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공무원 기자 폭행 무혐의…"언론 탄압 면죄부"
경찰, 대구시 공무원들 주장 인용해 무혐의 결정…피해 기자 이의신청
정치권·시민사회 "언론 취재권, 시민의 알 권리 무시한 언론탄압"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경찰이 지난 5월 발생한 대구시 공무원의 오마이뉴스 기자 폭행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가운데, 경찰이 공무원들의 일방적 주장만 인용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기자는 무혐의 결론에 반발해 이의신청했다.
대구 북부경찰서(서장 곽동호)는 지난 11일 조정훈 오마이뉴스 대구경북 주재기자가 대구시청 국제통상과 공무원 3명을 폭행·감금·기물파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앞서 지난 5월9일 대구시 공무원들은 대구컨벤션뷰로 해산 총회 현장을 취재하던 조 기자에게 사진 삭제를 요구하며 '삭제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고 제지했고, 이 과정에서 기자는 뒤로 밀려 넘어졌다. 조 기자는 전치 2주 부상을 당했고 들고 있던 카메라도 파손됐다고 주장했고 대구시의 사과가 없자 공무원들을 고발했다.
경찰의 무혐의 불송치 결정문에 따르면, 경찰은 공무원들이 회의장 밖으로 나가려는 조 기자를 막는 과정에서 조 기자가 넘어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조 기자)가 무단으로 침입해 서류를 촬영한 사실은 인정되고 (공무원들이) 출입문을 막아서는 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판단된다”고 했다.
한 공무원이 항의하는 조 기자를 향해 '성추행을 했다'고 모욕한 일을 두고도 경찰은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한 진술 중 공무원들의 주장만 인용해 “사회통념상 모욕으로 보기에 어렵다”고 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회의장에 관계자들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들어와 서류를 촬영하는 것은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방법의 취재행위”라며 “이는 허용될 수 없고 기자로서 규칙을 준수할 것이라는 신뢰를 훼손한 것이라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조 기자는 무혐의 결론을 낸 경찰 수사 결과에 반발해 지난 17일 이의신청했다. 경찰 수사 결과에 이의신청하면 해당 사건은 검찰에 송치된다. 검찰은 사건을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조 기자는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회의가 끝나고 회의 참석자들은 이미 다 나간 후였고 문은 열려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기자들, 컨벤션뷰로 직원들도 같이 들어갔었기 때문에 무단침입이 될 수 없다”며 “서류 자체가 비공개였다면 회의 때 서류를 회수했거나 비공개임이 표시돼있어야 하는데 적시돼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단침입과 비공개 서류라는 공무원들의 주장을 인정하더라도 공무원이 사람을 폭행하라는 법은 없다”며 “무단침입해 촬영했기 때문에 정당방위라는 경찰의 사유는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조 기자가 공무원의 손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는 공무원의 주장과 이를 인용한 경찰에 대해선 “손목을 잡은 적 없다”며 “경찰이 공무원들 말만 믿고 무혐의 처분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조 기자는 29일 오후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수사의견서를 대구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조 기자는 “명백히 공무원들이 나를 넘어뜨리는 영상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는데도 (경찰은) 편파적이고 악의적으로 수사하고 있다”며 “검찰에 제대로 수사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수사의견서를 냈다”고 말했다.
“공무원들 주장만 인용해 무혐의 처리, 대구시 언론탄압에 면죄부 준 셈”
수사 결과가 알려지자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도 경찰이 공무원들의 일방적 주장만 인용하며 언론탄압을 용인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지난 23일 논평을 내고 “형법에서 말한 폭행죄에는 타인 간의 언쟁에서 물을 끼얹어도 폭행죄가 성립한다”며 “영상을 보면 명백하게 대구시 공무원들이 출입문을 막고 휴대폰을 뺏으려고 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당은 “경찰은 출입문을 막아서는 행위가 정당한 행위라고 판단했는데 나가는 것을 막아서는 것이 정당한 행위인지는 이제 알았다”며 “기자가 행사장에 들어간 것을 무단으로 침입했다고 판단한 것도 경찰이 조사를 제대로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대구시당은 검찰의 보강수사를 촉구하며 “이 정도가 폭행이 아니라면, 취재의 자유는 대구에서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도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회의 종료 후 출입했기 때문에 출입을 통제할 행정적인 이유도 존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취재를 거부할 사유나 법률적 근거도 없는 상태였다”며 이번 사건을 두고 “대구시가 권한도 근거도 없이 기자의 자유로운 취재와 이동을 제한한 것이고, 오히려 언론의 취재권, 시민의 알 권리를 무시한 폭력적인 언론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경찰이 피의자들의 주장만 인용해 무혐의 처리한 것은 대구시의 언론탄압에 면죄부를 준 셈”이라며 “공권력의 법치주의 원칙을 대구시가 당당히 깨트리고, 경찰이 정당화 시켜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무혐의 처분은) 대구시가 무법적 행정을 펼쳐도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명백한 증거가 있어도 경찰은 사실관계보다 권력의 눈치를 살핀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계속돼 온 대구시의 언론탄압을 규탄함과 동시에 대구시에 면죄부를 발부한 경찰에 대해서도 규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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