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어른은 그림책에도 많이 있다

한겨레 2024. 7. 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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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옆에 있는 작은 아이는 커가면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날 것이다.

좋은 어른은 그림책의 등장인물로도, 작가가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그림책을 통해 들려주는 것으로도 만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언제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좋은 어른을 곁에 둔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좋은 어른의 위로를 엄마(혹은 아빠)의 따뜻한 목소리를 통해 전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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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그림책 읽어주는 선생님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며 부모도 더 큰 어른을 만나…아직 자라지 못한 마음속 어린 아이를 치유할 수도 있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제대로 된 어른의 행동을 따라해 볼 기회를 준다.”
그림책 속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이를 다그치지 않으면서 안전한 버팀목을 제공해주고 친구를 속상하게 한 아이와 속상한 아이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민경효 제공

지금 내 옆에 있는 작은 아이는 커가면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날 것이다. 언젠가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아이의 곁에 좋은 어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 아빠 외에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고, 앞으로 나갈 길을 따뜻하게 알려주는 그런 어른 말이다. “괜찮아” 하며 어깨를 토닥여 주고, “화이팅!” 하며 등을 밀어줄 수 있는 그런 좋은 어른이 있다면 참 좋겠다.

그러나 실제 그런 어른이 주변에 없더라도, 괜찮다. 왜냐하면 좋은 어른이 그림책에 많이 있으니까. 좋은 어른은 그림책의 등장인물로도, 작가가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그림책을 통해 들려주는 것으로도 만날 수 있다.

그림책 속 좋은 어른들은 아이를 옥죄거나 끌고 가지 않고, 언제나 한 걸음 뒤에서 아이의 실패와 좌절을 사랑으로 보듬어주고 성장을 응원해준다. 그래서 부모인 우리가 할 일은 이런 좋은 어른과 아이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주고 소개해주는 일이다.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언제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좋은 어른을 곁에 둔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레나 안데르손 작가의 ‘스티나의 여름’ 할아버지도, 사를로트 문드리크 글,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의 ‘무릎딱지’ 할머니도 아이에게 커다란 울타리를 만들어 준다. ‘스티나의 여름’의 할아버지는 늘 스티나의 말을 경청해주고, ‘무릎딱지’ 속 할머니도 엄마를 잃은 아이에게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전한다. 그렇게 그림책 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이를 다그치지 않으면서도 안전한 버팀목을 제공해준다.

몰리 뱅 작가의 ‘소피가 속상하면 너무너무 속상하면’과 ‘소피는 할 수 있어, 진짜진짜 할 수 있어’ 속 멀리 선생님도 마찬가지이다. 친구를 속상하게 한 아이와 속상한 아이 모두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해서 좌절하는 아이들에게 “아직”이라는 말을 알려주며 탐구를 독려한다.

어젯밤 둘째 아이와 읽었던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 두 권에도 좋은 어른이 등장한다. 첫 번째로 읽었던 ‘내가 다 열어 줄게’에서는 주인공 웅이의 아빠가 좋은 어른으로 느껴지는데, 아빠가 웅이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부분에서 괜히 내 코끝이 찡해졌다.

“아빠는 웅이가 다 클 때까지 함께 여기저기에서 많은 것을 열어 보고 싶어. 그리고 여러 가지 물건 여는 방법을 하나씩 가르쳐 줄 거야.”

부모가 좋은 어른과 아이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언제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좋은 어른을 곁에 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두 번째 읽었던 같은 작가의 ‘도망치고, 찾고’에서는 작가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세상에는 나쁜 사람이 많이 있지. 하지만 착한 사람도 많아. 둘 다 진짜 맞는 말이야.”

“못된 사람한테서 와다닥 도망쳐서 소중한 사람을, 소중한 무언가를 찾으러 가렴.”

어젯밤 이 두 권의 그림책을 읽어 주며, 아이에게 마음에 차곡차곡 쌓아 두었던 인생의 팁을 알려줄 수 있었다. 그것도 평소 직선적으로 말하던 엄마가 아닌, 작가의 입을 빌려 부드럽고 상냥하게 응원을 보내는 엄마로 변신해서 말이다.

상대방을 생각하지 않는 못된 짓을 하는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에게서는 도망치라고, 도망치는 건 부끄러운 일도, 나쁜 일도 아니라는 작가의 말에, 이미 어른인 나조차도 더 큰 어른을 만난 것 같이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렇게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며 어른인 우리도 더 큰 어른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 아직 자라지 못한 우리 마음속 어린 아이를 치유할 수도 있고,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제대로 된 어른의 관점과 행동 양식을 따라해 볼 기회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좋은 어른의 위로를 엄마(혹은 아빠)의 따뜻한 목소리를 통해 전해줄 수 있다. 이렇게 아이는 공감과 위로를 받으며, 사랑으로 조금씩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작은 아이는 큰 어른으로 성장해, 점점 타인과의 연대가 사라지는 세상에 온기를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글·사진 민경효 솔밭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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