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 일파만파] 줄도산 위기인데…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응
"셀러 대신 티몬에 의무지워야"
티몬·위메프 정산·환불 지연 사태가 터진 지 일주일이 지난 29일, 큐텐그룹 오너 구영배 대표가 입장문을 내놨지만 판매자(셀러)들의 불안감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미정산 사태가 봉합되지 않으면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에게 물건을 공급하는 제조사, 중간 유통사들까지도 연쇄부도를 맞을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구 대표는 추상적인 입장만 내놨고, 대출지원 위주의 정부 지원책도 임시방편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다 구체적이면서 즉각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29일 오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린 '티몬 위메프 사태 피해 입점업체 피해사례 발표 및 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양창영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은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기업에 자산 등을 내놓을 수 있도록 요구하는 방안까지 내놓아야 한다. 이부분을 촉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앞서 구 대표가 정산·환불 지연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며 자신이 보유한 큐텐 지분 등 사재를 내놓겠다는 등의 입장을 내놨으나, 사재출연을 어떤식으로 진행해 언제까지 모두 정산한다는 것인지 구체적이지 않고, 내놓은 방안들이 모두 시일이 걸리는 것들이라 한시가 급한 판매자들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위메프·티몬에 직접적이고도 즉각적인 책임을 묻는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소상공인진흥공단을 통해 긴급경영자금 2000억원을 공급(정산지연액 또는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 한도 내에서 지원, 소진공 대출 한도 1억5000만원)과 신용보증기금·기업은행 협약 대출프로그램 신설 통해 3000억원 이상 공급 등의 지원책을 발표한 상태다.
김대형 중랑시장 상인회 회장은 "정부 지원책은 코로나 시기에 대출했던 것도 못 갚아, 폐업조차 못하는 상인들이 많은데, 또 대출로 어떻게 해보라는 얘기"라며 "이건 언발에 오줌누기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즉각적인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업체 대표로 나온 정보영 안액락 부장도 "경영안정자금, 저금리 대출 등은 사실 판매자들이 떠안을 게 아니고, 티몬·위메프한테 셀러들 정산해줄 돈을 대출해 줄 일이다. 상환 의무도 이들에게 지워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미정산 사태 장기화로 인해 중소상인들, 이들과 연결된 수많은 업체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지난해 100만명에 육박하는 사업자가 폐업을 신고한 상태다. 연간 폐업자 수를 보면, 2019년 92만2159명에서 2020년 89만5379명으로 줄었고, 2021년과 2022년 각각 88만5173명, 86만7292명으로 80만명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98만6487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번 사태로 사업자 줄폐업이 현실화하면 한국경제 자체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티몬·위메프에서 문구·생활잡화를 판매해 온 방기홍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협회 상임회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문구 업계에서도 5000만원 정도 피해보는 업체가 있다"면서 "티메프(티몬, 위메프)는 판매대금이 100일치가 플랫폼에 묶이게 되는 구조라 미정산 사태가 터지면 자금경색으로 인해 문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같은 업체가 부도가 나면 우리한테 제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자까지 연쇄 부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정부와 국회가 알아야 한다"면서 "정부가 대출자금을 지원해준다고 하는데, 실질적 지원이 되려면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대출자금을 회수하지 않아야 하고, 이자 부담은 이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티몬·위메프가 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늦기 전에 플랫폼으로 하여금 판매대금 정산 시기를 앞당기도록 하고, 에스크로 도입 등의 구체적인 개선책이 법제화 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홍민 한국통신판매자협회 대표는 "정산 주기를 줄여야, 설령 이런 사태가 터져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면서 "더불어 위메프·티몬이 지연된 정산대금을 모기업 큐텐의 기업 인수 비용으로 유용했는지, 판매자·고객 돈을 필요 자금 돌려막기식으로 썼는지 당국이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안진걸 민생연구소 소장은 "최소한 개인이 집을 살 때도 투기과열지역은 투기를막기 위해 구매 자금을 어디서 마련했는지를 물어본다"라며 "그런데도 당국은 인수자금도 없는 큐텐그룹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기업들을 마구잡이로 인수하도록 허용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3년 전 머지사태 때 근본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것이 이번 사태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위메프에 입점해 전통과자를 판매해 온 김대형 중랑시장상인회장은 "머지사태 때 정부가 대책을 강구한다고 했지만 어떤 대책도 없었다. 결국 이번 사태까지 이어졌다"면서 "현재 의류 판매상들은 큰 매장 하나가 송두리째 날라간 상황이다. 이렇게 제도가 미비한 상태에서 더 이상 어떤 플랫폼과 믿고 거래할 수 있겠나"고 토로했다.
특검 요구도 나왔다. 업체 명을 밝히지 않고 이 자리에 피해업체 대표로 참석한 A씨는 "큐텐, 티몬에선 7월 15일 전에도 상황을 알고 있었음에도 지난주 수요일까지도 판매자들에게 '이상 없다'고 해서 물건을 팔았다. 고의적 돈 빼돌리기가 의심된다"면서 "우린 티몬에서 월1000만원 매출 버는 작은 사이트였는데, 두달 사이에 티몬에서 1년간 발생하는 매출 넘게 매출이 나왔다. 역마진을 보면서 티몬이 매출을 만든 것인데 이걸 못 받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티몬에서 만든 매출 때문에 다른 플랫폼에서 판매할 물건도 없는 상태"라며 "티몬으로부턴 대금을 못받아 7월 부가세도 못내고 직원급여, 해외거래처 송금에도 문제가 생겼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도 위메프는 미정산 사태로 인해 도산 직전으로 내몰린 판매자들에게 광고비를 충전하라는 문자를 배포해 판매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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