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입문 3년 만에 금메달, 반효진이 살려낸 여고생 신드롬
한국 사격은 올림픽 무대에서 종종 ‘여고생 신드롬’을 일으켰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한국의 첫 금메달을 따낸 여갑순(50)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은메달레스트 강초현(42)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선수는 여고생 공기소총 선수라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그 뒤를 잇는 천재가 등장했다.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의 ‘막내’ 반효진(17·대구체고)이 그 주인공이다.
반효진은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10m 공기소총 여자 결선에서 251.8점을 쏜 뒤 슛오프에서 중국의 황위팅을 0.1점차로 따돌리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효진이 파리에서 금빛 총성을 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드물었다. 그가 3년 전 사격에 입문해 경험이 많지 않아서다. 그가 파리 올림픽 10m 공기소총 여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깜짝 1위에 올랐을 때는 본인조차 “목표는 내년 국가대표라 경험삼아 참가한 것”이라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반효진의 천재성은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았기에 더욱 빛난다. 반효진은 2021년 7월 친구를 따라 사격을 시작했는데, 불과 3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효진은 친구가 “사격이 매력 있다면서 ‘네가 하면 엄청나게 잘할 것 같다’고 설득했다”면서 “시작하고 2개월 만에 대구광역시장배에서 1등을 했다. 반대하던 엄마도 본격적으로 밀어주게 된 계기”라고 떠올렸다.
반효진은 사격을 늦게 시작한 대신 남들보다 더욱 노력했다. 반효진은 “사격부 감독님께서 ‘다른 친구보다 1년 늦게 시작했으니 남들보다 10배 연습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 말에 오기가 생겨서 사격부에 더 들어가고 싶었다.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도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 제 성격”이라고 말했다.
여고생 답지 않은 당찬 마음가짐도 빼놓을 수 없다. 평소 ‘쿨’한 성격이라는 그는 차분하면서도 나쁜 건 빨리 잊어버리는 성격이다. 그 성격이 이번 올림픽에서도 큰 효과를 봤다. 반효진이 결선 첫 10발에서 9점대를 쐈지만, 이후 침착하게 10점대를 꾸준히 쏘면서 1위를 달리던 중국의 황위팅을 거꾸로 압박한 것이 대표적이다. 반효진은 23~24발에서 9점대를 쏘면서 슛오프에 돌입했지만 마지막 1발을 10.4점으로 쏘면서 금메달을 결정지었다. 10m 공기소총 혼성 경기에서 은메달을 따낸 박하준이 “(반)효진이는 결선에 더 강한 선수”라는 평가 그대로였다.
20여년 만에 재현된 여고생 신드롬은 한국 사격에 큰 힘이 되고 있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은메달 1개에 그친 아픔을 이번 대회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로 털어냈다. 앞으로 금메달 1개만 추가한다면 역대 최고 성적인 2012 런던 올림픽(금메달 3개·은메달 2개)와 동률이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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