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는 자축·거리에선 냄비 시위…혼돈의 베네수엘라 ‘한 지붕 두 대통령’ 재현되나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임기 6년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를 28일 치른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61)이 3선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이후 부정선거 의혹이 일면서 시위가 벌어졌다. 베네수엘라에서 2014년과 2017년에 각각 40여 명, 120여 명의 사망자를 낸 반정부 시위처럼 시위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2019년에 빚어졌던 ‘한 지붕 두 대통령’ 체제가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공식 투표 종료 후 약 6시간이 지난 29일 0시 10분쯤에 “마두로가 51.2%(510만표)의 득표율로 44.2%(440만표)를 얻은 야권 연합 후보인 에르문도 곤살레스 우루치아(74)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선관위가 선거 결과를 발표할 당시 개표율은 80%였고, 아모로소 위원장은 “돌이킬 수 없는 추세”라며 마두로의 당선을 확정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수도 카라카스 주민들은 선관위 발표 결과에 항의하며 냄비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는 선거 결과가 출구 조사 결과와 상반됐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번 대선 출구 조사에서 우루치아 후보가 65%의 예상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마두로 대통령의 예상 득표율은 31%에 그쳤다. 이에 서방 언론은 우루치아가 당선될 것이라 봤다.
여기다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선거 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 개표 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개표 과정 참관을 요구하는 시민 단체의 참여를 막기도 했기에 야당과 국제 사회는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선관위는 대선 투표를 하루 앞둔 26일엔 예정 시각보다 약 2시간 빨리 카라카스 등에서 투표함을 설치했다. 일부 지역에선 공식 투표 종료 시각이 지난 이후에도 투표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번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야당을 중심으로 대규모 시위가 불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베네수엘라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반미·좌파 성향이 계속되면서 경제난이 심화했고, 이에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시위에 동참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베네수엘라 대선이 부정으로 점철됐다”며 “선거 결과에 대한 좌절감이 이 나라를 거리 시위가 이어지는 깊은 불확실성의 시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버스 운전사 출신으로 노조 대표를 지내고 외무 장관으로 발탁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3년 3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사망 이후 11년 넘게 집권했다. 하지만 차베스 전 대통령이 집권을 시작한 1999년부터 베네수엘라는 반미·좌파 성향이었고, 이로 인해 미국의 제재를 받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때 남미에서 다섯 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자랑했던 베네수엘라는 지난 10년 동안 경제가 80% 위축됐다.
여기다 마두로 대통령 집권 기간 민주주의는 훼손됐고, 마약 밀매부터 부패, 인권 침해까지 범죄 소굴이 됐다. 이에 미국은 마약 밀매 등을 이유로 마두로 정권 관계자를 제재하거나 기소한 상태다. 이에 마두로 대통령 집권기 약 800만 명이 베네수엘라를 떠났다. WSJ는 “마두로가 3선에 성공하면서 미국 등과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재개하고 인권 침해와 부패로 점철된 정권에 가해진 제재가 해제되기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며 “베네수엘라의 경제난은 장기화할 수 있고, 많은 이들이 미국과 여타 남미 국가로 이주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마두로 정권은 과거에도 선거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17년 총선 당시 전자투표 운영자는 100만표 이상이 조작됐다고 했다. 미국 등은 마두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2018년 대선 역시 조작됐다고 본다. 당시 마두로 대통령은 야당의 불참 속에 2018년 ‘반쪽 대선’을 치렀고, 마두로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다. 이에 당시 여소야대 국회였던 상황에서 야당은 2019년 1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임명했다. 미국 등이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대통령으로 지지하면서 베네수엘라는 일시적으로 한 지붕 두 대통령 체제가 된 바 있다. 다만, 과이도는 2019년 4월 야권이 분열되고 2020년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2022년 12월 불명예 퇴진했다.
한편, 마두로 대통령은 선관위 발표 직후 지지자들 앞에서 레게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정말 아름다운 하루를 보냈다. 국민은 평화와 안정, 법치를 택했다”고 자축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