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에 쓰러지는 기업들···기업 회생·파산 신청 역대 최대
작년 파산 신청 1657건·기업회생 1024건
코스닥 기업은 유상증자로 자금 확보
대기업은 회사채 발행해 대부분 차환
고금리와 함께 경기 부진 장기화로 규모가 작은 기업 순서대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자금을 조달할 여유조차 없는 기업들은 기업회생을 신청하거나 파산으로 직행하는 가운데 코스닥 기업들은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에 급급한 모습이다. 대기업 역시 채무상환이 시급해 설비투자 등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29일 삼정KPMG에 따르면 지난해 파산을 신청한 기업 수는 1657건으로 전년 대비 65.0% 급증했다. 코로나19 위기 때인 2020년(1069건) 수준을 크게 뛰어넘어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회생 건수도 전년 대비 54.9% 증가한 1024건으로 역대 최대인 2009년(1003건) 수준을 넘어섰다. 삼성KPMG는 기업 구조조정 규모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1~5월 기업회생과 파산 신청 건수는 각각 433건, 81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6%, 26.8% 증가하는 등 회생·파산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대출 만기 연장, 원금·이자 상환 유예 등으로 호흡기를 달고 있던 중소기업들이 금리 인상과 경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한계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코로나19 금융 지원의 단계적 종료로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고금리 충격도 본격화되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부채가 50억 원 이하인 소규모 기업의 간이회생 신청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법인회생 신청 가운데 간이 회생 비중은 지난해 47.1%에서 올해 1~5월 57.2%로 상승했다. 위기 돌파능력이 없는 소규모 기업에 경제적 어려움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회생 절차를 통해 기업을 살리려는 모습보다 파산을 선택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삼정KPMG 관계자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부진으로 자금난이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경기 부진 등으로 회생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다”며 “사전계획안을 마련하는 것이 어렵고 회생 절차도 지연되는 등 제도적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사들도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급급하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사의 유상증자 발행 규모는 7조 66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 유가증권 시장의 유상증자가 4조 3119억 원으로 2.9% 늘어난 가운데 코스닥 시장의 유상증자가 3조 2612억 원으로 17.7%나 급증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돈을 받고 주식을 신규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기업 대출이나 회사채 발행 이자 부담이 커지자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유상증자를 통해 설비를 확충하기보다는 운영자금이나 채무상환 자금으로 활용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탁원에 따르면 제3자 배정 방식(45.8%)과 주주배정 방식(32.4%)이 대부분이었으나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일반공모 방식도 21.8%로 나타났다. 유상증자 소식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 손실도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 HLB생명과학·신라젠·샤페론·캐스텍코리아·SG·퀄리타스반도체 등 다수 기업이 유상증자를 공시한 후 주가가 하락한 바 있다.
반면 주주에게 돈을 받지 않고 신규 발행한 주식을 지급하는 무상증자는 5억 2026만 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감소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 무상증자가 66.0% 늘었으나 코스닥 시장에서 무상증자가 36.2% 줄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도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기업 등이 발행한 일반회사채는 33조 51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1조 161억 원) 증가했다. 발행된 회사채의 74.5%가 채무상환 목적으로 발행됐다. 반면 시설 투자 등에 활용하기 위해 발행한 회사채 비중은 7.3%에 그쳐 최근 5년 이내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기업의 34.0%는 올해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경영 활동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고금리 등 자금 조달 부담 등을 꼽았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국내 기업들의 업활 실적과 전망이 다시 둔화하면서 투자 여건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송이라 기자 elalal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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