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청문회' 모자라 연장전까지…여야, 이진숙·방통위 놓고 극한 대치

박상곤 기자 2024. 7. 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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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29일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국회 과방위, 8월2일 현안 질의 예고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07.26.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대상으론 이례적으로 사흘 청문회가 진행된 가운데 주요 현안이나 후보자의 정책 수행 능력과 관련된 질의 없이 여야 소모전만 펼쳤단 지적이 나온다. 오는 8월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전체 회의를 열고 현안 질의를 예고한 만큼, 이 후보자와 방통위를 둘러싼 여야 강 대 강 대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방위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기한 내 채택이 무산됐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청문 요청안이 송부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보고서를 정부에 보내야 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지난 9일 국회에 보냈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대전MBC 사장 재임 시절 법인카드 유용 의혹, MBC 보도본부장 당시 노동조합 탄압 의혹 등을 들며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전체 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이 후보자가 직을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사법기관으로 가야 할 정도로 기본이 안 됐다"고 했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도 "유례없는 사흘 동안 이어진 청문회는 이 후보자 본인이 만든 것"이라며 "선택적 기억, 선택적 답변이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버티면 임명된다는 식의 태도로 국회 권위에 도전하는 전례를 만들면 안 된다"면서 "보고서 채택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이전 위원장 두 명을 탄핵 추진했는데 누가 이 자리에 오려고 하겠는가"라며 "저는 후보자가 야당 공세와 망신 주기를 어떻게 버틸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봤고, 보니까 버틸 수 있겠더라"고 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사흘간 '체력 테스트'에 이어 이젠 얼마나 공직 후보자에게 험한 험담과 인신공격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경연장 같다"며 "청문보고서에 적격 의견과 야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부적격 사유까지 병기해 임명권자(대통령)에게 제출하는 것이 국회 도리"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이 이진숙 방송통신후보자 임명동의안 채택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2024.07.29.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앞서 과방위는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사흘간 실시했다. 국회가 장관급의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사흘 동안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대부분 장관 인사청문회의 경우 하루, 길어야 이틀 청문회로 마무리돼왔다.

이에 더해 야당 소속 과방위원들은 지난 27일 대전MBC를 찾아가 이 후보자가 사장 재임 시절 사용한 법인카드 내역을 확인하는 현장 검증까지 진행하며 압박 수위를 더욱 높였다. 이들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MBC 현장검증 결과 법인카드 사적 유용 정황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며 "이 후보자가 법인카드에 부여된 한도를 두 배나 초과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초과분에 대한 증빙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청문회 기간뿐만 아니라 청문회 내용에 있어서도 소모적이고 감정적인 공방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청문회가 시작된 지난 24일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과 이 후보자는 서로를 향한 신경전을 벌였다. 최 위원장은 증인 선서 후 자신에게 인사를 하지 않은 이 후보자를 향해 "저와 싸우려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청문회 사흘 차인 26일에는 최 위원장이 이 후보자가 김장겸 전 MBC 사장의 해임과 관련해 "사실상 정치 보복"이라고 한 것을 두고 "후보자 뇌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하기도 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즉각 "제 뇌 구조는 문제가 없다.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회의에선 최 위원장이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다 보니 민주주의 원칙이 안 보이냐"는 발언하기도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해 여권에서 즉각 비판이 쏟아지자 최 위원장은 회의 도중 "대화 과정에서 전체주의 운운한 부분에 대하여 깊이 사과드린다. 그리고 박 위원님께서 자유주의국가 민주국가 대한민국으로 오신 부분에 대해서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인사 안하고 자리로 이동하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를 다시 불러세워 인사시키고 있다. 2024.07.24.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


국민의힘은 전례 없는 사흘 청문회를 진행한 야권을 규탄함과 동시에 이 후보자를 향해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낸 최민희 과방위원장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한다는 방침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갑질과 저급한 막말 대잔치를 벌인 최민희 과방위원장이야말로 청문회를 생중계로 지켜보셨을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최 위원장에 대해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방통위원장 임명 강행이 공정 방송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며 맞섰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이 자격 미달임이 분명한 이 후보를 지키겠다고 억지 부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방송 장악 말고는 설명할 수 없다"며 "방송을 장악해 김건희 여사의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속셈이 아니라면 이토록 부도덕하고 자격 없는 후보를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방송4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이상인 전 방통위 부위원장 탄핵 소추 발의 및 자진사퇴를 포함해 이 후보자와 방통위를 둘러싼 여야 강 대 강 대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방위는 지난 26일 '방통위 파행 운영 및 방통위원장 후보자 의혹 검증을 위한 현안 질의를 위한 증인 출석 요구의 건'을 야당 단독으로 상정해 의결했다. 오는 8월2일 과방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를 비롯해 조성은 방통위 사무총장, 김영관 방통위 기획조정관, 이헌 방통위 방송정책국장 등 4명을 증인으로 불러 현안 질의를 진행한다. 사실상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연장전이 될 전망이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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