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항공유 열리는데…한국 시설은 '0'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정상봉 기자(jung.sangbong@mk.co.kr) 2024. 7. 2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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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전용 생산시설 320곳
'이웃' 中·日도 10여곳인데
항공유 수출 1위 韓은 전무
SAF시장 3년 뒤 20배 성장
국내 정유4사 6조투입 채비
정부도 활성화 정책 마련중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지속가능항공유(SAF) 생산시설이 전 세계적으로 320여 곳에 달하지만 국내에는 SAF 전용 생산시설이 전무해 정부와 정유 업체 간 긴밀한 협조와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전 세계 SAF 생산시설 323개 중 미국이 100개로 가장 많고 이어 캐나다(27개), 프랑스(19개), 영국(15개) 순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시아에서도 중국(13개), 일본(12개) 등 주변 인접국에서 SAF 시설을 활발히 건설 중이거나 건설에 대한 발표가 이어진 가운데 국내 SAF 전용 시설은 0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미국의 SAF 생산능력은 연간 363억ℓ에 달해 65억ℓ인 캐나다, 18억ℓ인 프랑스를 압도한다. 이처럼 북미·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SAF 생산 체제가 구축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는 SAF 전용 시설이 한 곳도 없어 국가 차원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부 차원에서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신속한 정책 결정과 다양한 지원에 나서야만 크게 벌어진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항공유 수출 세계 1위를 지켜온 국내 정유업계 입장에선 급변하는 항공유 시장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할 경우 역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항공유란 석유·석탄 등 화석 연료가 아닌 폐식용유·생활폐기물 등 대체 원료로 생산된 항공유를 뜻한다.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타 항공유 대비 40~82%나 돼 탄소중립 항공유로 불리기도 한다.

엔데믹 이후 항공 수요 회복과 함께 항공 부문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SAF는 항공업계와 정유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ICAO는 2025년부터 유럽연합 27개국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SAF 2% 이상 혼합을 의무화했고, 2050년엔 이 비율을 70%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2027년 SAF 시장 규모는 지금보다 20배 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재 국내 정유업계 4사는 각각 SAF 투자에 공들이며 2030년까지 친환경 연료 분야에 6조원가량을 투입할 방침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1월 국내 정유사 중 최초로 바이오 원료를 정유 공정에 투입했다. 이어 국제항공 분야에서 SAF 생산을 공식 인증하는 'ISCC 탄소 상쇄 및 감축제도(CORSIA)' 인증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받았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국내 업체 가운데 최초로 SAF를 일본에 수출하는 등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양사는 기존 정유설비에 동식물성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하는 '코프로세싱' 방식으로 SAF 생산에 나섰으나, 아직 전용 생산시설을 갖추지는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말까지 바이오 원료를 투입해 SAF를 생산하는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그린수소와 이산화탄소를 활용한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6월 대한항공과 바이오 항공유 실증 추진 업무협약을 맺고 제품의 ISCC CORSIA 인증을 준비 중이다.

정유업계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SAF 전용 시설 구축에 대해 정부 차원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SAF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추진에 나선다. 오는 8월 SAF 확산 전략을 발표하고 SAF를 급유하는 상용 운항 방안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개정을 거쳐 다음달 7일부터 시행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대비하면서 SAF 산업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해당 법은 기존엔 석유 원료 제품만 생산할 수 있었던 석유정제업 범위에 친환경 정제 원료 혼합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SAF 설비의 투자세액공제 확대와 SAF 생산 및 사용 관련 차액 보조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국내 정유업계가 SAF 경쟁력을 놓친다면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 정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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