이 심상치 않은 성적을 내왔기 때문이다. 지난 5~6월 아제르바이잔과 독일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에서 한국은 10개 메달을 땄다. 그것도 한 명에 의존하지 않고 7명이 골고루 성과를 냈다.
사격대표팀의 부활을 이끈 원동력으로는 대표 선발 시스템 혁신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올림픽·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은 5차례 본선만 치렀다. 5차례 진행한 선발전에서 획득한 점수를 합산한 기록을 통해서만 국가대표를 뽑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는 결선 시스템을 사상 처음 도입했다. 5차례 본선을 치르고 각 종목 상위 8명이 올림픽처럼 한 명씩 탈락하는 녹다운제로 치러지는 결선을 한 번 더해 가산점을 부여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결선 시스템을 도입한 이유는 2020 도쿄올림픽 때 메달이 걸린 결선에서 무너지는 선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에서 철저하게 당시 경기력을 분석한 뒤 결선 제도의 필요성을 느끼고 도입했다"면서 "한 번 더 경기를 하는 게 선수들 입장에서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겠지만, 본선뿐 아니라 결선에서의 긴장감과 격발법을 미리 경험해 선수들이 고루 성장하자는 취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시스템 변화에 대한 사격계 내부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이은철이 지난해 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으로 부임한 뒤 "공격적인 전략과 변화 없이는 국제 대회에서 경쟁력을 가져갈 수 없다"며 적극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한국 사격은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뤘다. 새로운 선수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파리올림픽에 나선 사격대표팀 선수 16명 중 2000년대생이 9명, 절반을 넘었다. 올림픽을 경험한 선수는 여자 트랩의 이보나, 남자 속사권총의 송종호 둘뿐이었다. 경험 부족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신예급 선수들이 대표팀 분위기를 새롭게 이끌었다.
사격계 한 관계자는 "현재 대표 선발 시스템은 10대부터 70대까지 누구나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최근 실용사격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개그우먼 김민경도 선발전만 통과하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신예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새로운 스타가 나올 발판이 마련된 셈"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이 꾸려진 뒤에는 훈련도 체계적으로 진행했다. 선수의 경기력 향상에 필요한 건 뭐든 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과학원의 도움 등으로 시뮬레이션 훈련장, 가상현실(VR) 세트장을 통해 파리올림픽 사격장을 선수들이 미리 경험했다.
'올림픽 초보'들이 많지만 사격대표팀 선수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이달 초 사격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선수들은 서로 "메달이 가능하다"며 큰소리를 쳤다. 장갑석 사격대표팀 총감독은 지난 5월 파리올림픽 목표를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로 설정했다가 이달 초 미디어데이에서는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로 상향 조정했다. 보통 경기를 앞두고 부담감을 이유로 목표를 조심스럽게 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격대표팀은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 이를 대외적으로 알렸다. 선수들에게도 올림픽 목표 공개는 좋은 동기 부여가 됐다.
한국 사격이 파리올림픽에서 메달을 추가 확보할 종목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땄던 김예지는 주종목 25m 권총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여기에다 오예진·이원호가 나설 10m 공기권총 혼성도 메달이 유력하다. 또 여자 50m 소총 3자세 이은서, 남자 25m 속사권총 송종호도 메달을 노릴 후보다.
[파리 김지한 기자 /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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