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사상 덜 돼먹은 자들"…김정은 고강도 간부 비판
강한 간부 비판에도 예전과 같은 숙청은 없어
사회안전망 부족 등 구조적 문제, 간부비판으로 책임전가
5천명 고립에 4200명 구조, 인명피해 가능성 배제못해
김정은, 정상국가 표방하면서도 군 의존도 더 심화
"국가 공무원으로서의 초보적인 도덕과 자격도 없는 덜돼먹은 자들", "일군들의 건달사상과 요령주의가 정말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더 이상 봐줄 수 없는 것은 바로 인민의 생명 안전을 담보하고 철저히 보장해야 할 사회안전기관의 무책임성, 비전투적인 자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삼지연시 건설과 압록강 홍수 피해 등과 관련해 간부들을 거칠게 질타한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12일 삼지연시 건설현장을 방문해 직무태만을 이유로 리순철 국가건설감독상, 박훈 경제부총리, 삼지연시 건설지휘부 준공검사위원회 관계자들, 건설부문 정치그룹담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 주요 간부들을 비판했다.
당시 비판 수위는 상당히 높았다. 김 위원장은 "(건설감독기관 부문) 일군들은 당 중앙과 정부의 요구와 지시, 경고를 귀 등으로도 듣지 않고 있다"며 "국가건설감독상 리순철은 준공검사를 시작한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삼지연시에 나가보지 않고 현지 지휘부 일군들에게만 방임해놓았으며, 전 국가건설감독성 부상이라는 자는 현지에 나와 틀고 앉아서는 무책임한 일본새로 허송세월하였는데 이들은 국가와 인민을 위해 복무하려는 관점이 전혀 없고 국가공무원으로서의 초보적인 도덕과 자격도 없는 덜 돼먹은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은의 고강도 비판은 보름 뒤인 27일과 28일 압록강 인근 신의주 홍수피해 현장에서도 반복됐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 현실로 드러난 바와 같이 재해방지기관들에서는 재난 시 이용할 필수구조수단들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구비해놓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앉아 있었으며, 하여 부득불 군대를 구조사업에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면서 "더 이상 봐줄 수 없는 것은 바로 인민의 생명안전을 담보하고 철저히 보장해야 할 사회 안전기관의 무책임성, 비전투적인 자세"라고 말했다.
특히 "군 비상재해 위기대응 지휘조와 사회 안전성에서는 재해위험지역의 주민 수조차 제대로 장악하지 못해 구조사업 때 일시 혼란을 조성하기도 했다"면서 "이들의 무책임성이 어느 정도로 엄중한 단계에 이르렀는가를 확실하게 보여 준다"고 비판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처럼 강한 질타에도 간부 처형 등 예전과 같은 숙청은 없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김덕훈 총리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안석간석지 수해현장에서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 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다", "내각총리의 무맥한 사업태도와 비뚤어진 관점" 등과 같은 직설적인 표현을 동원해 김 총리를 강력 비판했으나, 김덕훈 총리는 여전히 건재하다.
이에 김 위원장이 직무태만을 이유로 북한의 특정 부서, 특정 간부들을 지목해 비판하는 것은 이들 간부들의 기강을 잡고 성과를 압박하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집권초기와 달리 김정은의 권력이 공고화됐고 북한의 인력 풀도 제한된 상황에서 간부숙청보다는 공포감을 조성해 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간부들을 압박한다는 얘기이다.
여기에는 코로나19 방역과 수해 등 각종 위기에 대해 김정은의 '헌신적인 애민 리더십'을 강조하면서도 사회안전망 부족 등 북한의 구조적 문제점들은 간부들에 대한 직설적 비판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은 이번 신의주 등 압록강 수해 보도에서 5000명이 고립됐고 4200명을 구조했다고 하면서 나머지 주민 800명에 대한 구조와 생사 여부는 언급하지 않아 인명 피해가 크게 났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간부들이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구조이다 보니 군대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존도 커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의 부족문제를 국가기관과 당 간부의 기강해이로 책임을 전가하면서 믿을 것은 군대 투입 뿐 이라는 인식이 더 확고해진 상황"이라며 "김 위원장이 표면적으로는 당과 국가기관이 주도하는 정상국가를 표방하나 그의 의식 속에는 군부 의존도와 주도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적어도 오는 2026년 9차 당 대회를 앞두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성과를 압박하는 김정은의 간부 비판은 당분간 더 거칠어지고 군부 의존도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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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kh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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