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출전 금지’ 러시아 선수들이 어떻게 파리 올림픽에?
지난 26일(현지시간) 열린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는 각국 대표팀이 자국의 국기를 단 유람선을 타고 입장했다. 이 행렬에 러시아 대표팀은 없었다. 15명의 러시아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러시아 국가대표팀 소속이 아닌 ‘개인 중립 선수’ 자격으로 참가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공하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파리 올림픽 참가국 명단에서 제외했다. IOC는 애초 두 국가 소속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원천 배제하도록 권고했다.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IOC가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며 사실상 인종 차별을 하고 있다”라고 반발했다.
러시아의 반발이 이어지자 IOC는 두 국가 소속 선수가 국가대표가 아닌 개인 중립 선수(Individual Neutral Athletes·AINs)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기존 조치를 한층 완화했다. 개인 중립 선수는 대회에서 자국 국기를 사용하거나 국가를 연주해서는 안 되고 단체전에 출전할 수 없다. 또 자국의 군사 활동과 관련이 없는 선수여야 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지 의사를 표명해서도 안 된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IOC의 이와 같은 결정에 대해 지난해 “IOC가 본질적으로 러시아에 올림픽을 ‘무기화’할 수 있다는 청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모든 동맹국은 올림픽 원칙을 훼손하는 이 부끄러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해야만 한다”라고 비판했다.
다수의 러시아 선수들이 IOC의 결정에 반발해 이번 올림픽에 불참을 선언했다.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푸틴 대통령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한 적 있는 러시아의 수영 선수 예브게니 릴로프는 지난해 “말도 안 되는 일이 바닥에 가라앉고 우리의 물이 다시 깨끗해질 때까지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이리나 비네르 러시아 리듬체조연맹 회장 겸 대표팀 감독은 “러시아 국기와 국가 없이는 더는 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는 총 15명의 러시아 국적 선수가 개인 중립 자격 선수로 참가했다. 그중에는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다닐 메드베데프도 있다. 메드베데프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남자 테니스 단식 1회전에서 오스트레일리아의 린키 히지카타를 2-0(6-2 6-1)으로 이겼다.
이번 올림픽에는 러시아 국가 관리·공무원도 초대받지 못했다. 개인 중립 자격 선수들은 완전한 흰색 또는 단색 유니폼만을 착용할 수 있으며 팀 로고를 사용할 수 없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자국 국기를 게시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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