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찾아줘" 주인 잃은 무선이어폰 수천개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4. 7. 2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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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서울경찰청 유실물보관센터에 들어서자 만물상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지난해 서울청 유실물보관센터에서 원래 주인에게 돌아간 물건은 71개, 신고한 사람에게 소유권이 돌아간 건수는 586건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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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유실물센터 르포
하키스틱·바이올린·타이어 등
서울 각지 유실물 통합 관리
10개중 7개는 무선이어폰
215평 규모…3교대 철통보안
6개월간 주인 못찾으면 공매
주요 분실 장소 역사 화장실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서울경찰청 유실물보관센터에서 박정규 센터장이 무선 이어폰만 보관된 공간에서 유실물인 이어폰들을 확인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서울경찰청 유실물보관센터에 들어서자 만물상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길이 170㎝에 달하는 아이스하키 스틱을 비롯해 바이올린, 자전거 타이어 50개 묶음, 성인 몸통만 한 조립 자전거 새 상품, 재봉틀, 양주에 이르기까지 잃어버린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물건이 센터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이곳 유실물보관센터로 서울 전역에서 주인을 찾지 못한 물건들이 모여든다. 현재 이곳에서 보관하고 있는 유실물만 1만9180점. 공간상 제약이 있어 잃어버린 물건을 다 가져다놓지는 못하고 되팔았을 때 가치가 있는 물건을 선별해 보관한다.

박정규 서울청 유실물보관센터장은 "분실물은 경찰서, 지하철, 공항 등에서 한 달간 보관하다가 일부는 폐기 처분하고 값어치가 있는 물건은 센터로 인계한다"며 "센터에서 6~9개월간 더 보관되다가 그때까지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공매를 통해 국고로 귀속된다"고 설명했다.

유실물보관센터는 서울청 유실물보관센터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7곳이 있다. 1986년 개관한 서울청 유실물보관센터는 지하 1층~지상 2층에 연면적 710㎡(약 215평) 규모이지만 마치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박물관처럼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보관 물품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방마다 24시간 자동으로 온습도가 조절되는 에어컨이 가동될 정도다. 이뿐만 아니라 혹시 모를 도난 등을 막기 위해 경찰과 직원을 포함한 직원 5명이 3조 2교대로 근무하며 24시간 센터를 지키고 있다.

6개월 동안 원주인이 찾으러 오지 않으면 소유권은 물건을 주워 신고한 이에게 넘어간다. 이때 신고한 사람은 소유권을 포기할 수 있다. 지난해 서울청 유실물보관센터에서 원래 주인에게 돌아간 물건은 71개, 신고한 사람에게 소유권이 돌아간 건수는 586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유실물(3만4803점) 중 실제 주인에게 돌아간 비중은 0.2%에 불과한 셈이다. 간혹 택배로 잃어버린 물건을 배송해달라는 황당한 요청을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공간상 제약이 있다 보니 유실물로 신고된 지 6~9개월 후에는 공매가 진행된다. 서울청 유실물보관센터가 공매를 통해 지난해 국고로 귀속시킨 액수는 총 6억1300만원이었다.

많이 잃어버리는 물건 종류도 세월 흐름에 따라 바뀌고 있다. 2010년대 유실물보관센터가 가장 많이 보관한 물건은 단연 휴대폰이었다.

최근에는 무선 이어폰이 유실물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무선 이어폰으로 가득 찬 보관 장소가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올해 2분기 공매 대기 중인 유실물 5500점 중 4000점(약 73%)이 무선 이어폰이었다. 유실물을 가장 많이 습득하는 곳은 지하철 역사 화장실이다.

전국적으로 잃어버리는 물건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유실물 건수는 2021년 93만4381건에서 2023년 112만8132건으로 2년 새 21% 증가했다. 경찰청은 온라인에서도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용이하도록 유실물 통합포털(LOST112)을 운영하고 있다.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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