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 3선 성공했지만 "부정선거" 의혹 제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선에 성공하며 2031년까지 대통령 직을 수행하게 됐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부정선거라며 반발하고 있어 한동안 베네수엘라 정국에 혼란이 예상된다.
베네수엘라 일간지 <엘나시오날>은 29일(이하 현지시각) 자정이 넘은 0시 10분 베네수엘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CNE)의 엘비스 아모로소 위원장이 마두로 후보의 승리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아모로소 위원장에 따르면 개표 80%가 진행된 현재 마두로 대통령이 515만 92표를 얻어 전체 51.2%의 지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야권 연합 후보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는 444만 5978표를 득표해 44.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아모로소 위원장은 이날 개표에 5개 대륙을 대표한 국제 관찰단이 있었다며 이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개표 시스템에 대한 공격이 있었다면서, 이에 대한 조사 개시를 당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는 "헌법과 법률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지난 2013년 대통령 자리에 오른 마두로 대통령은 2031년으로 계획돼있는 임기를 채울 경우 총 18년 동안 집권하게 된다. 또 1999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 이후 통합사회주의당(PSUV)에서 계속 정권을 유지하는 이른바 '차비스모'(Chavismo) 체제도 30년 이상 이어지게 됐다.
마두로 대통령은 선관위의 개표 결과 이후 "베네수엘라에는 평화와 안정, 법과 정의에 대한 존중이 있을 것"이라며 "폭력의 소용돌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야권을 중심으로 한 부정선거 의혹에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이어 "CNE 통합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해킹이 있었다. 우리는 그것이 어느 나라에서, 누구에게서 왔는지 이미 알고 있다"며 미국과 야권 등이 선거를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반 길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예전 트위터)의 본인 계정에 게재한 성명에서 "외국 정부와 권력 집단이 우리의 자유와 자결권, 선거 과정, 주권 등에 대해 개입하는 것을 비난하고 경고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투표권은 우리의 법과 국가선거관리위원회의 통제 하에 절대적인 자유와 합법성을 가지고 행사된다"며 "1인 1표의 원칙을 완전히 보장하며 세계 최고 중 하나로 인정받는 투명하고 안전하며 불가침한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한 부정 선거 의혹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자체적으로 출구조사를 시행하지 않았으나, 이번 개표 결과가 미국에서 실시한 출구조사와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에디슨리서치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도했는데, 우루티아 후보가 65%를 득표해 31%에 그친 마두로 대통령에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후보였지만 대법원의 15년 간 피선거권 박탈 결정으로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못한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이날 개표 결과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오늘 우리는 투표로 그들을 물리쳤다"며 개표 결과와는 별도로 자신들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마차도는 정부가 선거의 원활한 진행을 이유로 베네수엘라 곳곳에 군대를 배치한 데 대해 "국군의 임무는 주권을 존중하는 것이고 그것이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마차도는 마두로 대통령이 폭력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우리는 진실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 폭력이고, 폭력이 진실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이 공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물리적 수단 사용에 대한 여지를 보이기도 했다.
우루티아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모든 규칙이 위반됐다면서 "평화적 변화와 화해에 대한 우리의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신문은 국민의 뜻이 존중될 때까지 싸움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차베스 정권 시절부터 베네수엘라에 제재를 가하며 대립하고 있는 미국도 이번 선거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투표 결과와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선거 결과를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남미의 좌파 세력 중 하나인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역시 "마두로 정권은 자신이 발표한 결과를 믿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며 "검증할 수 없는 결과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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