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 공간 맞나? 244억 썼는데 앉을 곳 없는 정부대전청사 ‘민원동’

정민승 2024. 7. 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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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찾은 대전 서구 정부대전청사 민원동.

정윤한 대전청사관리소장은 "민원인 편의시설을 검토 중이지만 공간 부족으로 설치에 어려움이 있다"며 "77㎡ 규모의 '청사 휴게실'을 공동접견실 등 민원인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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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억 투입 3월 완공...5개 기관 입주
카페 휴게실 민원인 편의 시설 없어
"청사 휴게실 내놓겠다" 밝혔지만…
정부대전청사 민원동 1층 로비 모습. 민원인 공간은 이게 사실상 전부다.

지난 11일 찾은 대전 서구 정부대전청사 민원동. 4층짜리 건물 외벽에 '민원동'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지만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잘못 들어온 것 아닌가'라는 착각이 들었다. 건물 1층에 들어서니 민원인을 위한 테이블 공간은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의 공간이 주요 정부 외청의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대전청사 민원동은 총 244억 원 사업비를 들여 청사 남동쪽 부지 7,300㎡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연면적 8,953㎡)로 건축됐다. 지난 3월 완공됐다. 4월 29일 조달청 조달등록센터 입주를 시작으로 지난 26일 특허청 특허심판원까지 입주를 마쳤다. 조달청, 병무청, 국가유산청, 산림청, 특허청 등 5개 외청의 사무실이 들어와 있다. 대전청사관리소 관계자는 “30년 전에 대전으로 이전 입주한 기관들의 사무공간 확보와 민원 관련 기관을 한데 모아 민원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신축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둘러보니 '민원 서비스 제공' 기능은 명분에 불과한 것으로 보였다. 5개 층(지하 1층 포함) 건물에서 민원인 공간은 1층의 통합안내실과 의자 13개가 놓여 있는 로비 정도였다. 7, 8명이 앉으면 꽉 찰 정도의 규모였다. 카페, 휴게실 등 편의시설도 없었다. 산림청을 방문했다는 한 민원인은 “면담을 요청한 공무원이 내려온다는데, 차 한잔 마실 공간이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원동은 대전청사의 ‘별관’이나 다름없다. 3층과 4층 2개 층을 특허청 특허심판원이 모두 차지했다. 2층은 조달청 교육장과 관련 부서의 물품보관실, 병무청의 병무민원상담소가 자리 잡았다. 입구에 '일반인 출입금지'라는 표지가 붙어 있는 이 상담소는 실제로는 병무청민원콜센터 직원 50여 명의 업무 공간이었다. 이 상담소 옆에 있는 ‘병무민원상담소 민원실’과 ‘병무민원상담소 회의실’도 민원인이 출입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5급 상당의 병무민원상담소장 공간은 규정(17㎡)의 배가 넘는 40㎡에 달했다.

대전청사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도 “민원동을 짓는다기에 그런 줄 알았는데, 그렇게 크게 지을 줄 몰랐고, 민원동에 배정된 주차장 면수가 477면이나 된다고 하니 사실상 직원들을 위한 공간으로 보는 게 맞다”며 “차라리 별관이라고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청사관리소는 부랴부랴 민원인 편의시설을 확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계획 단계에서부터 민원인 공간은 안중에 두지 않았던 만큼 쉽지 않아 보인다. 정윤한 대전청사관리소장은 “민원인 편의시설을 검토 중이지만 공간 부족으로 설치에 어려움이 있다”며 “77㎡ 규모의 ‘청사 휴게실’을 공동접견실 등 민원인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래픽 이지원 기자
민원동 입구에 설치된 민원동 층별 안내판. 민원인을 위한 공간은 없다시피 하다.
김완기 특허청장이 29일 대전 서구 정부대전청사에서 특허심판원 이전 기념 현판식을 진행한 후 관계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특허심판원을 마지막으로 민원동 입주 작업은 마무리됐다. 특허청 제공, 뉴시스

대전=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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