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알퍼의 영국통신] 막다른 골목 집이 좋아

2024. 7. 2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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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여행하다 보면 어떤 영어 교과서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컬드색(Cul-de-sac)' 또는 '클로즈(Close)'라는 표지판을 자주 마주치게 될 것이다.

클로즈라는 단어는 1066년 노르만이 잉글랜드를 침략한 직후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었고 이보다 최근에 전해진 컬드색 또한 자루의 바닥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그 기원이 어쨌거나 다른 길과 연결되지 않는 막다른 골목인 컬드색이 영국에 탄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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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가능한 막다른 길 '컬드색'
조용하고 안전한 주거지 각광
영국 다른 지역보다 20% 비싸
길퍼드 막다른 골목의 주택가. 블룸버그

영국을 여행하다 보면 어떤 영어 교과서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컬드색(Cul-de-sac)' 또는 '클로즈(Close)'라는 표지판을 자주 마주치게 될 것이다. 클로즈라는 단어는 1066년 노르만이 잉글랜드를 침략한 직후 프랑스어에서 유래되었고 이보다 최근에 전해진 컬드색 또한 자루의 바닥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이러한 단어의 사용은 노르만의 침략 후 잉글랜드에 얼마나 급격한 변화가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노르만은 자신들이 침략한 나라의 재정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부동산 매매 방식을 정비해 토지 개혁을 시행했고 컬드색을 전파한 것도 노르만으로 추정된다. 그 기원이 어쨌거나 다른 길과 연결되지 않는 막다른 골목인 컬드색이 영국에 탄생하게 되었다.

길이 존재하는 목적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위함이니 어떤 이들에게는 막다른 골목이 성가시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영국인들에게는 이런 성가심이 매력적이게 느껴진다. 원칙적으로 컬드색에는 골목에 거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택배기사나 방문객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골목 안으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 그래서 컬드색은 대체로 조용하고 차들도 천천히 다닌다.

젊은이들에게는 이런 골목이 따분할지도 모르지만 자녀가 있는 가족이나 노년층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안성맞춤이다. 영국에서 부동산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컬드색에 사는 사람들은 물건을 빌리거나 차 모임을 하는 등 이웃과 더 많은 교류를 한다고 한다. 또한 영국인들은 평균적으로 컬드색에 위치한 집을 구매하기 위해 20%를 더 지불할 의사가 있으며 번잡한 큰길가에 사는 사람들보다 컬드색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평범할 것 같은 컬드색이지만 사실 다사다난한 역사를 지녔다. 격자무늬처럼 반듯한 주택가 조성을 꿈꾸던 영국의 도시계획자들은 그들의 꿈을 망치는 컬드색을 처음부터 몹시 싫어했다. 1875년 전국적으로 영국의 오래된 타운들을 재정비하려던 계획의 일환으로 구불구불한 컬드색은 금지되었다.

그러나 불과 15년이 지난 후 조용한 주거지를 선호하는 주택 구매자들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다시 컬드색이 합법화되었다. 영국의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새로운 컬드색 금지 조항을 도입하면서 이에 저항했음에도 불구하고 1940년대에는 본격적인 컬드색 붐이 일어났고 부동산 개발자들은 수요에 의해 가능한 모든 곳에 컬드색을 조성해갔다.

2006년 정부는 새로운 도로계획권장안을 발표했는데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컬드색을 만드는 것을 '당장' 중단할 것을 완곡하게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빵의 어떤 쪽에 버터가 발려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컬드색에 위치한 주택은 20%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주택가에 비해 아스팔트, 파이프, 가로등에 할애하는 비용을 50% 가까이 줄일 수 있었다. 영국인들을 컬드색에서 떼어 놓으려는 노력은 결국 도시계획자들을 막다른 골목에 갇히게 했다.

[팀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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