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뮤지컬 ‘스파이’-전시 ‘리얼 뱅크시’

손효림 기자 2024. 7. 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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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고 새로운 꿈을 꾸는 이들이 있다. 현실은 예전에 그려왔던 미래가 아니기에. 더 나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과 전시를 소개한다.

뮤지컬 ‘스파이’
천재 작가로 위장한 첩보요원의 치유와 성장

1953년 영국. 엘리트 스파이를 꿈꾸던 퀸틴은 세계 평화를 지키는 초국적 비밀정보기관 알레스에 들어가지만, 한 작전에서 실패한 뒤 8년째 기록실을 지키고 있다. 현장 복귀를 갈망하던 퀸틴은 어느 날 직속상관인 C국장에게서 운명을 바꿀 임무를 받는다.

작은 바닷가 마을의 하숙집에 도착해 메어리 부인의 환대를 받으며 퀸틴이 시작한 임무는 유명 작가로 위장하는 것. 퀸틴 앞에 청년 제이가 나타나 글쓰기를 가르쳐달라고 요청한다. 완벽한 위장을 위해 최고의 작가가 되어야 하는 퀸틴, 순수하면서도 그늘을 지닌 제이는 아슬아슬하게 문학 수업을 이어간다.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고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데….

창작 초연 뮤지컬로 퀸틴 역은 성태준 정동화 원태민이 맡았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섬세한 연기를 펼치는 성태준, 캐릭터마다 맞춤옷을 입은 듯 매끄럽게 소화하는 정동화, ‘이프아이월유’로 뮤지컬에 데뷔해 호평 받은 원태민은 매력적인 퀸틴을 선보인다.

뮤지컬 ‘스파이’에서 퀸틴 역을 맡은 배우 성태준. 미스틱컬처 제공

뮤지컬 ‘스파이’에서 퀸틴을 연기하는 배우 정동화. 미스틱컬처 제공

뮤지컬 ‘스파이’에서 퀸틴 역의 배우 원태민. 미스틱컬처 제공

제이는 현석준 이진우 최병찬이 연기한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현석준, 안정적인 연기력을 지닌 이진우도 기대감을 높인다. 그룹 빅톤 출신의 최병찬은 이번에 뮤지컬에 처음 도전한다.

뮤지컬 ‘스파이’에서 제이 역을 맡은 배우 현석준. 미스틱컬처 제공

뮤지컬 ‘스파이’에서 제이를 연기하는 배우 이진우. 미스틱컬처 제공

뮤지컬 ‘스파이’에서 제이 역의 배우 최병찬. 미스틱컬처 제공

유쾌한 여장부인 메어리 역에는 강정임과 김리가 발탁됐다. 겉과 속을 알 수 없어 긴장감을 더하는 C국장 역은 김수용 심수영이 맡았다. 미지의 요원 X역은 이태이 김태환이 연기한다.

뮤지컬 ‘아가사’의 한지안 작가와 뮤지컬 ‘빨래’의 민찬홍 작곡가가 손잡았다. 김효환 음악감독, 이종혁 안무감독, 서정주 무술감독이 함께 했다. 윤상원 연출가는 “냉전 시대의 스파이가 자신의 이름과 새로운 꿈을 찾는 과정을 통해 치유하고 성장하는 내용으로, 위트와 휴머니즘, 액션을 겸비한 첩보 뮤지컬”이라며 “밀도 있는 이야기와 가슴 뛰는 음악으로 관객에게 유쾌함과 위로를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8월 6일~10월 27일.

전시 ‘리얼 뱅크시’(REAL BANKSY: Banksy is NOWHERE)
현실을 예리하게 풍자한 기발한 상상력

2018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장. 작품이 104만 2000파운드(약 17억 원)에 낙찰되자마자 그림이 액자 아래로 내려가면서 문서 파쇄기에 갈리듯 파쇄됐다. 작가가 미리 액자에 장치를 설치해 벌인 퍼포먼스였다. 이 일로 영국 출신의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는 또 한 번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뱅크시 당했다(Banksy-ed)”는 말이 나왔다. 예술 작품을 고가에 거래하는 현실에 일침을 날린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논란이 된 작품은 ‘풍선을 든 소녀’. 갈려나간 이 작품의 다른 에디션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그 옆에는 소더비 경매 당시 작품이 파쇄돼 사람들이 놀라는 모습을 담은 영상도 배치했다.

뱅크시의 ‘풍선을 든 소녀’. 아튠즈 제공
1998년부터 최근까지 뱅크시의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다. 130여 점으로 구성돼 국내에서 열린 뱅크시 전시 중 최대 규모다. 뱅크시의 작품은 뱅크시가 설립한 인증기관인 ‘페스트 컨트롤’을 통해 진품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선 페스트 컨트롤의 공식 인증을 받은 뱅크시 작품 29점을 선보인다. ‘꽃 던지는 소년’(2003년), ‘펄프 픽션’(2004년), ‘몽키 퀸’(2003년), ‘나는 경찰(Flying Copper·2003년) 등 유명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뱅크시의 ‘나는 경찰(Flying Copper)’. 아튠즈 제공

뱅크시의 ‘꽃 던지는 소년’. 아튠즈 제공
전시는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돼 지하 4층에서부터 시작한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뱅크시가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지역에 세운 ‘월드 오프 호텔(Walled Off Hotel·벽에 가로막힌 호텔·2017년)’ 영상과 영국에 만든 ‘디즈멀랜드’(2015년) 영상을 볼 수 있다. ‘월드 오프 호텔’은 가자지구의 장벽 바로 옆에 뱅크시가 세운 숙박시설로, 지난해까지 운영됐다. 끝을 알 수 없는 분쟁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디즈멀랜드’는 파파라치에게 둘러싸인 신데렐라, 아름다운 호수 위 난민 보트 등으로 디즈니랜드를 풍자했다. 14m 높이의 디즈멀랜드 드로잉도 그려져 있다. 베트남전쟁 때 네이팜탄으로 피해를 입은 소녀의 두 팔을 맥도널드의 대표 마스코트인 로널드와 미키마우스가 양쪽에 잡고 있는 ‘네이팜’(2003년)도 있다. 이들 기업의 돈이 다른 한쪽에서는 무기로 사용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서울 종로구 그라운드서울. 10월 20일까지.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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