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째 필리버스터 소모전…내일 방송4법 野 강행처리 완료(종합)

계승현 2024. 7. 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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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행사·재표결로 이어지는 '도돌이표 정쟁' 또 예고
국민의힘 "野 박선원, 욕설·'모리배' 발언 사과해야"
野, 25만원·노란봉투법 내달 1일 처리 예고…與, 다시 필리버스터 전망
닷새째 이어지는 필리버스터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29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 4법'인 방송문화진흥회법(방문진법) 필리버스터가 진행되고 있다. 2024.7.29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계승현 기자 = 국민의힘은 29일 더불어민주당의 '방송 4법' 강행 처리에 반발하며 닷새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진행했다.

지난 25일 오후 5시 30분께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방통위법) 개정안 필리버스터가 개시된 이후 여야는 이날 오후 6시께까지 '방송 4법'을 두고 필리버스터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32분께 시작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필리버스터는 9시간 넘게 첫 주자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이 진행 중이며, 30일 오전 민주당 주도로 표결을 거쳐 강제 종료된 후 야당 단독으로 법안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EBS법 개정안까지 의결되면 '법안 상정→필리버스터→야당의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야당 단독 법안 처리'가 반복된 '5박 6일'의 필리버스터 정국이 끝나며 방송 4법 처리가 완료된다.

방송 4법은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변경하는 내용, 공영방송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방송 4법에 대해 민주당의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으로 규정한 반면, 민주당은 권력의 언론 통제를 차단하는 '언론 정상화 4법'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예정대로 30일까지 필리버스터가 이어진다면 4개 법안에 걸친 토론 시간이 100시간을 넘기게 된다.

역대 최장 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은 2016년 2월 23일∼3월 2일 민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 반대'를 주장하며 벌였던 9일간 192시간 25분에 걸친 필리버스터다.

다음으로는 2020년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추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국정원법·남북관계 특별법 개정안 등 총 3개 안건에 대해 6일간 릴레이 형식 토론을 벌인 것으로 모두 89시간 5분이 소요됐다.

이번 방송 4법 필리버스터는 이미 90시간을 넘기면서 역대 2위로 올라섰다.

여야 의원들은 대체로 차분하게 필리버스터를 이어갔으나, 찬성 토론 주자로 나선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여당 의원들과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박 의원이 국민의힘을 향해 '이 XX들이', '모리배들이' 등의 표현을 썼다며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을 쏟아낸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박 의원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송 4법이 모두 통과되더라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에서도 방통위법을 제외한 3개 법안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하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방송 4법이 국회로 다시 돌아오면 여야는 재표결 시점, 여당 내 이탈표 여부 등을 놓고 치열한 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024년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두고도 야당의 강행 처리, 거부권 행사, 재표결 정쟁이 되풀이될 조짐이다.

민주당은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이들 2개 법안의 상정·처리를 예고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내달 1일 본회의에서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만 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다시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낼 수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독이 든 사과를 계속 내몰면서 왜 안 먹느냐고 하면 당연히 국민을 위해 우리는 거부할 수밖에 없다"며 "노란봉투법 등 역시 비슷한 폭거가 예정돼 있다. 국민을 위해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은 하루가 급하고, 노란봉투법은 지난 국회에서 거부권 행사가 됐던 법안이라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며 "정부·여당이 대화의 여지를 닫은 만큼 민주당은 할 일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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