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물에 잠긴 車 타고 수해 현장 찾아 ‘극대노’
주민 4200명 구조한 비행사들 격려
기관·간부에 "더 봐줄 수 없다" 분노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침수된 도로를 뚫고 홍수 피해가 발생한 압록강 인근 지역 찾은 가운데 유관기관 간부들을 질책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무더운 날씨 탓인지 상의 버튼을 모두 풀어헤친 인민복 차림으로 비행장 한가운데 놓인 의자 위에 앉아 비를 맞으며 대기했다. 또 군 지휘관들로부터 주민 상태와 구조 상황을 보고 받은 뒤 주민들을 구조한 헬리콥터가 비행장으로 복귀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날 김 위원장은 주민 4200여명을 구조한 비행사들에게 “반나절 남짓한 기간에 이렇게 많은 인민들을 구출한 것은 믿기 어려운 기적이고 공중구조전투의 산모범”이라고 격려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은 “군 비상 재해 위기 대응 지휘 조와 사회안전성이 초기에 파악한 재해위험지역 주민 수보다 군이 실제 구출한 주민 수가 훨씬 많아 구조 작업 중 혼선이 빚어졌다”며 “이들의 무책임성이 어느 정도로 엄중한 단계에 이르렀는가를 확실히 보여준다”고 꾸짖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홍수로 고립 위기에 처한 주민이 5000명이라고 밝혔다. 800명 정도 차이가 나는 이유는 헬리콥터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 구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김 위원장은 피해 예방에 실패한 국가기관과 지방 간부들을 질책했다. 김 위원장은 “인민의 생명 안전을 담보하고 철저히 보장해야 할 사회 안전기관의 무책임성, 비전투적인 자세를 더 이상 봐줄 수 없다”며 “주요 직제 일군들의 건달 사상과 요령 주의가 정말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자연재해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은 자연의 탓이라고 어쩔 수 없다고만 생각하며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재해방지사업에 확신을 가지고 달라붙지 않고 하늘만 바라보며 요행수를 바라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수해 현장 방문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조용원·박태성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동행했다. 현장에서는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강순남 국방상, 정경택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광혁 공군사령관 등이 김 위원장을 맞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가비상대책위원회, 재해방지기관 등 국가기관도 비판했다. 그는 “국가비상대책위원회도 형식뿐이지 제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재해방지기관은 구조 수단 하나 제대로 구비하지 못해 속수무책이었다”고 평가하며 이번 구조 작업에 군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가비상위기대책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여러 차례 폭우, 홍수, 태풍 피해 예방 대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찾은 평안북도를 포함해 자강도, 양강도의 압록강 인근 지역을 특급재해 비상 지역으로 선포했다. 또 내각과 위원회, 성, 중앙기관, 안전 및 무력기관에 피해 방지와 복구 사업 총동원령을 내렸다.
한편, 통일부는 북한의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구병삼 대변인은 “북한이 밝히지는 않았으나 홍수로 인한 인명 피해 가능성이 있다”며 “추후 동향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앞서 장마 전선의 영향으로 지난 25일 0시부터 28일 오전 5시까지 평안북도와 자강도에 폭우가 쏟아졌다. 이에 따라 원산에 617mm, 천마에 598mm 등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김형일 (ktripod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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