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회사에 구상권?···보험도 없는 PG사 손실 떠안을듯
결제 구조·특약상 PG사가 티몬·위메프 부실 때 책임
법조계 “자본잠식 기업에 구상권? 의미없다”
티몬·위메프 정산지연 사태를 일으킨 부실기업 큐텐그룹의 피해가 금융업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당장 소비자 요구에 따라 무작정 환불에 응하고 있는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는 티몬·위메프 대신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구상권을 청구해도 자본잠식 기업에서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아 모든 책임이 PG사에 몰린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29일 티몬·위메프의 카드 결제 관련 11개 PG사 중 8곳(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NICE페이먼츠·다날·토스페이먼츠·NHNKCP·NHN페이코·스마트로)이 직접 카드결제 취소 요청을 접수·안내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3개 업체도 조만간 취소 업무를 재개하게 된다. 간편결제사들도 전날부터 소비자에게 환불하고 있고, 카드사 역시 지난 26일부터 이의제기 신청을 받아 티몬·위메프 소비자의 결제를 취소해주고 있다.
결제 후 물건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은 순차적으로 환불받을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PG 업계는 좌불안석이다. 일반적으로 티몬·위메프→PG사→카드사 순으로 진행되는 환불 절차가 티몬·위메프를 건너뛰고 처리되면서 받을 돈이 공중에 뜬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결제구조상 PG사가 모든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일시금 결제는 여신전문금융업법상 PG사가 카드사에 먼저 돈을 주고 결제취소를 요청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할부결제는 카드사가 자기 자본으로 취소 처리를 한 뒤 PG사에 구상권을 청구한다.
어떤 결제를 택했든 PG사가 티몬·위메프에 돈을 받아내야 한다는 의미다. PG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와 PG사가 계약을 맺을 때 체결하는 특약에서도 하위 가맹점에 문제가 생길 때 PG사가 책임지게 돼 있다”며 “티몬·위메프가 PG사에 든 지급보증보험도 없어 모든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도 “PG사가 돈을 못 받아 카드업계에 할부취소건 대금을 지불하지 못한다고 나올 수 있어 우리도 안심하긴 이르다”고 했다.
싱가포르 모회사에 대위변제 요구 힘들어
PG사들 “책임 분담하게 해달라” 요구
법조계에선 PG사가 구상권을 청구해도 돈을 받아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 티몬과 위메프 모두 현재 자본잠식 상태이며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이성우 변호사는 “구상권을 청구해 법원이 인용하더라도 두 회사의 유동성이 없고 자산도 없어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다”며 “티몬·위메프가 파산이나 회생을 하면 채권자 수만큼 재산을 배당하는데 이마저도 집행에 수 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모회사나 계열사에서 돈을 끌어오기도 쉽지 않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큐텐이 티몬·위메프에 지급보증을 섰거나 돈을 빌렸다는 기록이 있으면 대위변제를 말할 수 있는데 그런 관계가 없는 이상 돈을 돌려받을 수단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 싱가포르 본사는 지난 27일 보도자료에서 “큐텐 그룹 관계사의 정산 지연 사안과 큐익스프레스 사업은 직접적 관련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피해를 본 소비자들은 이날 큐텐의 구영배 대표 등을 경찰에 고소했지만 구 대표가 정산대금을 유용한 ‘횡령’ 혐의가 법원에서 유죄 확정이 나더라도, PG사를 비롯한 모든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기 위해선 수 년이 걸리는 민사소송을 거쳐야만 한다.
이에 PG사들은 카드사 등과의 책임 분담을 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당국은 PG업계 불만을 의식하면서도, 연쇄 부실에 이를 만큼 PG업계의 지불 여력이 낮다고 보진 않고 있다. 박상원 금감원 중소서민부원장보는 “11개 PG사는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이고 자본금이 2000억~3000억원 수준”이라며 “(PG사는) 여전법상으로 결제 취소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PG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보면 티몬·위메프에게 주어진 의무가 없었던 걸 알 수 있다”며 “플랫폼들이 지급보증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하거나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를 통해 정산 대금을 따로 관리하도록 강제했어야 했는데 그런게 없어 사단을 키웠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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