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도 할 수 있어요…집중력·감정 조절 능력 키워줘

한겨레 2024. 7. 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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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하는 명상
국내외 공교육계 도입 시작
대구, 올해 명상교육 확대해
감각·주의 집중 유지 훈련
명상으로 ‘평화 수업’ 실시
아이들은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집중력이 약해 명상이 어렵다는 편견이 있지만 교육자가 잘 이끌어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마음챙김놀이터 제공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친구 사귀기, 친구와의 미묘한 관계와 갈등, 학업 스트레스…. 아이들은 일상을 살아가면서 어른의 상상보다 훨씬 더 많은 자극들을 받는다. 그 자극은 아이를 키우는 자양분이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감정 조절 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버거울 수 있다. 특히 팬데믹 시국을 거치면서 아이들의 마음 건강은 그 어느때보다도 위태로워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만 6~17살 아동·청소년은 총 3만7386명으로, 2018년 2만3347명과 비교해 60.1%나 늘었다.

마음의 병을 앓는 아이들이 느는 가운데, 마음을 돌아보고 다스리는 데 유용한 명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뇌의 편도체는 부정적인 상황이나 감정에서 더욱 민감하게 작동하는데, 이때 전전두엽을 활성화해 나쁜 생각의 고리를 끊고 감정 조절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훈련이 명상이다.

마음의 힘을 길러주는 명상

명상의 효과는 어른에게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스트레스 환경 자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감각과 주의를 한곳에 집중하고 유지하는 훈련을 하면서 최소한 환경에 덜 휘둘리는 마음의 힘을 키울 수 있다. 특히 두뇌 발달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영유아기와 학령기 아이들에게 명상은 더 효과적이다. 디지털 기기, 숏츠 콘텐츠 등 자극적인 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이 집중력을 키우고 학습 능력을 향상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명상의 효과가 속속 입증되면서 국내외 공교육계도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미국은 지난 2015년 ‘학업·사회·정서적 능력 함양을 위한 학습법’을 제정하고, 일찌감치 명상 프로그램을 학교에 활발하게 도입하고 있다. 뉴욕시 공립 유치원과 고등학교들은 수업시간 2~5분 정도를 마음챙김 호흡에 할애한다. 미국 워싱턴DC 라파예트 초등학교는 학교 총격 사건이 늘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상으로 아이들을 평화로운 상태로 이끄는 ‘평화 수업’을 실시한다.

국내 교육계 역시 최근 명상 교육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교육부는 중점 과제로 학생의 마음건강을 최우선 지원할 것을 밝히고 마음챙김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와 ‘교원 마음건강 회복 지원을 위한 공동전담팀’도 설치한다. 학생들의 감정·충동 조절, 스트레스 관리 등을 위한 마음챙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2025년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대구교육청은 올해 교육청 차원에서 명상을 도입, 지난해 12개 학교에서 실시한 ‘마음교육 선도학교’를 올해는 50개 학교로 확대해 명상 교육을 펼치고 있다.

한 초등학교에서 진행되는 명상 프로그램. 이미지 연상을 활용하는 명상의 경우 여러 감각을 느껴보도록 안내해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는다. 마음챙김놀이터 제공

아이들도 명상을 할 수 있을까

명상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은 매우 높아졌지만, 그에 반해 아동과 청소년 명상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고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은 명상을 잘 하지 못하리라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하지만 보호자나 교육자가 잘 이끌어주기만 한다면, 아이들도 충분히 명상을 잘 해낼 수 있다. 명상의 핵심은 ‘현재에 집중하기’인데, 방법만 터득하면 아이들이 오히려 더 순수하게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면서 명상에 빠져들 수도 있다.

명상이라고 해서 꼭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할 필요도 없다. 아동·청소년 프로그램 마음챙김 명상 교육 전문 스타트업인 ‘마음챙김놀이터’ 관계자 역시 “명상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걸을 때, 먹을 때, 씻을 때 등 일상 생활에서 내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훈련할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이 명상을 잘 못할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오히려 어른들보다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일을 더 잘하기도 한다. 수업 중 호흡이 어떤지 알아 차려보자고 하면 어른들은 내가 잘 쉬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때도 있는데,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빨라요” “뜨거워요” “차가워요” “가슴이 답답해요” “숨이 멈췄어요”라고 솔직하게 대답한다”라며 어린이 명상의 가능성을 설명한다.

어린이 명상 프로그램은 가만히 앉아서 하는 게 아니라 만지고, 먹고, 살펴보고, 움직이는 활동으로 구성된다. 마음챙김놀이터 제공

아이와 함께하는 효과적인 명상 방법은

어린이 명상은 특성과 발달 정도 등을 반영해서 시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명상이라고 해서 굳이 조용히 앉아서 할 필요도 없다. 마음챙김놀이터의 어린이 마음챙김 프로그램의 특징은 ‘활동성’에 있다. 마음챙김놀이터 관계자는 “마음챙김놀이터의 어린이 프로그램은 가만히 앉아서 하는 게 아니라 만지고, 먹고, 살펴보고, 움직이는 활동으로 구성된다. 게임을 하기도 한다. 명상을 움직이면서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은 지루해 하지 않고 충분히 즐긴다”라면서 어린이 명상의 특징을 설명한다. 아예 누워서 하는 명상도 가능하다.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교사나 양육자의 목소리에 따라 신체 감각에 집중하다보면, 아이들은 긴장되고 들뜬 상태에서 벗어나 차분하게 몸과 마음을 이완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이미지 연상을 활용한 명상이다. 진행자의 목소리를 따라 행복했던 장면이나 기억 등을 시각적으로 상상해보면서 마음의 여행을 떠나볼 수 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슬기로운 명상생활’(미다스북스)을 쓴 신계숙 명상전문가 역시 이미지를 활용하면 아이들이 더 잘 집중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걷기 명상을 할 때는 꽃밭을 걸으면서 하늘도 쳐다보고, 소리도 들어보도록 유도하면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한다”면서 “자리에 앉아서 명상을 할 때는 상상으로 어떤 이미지를 떠올려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극장을 떠올려보고, 거기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감각을 느껴보도록 안내하는 거다”라고 이미지 연상을 활용한 명상법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아이와의 명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아이들이 명상을 자율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게 중요하다. 신계숙 명상전문가는 “명상은 마음을 다루는 작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 “아이들이 집중을 잘 못한다고 해서 야단치거나, 억지로 하게 하면 안 된다. 재촉하기보다는 차근차근 명상을 하는 습관을 만들어주다 보면,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BBS불교방송 제공

명상을 도와주는 책과 전문 프로그램

아이와 명상을 시도해보고 싶지만 방법을 잘 모르겠다면, 어린이 명상을 다룬 책을 참고해보면 좋다. 도서 ‘내 마음은 소중해’(마음챙김놀이터 유혜현, 신소연, 조민정 저·안혜란 그림, 피카주니어)는 낯선 감정을 다루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를 위한 ‘30가지 마음 운동법’을 놀이·체험 활동으로 구성해, 아이들이 자신의 정서를 인지하고 혼란스러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그림책이다. 본문 곳곳에는 앙육자와 교육자를 위한 ‘아이와 말하기 연습’ ‘명상 가이드’ ‘양육자 마음챙김 가이드’ 등 부록도 있다.

‘마음 챙김 놀이’(수잔 K. 그린랜드 저, 불광출판사)는 어린이 명상 놀이 프로그램의 선구자인 수잔 K. 그린랜드의 명상 놀이 방법을 총집합한 책이다. 호흡, 그림책, 우리 몸, 바람개비, 한 컵의 물, 바람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도구를 활용해 재미있게 실천할 수 있는 60가지 명상 놀이를 소개한다.

교실에서 명상을 시도해보고 싶은 교사라면 ‘명상, 수업에 날개를 달다’(신계숙 저·미다스북스)를 참고해봐도 좋다. 23년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명상을 가르쳐 온 저자는 교실에서 적용해볼 수 있는 명상 방법을 소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워크북도 함께 담았다.

직접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명상 전문 프로그램을 통해 입문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아동·청소년 마음챙김 교육 운영 및 콘텐츠를 제작하는 보건복지부 지정 (예비)사회적기업 ‘마음챙김놀이터’는 아이들의 성장 발달 및 정서에 맞춘 마음챙김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제작해서 선보인다. 주로 기관 및 학교 출강 형태로 교육을 진행하지만, 개인 소그룹을 구성해 신청하는 경우에도 이용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정규 프로그램인 8주 마음여행 프로그램을 워크북과 함께 들을 수 있는 온라인 프로그램도 론칭 예정이다.

한편, BBS불교방송은 한국불교태고종 (재)천년고찰 청련사와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 명상 원데이 클래스'를 개최한다. 경기도 종교계 문화예술 프로그램 공모 선정 사업으로 진행되는 이번 클래스는 8월 1일부터 4일까지 진행되며, 놀이처럼 재미있게 명상을 배울 수 있다. 호흡 명상부터 싱잉볼 명상, 걷기 명상, 아로마 명상, 마인드풀니스,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먹기 명상과 공감 명상, 그리고 만트라 명상음악밴드 음악회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1일 참여 가능 인원은 50명으로, 온라인으로 선착순 신청을 받는다.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무료다. 문의 (02) 705-5365

박은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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