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과 재능이 겹쳐진 ‘괴물 여고생 소총수’, 여갑순·강초현의 뒤를 잇다

윤은용 기자 2024. 7. 2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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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효진이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금메달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샤토루 | 연합뉴스



2007년생 ‘여고생 사수’ 반효진(17·대구여고)이 한국 사격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여갑순 현 한국 사격 국가대표 후보선수 전임감독에 이어 32년 만에, 여자 소총에서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효진은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에서 세계 최강자 황위팅(중국)과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0.1점차로 승리, 짜릿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여자양궁 단체전 금메달로 역대 하계 올림픽 금메달 99개를 달성했던 한국은 반효진의 방아쇠로 100번째 금메달의 금자탑을 쌓았다. 또 만 16세10개월18일로 메달을 따 2000 시드니 올림픽 이 종목 은메달리스트 강초현(당시 만 17세11개월4일)의 종전 최연소 기록을 경신했다.

‘노력을 이기는 천재는 없다’는 말이 있지만, 반효진을 보면 역시 재능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장세가 무시무시하다.

대구 동원중 2학년이던 2021년 7월, 어릴적 태권도를 함께한 친구가 “너 사격하면 잘 할것 같아”며 권유를 해 사대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이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다. 당시는 전 국민이 2020 도쿄 올림픽의 열기에 빠져 있을 때다.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반효진의 눈가에 기쁨의 눈물이 맺혀있다. 샤토루 | 연합뉴스



처음에는 그저 재미로 시작한 사격이었다. 그런데 사격을 시작하고 2개월이 좀 안돼서 열린 대구광역시장배에 출전했는데, 덜컥 1등을 해버렸다. 반효진은 “그 때부터 진짜 열심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처음에는 반대가 심했는데, 그 때 1등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밀어주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늘이 내려준 재능에 노력까지 더해지기 시작하면서, 반효진의 성장세는 모두가 깜짝 놀랄 정도가 됐다. 반효진은 “당시 사격부 감독님이 늦게 했으니 10배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했다. 오기도 생기다보니 사대에 계속 서고 싶었다”며 “원래 내 성격이 뭔가를 한 번 시작하면 뒤돌아보지 않고 추진력 있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성장세가 남다르긴 했지만, 반효진 스스로도 이번 파리 올림픽에 참가할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쟁쟁한 선배들이 워낙 많았기에 지난 3월 열린 대표 선발전에도 경험 삼아 출전했다. 그런데 이 선발전에서도 1등을 했다. 이만하면 반효진에게 있어 사격은 운명이나 다름없다.

반효진이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반효진이 미소 지으며 태극기를 펼쳐 들고 있다. 샤토루 | 연합뉴스



“경험을 쌓기 위해 마음 편하게 대표 선발전에 나갔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감사한 마음으로 대표팀에 들어왔다”고 했지만, 이는 반효진이 자신에 대한 믿음을 더욱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6월 초 열린 뮌헨 월드컵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는 황위팅과 처절한 접전 끝에 0.1점차 은메달에 머물렀는데, 세계 최고 선수와도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 올림픽 역시 0.1점차로 승부가 났는데, 이번에는 승자와 패자가 반대가 됐다.

한국 사격 역사에는 유독 이름을 떨쳤던 ‘여고생 소총수’들이 여럿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여갑순(금메달),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신드롬’을 일으켰던 강초현(은메달)이 그 주인공들이다. 둘 모두 10m 공기소총이었고, 모두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반효진이라는 또 한 명의 ‘천재’ 여고생 소총수가 등장했다.

반효진은 지난 5월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때 “나도 사람이다.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TV에 나오는 스타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저기에 있겠지’라고 믿고 있다”고 수줍게 웃었다. 2024년 7월29일. 반효진의 바람은 현실이 됐다.

반효진이 29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반효진이 기뻐하고 있다. 샤토루 | 연합뉴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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