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압감이 뭔가요, 우린 긴장도 즐기는 올림피언"
경기 전날 꿀잠 19세 오예진
캔디 '새콤달콤' 먹고 金 명중
양궁 10연패 남수현·임시현
시상식 세리머니 미리 준비
"금메달 상상하며 즐겼다"
수영銅 김우민은 시상대 셀카
◆ 2024 파리올림픽 ◆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냥 즐겨' 이렇게 내뱉었죠."
2005년생 오예진(19)은 첫 올림픽 무대에서도 긴장하지 않았다. 그동안 흘린 땀으로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압박감보다 매 순간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금빛 레이스를 하루 앞두고도 밤잠을 설치기보다 '꿀잠'을 잤다고 한다. 그는 "제가 메달 유력 후보는 아니라고 해도 신경 안 썼다"며 "내 것만 하면 다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 10대의 당당함을 뽐냈다.
국제사격연맹(ISSF) 세계 랭킹 35위인 오예진이 8년 만에 한국 사격에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비록 메달 전망 선수에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그의 밝은 에너지가 최상의 결과로 돌아온 셈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출생자를 뜻하는 Z세대가 파리 올림픽을 지배하고 있다. 긍정 마인드와 악바리 근성, 낙천적인 성격으로 꿈의 무대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들은 압박감을 느끼는 경쟁 구도에서도 즐기는 마음가짐으로 승부한다는 것이다. 남 탓이나 환경 탓을 하지도 않는다. 올림픽 출전 경험이 쌓일수록 부담감에 긴장하는 선배들과는 다른, 이들만의 장점이다.
올림픽 10연패라는 대업을 달성한 한국 여자 양궁 선수들도 "올림픽은 무거운 무대가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임시현(21)과 남수현(19)에게 이번 파리 올림픽은 데뷔 무대다.
특히 2005년생인 남수현은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예임에도 결승전에서 대범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금메달이 상당히 묵직하다"며 천진난만함을 보였던 남수현은 준결승 네덜란드전 슛오프에서 영양가 만점짜리 10점을 쏘며 탈락 위기였던 한국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남수현은 "(올림픽이) 생각했던 것보다 무겁게 다가오지 않았다"며 "막상 실제 경기를 하니까 즐기면서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양궁 에이스' 임시현은 스물한 살의 청년임에도 악바리 근성을 가지고 있다. 임시현에게 매일 24시간 지속되는 훈련은 결코 지옥이 아니었다. 하루하루 활과 과녁, 파리만 생각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상상하는 건 오히려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임시현은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Z세대는 무대에 오르기 전 긴장을 푸는 방법도 남다르다. 오예진은 사대 입장 5분 전과 입장 바로 전 두 차례에 걸쳐 새콤달콤 레몬맛 사탕을 즐겨 먹는다. 중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사격 테스트를 하면서 먹은 기억 때문에 생긴 습관이다. 금메달을 따낸 후에는 엄마와 반려동물, 마라탕이 떠올랐다고 한다. 오예진은 "제주도 집에서 반려동물로 사모예드를 꼭 키우겠다"며 "엄마랑 같이 마라탕 먹으러 가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힘들 때 서로 의지하는 것도 Z세대의 힘이다. 룸메이트인 남자 수영 김우민(23)과 황선우(21)는 서로 밀고 끌어주는 동반자다. 김우민은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황선우가 진심으로 축하해줘 힘이 났다고 한다. 황선우가 자유형 200m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했을 때는 반대로 김우민이 황선우의 곁을 지키며 "괜찮다"고 위로했다.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예선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쏜 '여고생 총잡이' 반효진(17)도 대표적인 Z세대 선수다. 대표팀 막내임에도 침착함과 패기가 그의 무기다.
앞서 반효진은 박하준과 짝을 이뤄 공기소총 10m 혼성 경기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파리 도착 직후 컨디션을 끌어올린 금지현으로 교체됐다. 경험이 많지 않은 그에게 심적 동요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었으나 반효진은 마음의 안정을 잃지 않았다.
그는 "나이는 제일 어리지만 독하게 치고 올라가고 싶다"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겠다"고 밝혔다.
Z세대는 세리머니도 호탕하다. 김우민은 시상대에서 루카스 메르텐스(독일·금메달), 일라이자 위닝턴(호주·은메달)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김우민은 "한국 제품을 들고 셀피를 찍는 사람이 돼 애국심을 느꼈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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