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방송3법 8개월만에 또 '尹거부권' 유도···노란봉투법도 밀어붙일 듯
尹, 21대 국회 이어 다시 거부권 행사 전망
野 비슷한 법안으로 ‘대통령 거부권 유도’ 지적도
노란봉투법·민생회복지원법 등 거부권 예상 속
與 ‘필리버스터 외 대응 방안 없어’ 지적
주요 상임위 가동 멈추며 민생법안 뒷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국민의힘 주도로 5박 6일간 진행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강제 종료시키고 30일 ‘방송4법’의 마지막 법안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처리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지 8개월 만에 같은 법안들에 재차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유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등 정부와 여당이 강력 반대하는 법안들도 줄줄이 처리를 예고하고 있다. 쟁점 법안에 대한 야당의 본회의 상정과 여당의 필리버스터 후 야당의 단독 처리,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도돌이표처럼 22대 국회를 지배하는 형국이다.
야당은 29일 본회의에서 문화방송(MBC) 이사진 증원을 골자로 한 방문진법 개정안을 재석 의원 187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야당은 곧장 EBS 이사진을 확대하는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상정했으며 국민의힘도 재차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 24시간이 지나는 30일 오전 토론을 종료시키고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도 처리할 방침이다. 이로써 방송3법과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등 방송4법이 모두 야당 단독으로 처리될 것이 확실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초 방송3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당시 폐기된 법안과 내용 면에서 거의 똑같은 방송3법에 방통위법 개정안까지 발의해 재차 초고속으로 법안 처리를 시도해왔다. 대통령 거부권을 유도하듯 입법 독주를 가속화한 것이다. 취임 후 지금까지 열다섯 번의 거부권을 행사한 윤 대통령이 방송4법에 대해 각각 거부권을 쓰면 2년 3개월 동안 열아홉 번의 거부권을 행사하는 셈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독이 든 사과를 계속 내밀면서 ‘왜 안 먹니, 왜 안 먹니’ 하면 당연히 저희는 국민을 위해 거부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에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 방침을 시사했다. 이에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방송 장악을 위한 여당의 떼쓰기”라고 반박했다.
야당이 당장 다음 달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노란봉투법도 지난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법안이다.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 붕괴 우려로 경제계는 끊임없이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가운데 경제6단체는 이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찾아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를 저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추 원내대표는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사력을 다해 통과 저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통령 거부권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도 대통령 거부권 없이 야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당장 쓸 수 있는 카드가 필리버스터밖에는 없다는 자조섞인 지적이 나온다. 조지연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현금 살포법이나 불법 파업 조장법 역시 민주당이 일방 독주로 강행한다면 우리도 국민들에게 이 법안에 대한 부당성, 경제에 미칠 파장 등을 종합적으로 소상히 알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필리버스터를 예고한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방송4법뿐 아니라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 및 이상인 전 방통위 부위원장 탄핵 등 공영방송 이사를 둘러싼 여야 충돌이 7월 임시국회 내내 반복되면서 정작 중요한 민생 법안들은 뒷전으로 밀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등 상임위는 제대로 회의조차 열지 못하며 개점휴업 상태다. 이에 여야 간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기보다 민생 법안 심사에 본격 돌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김예솔 기자 losey27@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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