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불 두 개 덮은 한반도...밤낮없는 폭염 언제까지?
[앵커]
연일 이어지는 찜통더위 속에 지난밤 강릉과 속초에서는 최저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초열대야가 나타났습니다.
더위를 몰고 오는 두 개의 고기압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기 때문인데,
당분간 폭염 장기화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입니다. 취재기자와 함께 더위 현황과 상황 알아보겠습니다.
김민경 기자 나와 있습니다.
우선 열대야부터 살펴보죠, 초열대야가 또 나타났다고요?
[기자]
밤사이 강릉과 속초에서 나타났습니다.
강릉은 지난 21일에 이어 두 번째, 속초는 올해 첫 초열대야인데요.
특히 속초는 밤사이 최저기온이 30.6도로 관측되면서 일 최저기온 역대 1위로, 가장 더운 밤으로 기록됐습니다.
[앵커]
열대야는 많이 들어봤는데, 초열대야는 다소 생소해요. 어떤 때를 말하는 건가요?
[기자]
열대야는 밤사이, 그러니까 당일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의 최저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때고요.
초열대야는 한 단계 위로, 최저기온이 30도 이상일 때를 말합니다.
초열대야는 일본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우리나라 기상청은 초열대야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열대야만 언급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는 왜 안 쓰는 건가요?
[기자]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히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이었기 때문인데요.
우리나라에서 열대야는 강원 동해안 지역, 특히 강릉에서 가장 많이 발생합니다.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지형효과로 인해 기온이 올라가는 '푄 현상'에 의해서 기온이 더 높아지기 때문인데요.
강릉에서 초열대야가 나타난 건 관측이 시작된 지난 1911년 이후 총 13번뿐입니다.
1942년 7월에 31.1도로 처음 나타난 뒤에 2008년에 한 번 발생했고, 나머지는 2010년 이후에 관측됐는데요.
주목할 점은 최근 3년 연속으로 나타났고, 올해만 벌써 두 차례 관측됐다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오늘은 속초에서도 나타났는데, 다른 지역에서도 종종 관측되나요?
[기자]
맞습니다. 밤사이 속초의 최저기온은 30.6도로 초열대야로 기록됐습니다.
속초에서는 지난 2018년 8월 4일에 최저기온이 30도를 기록하면서 나타난 뒤 이번이 처음인데요.
서울도 초열대야가 나타난 적이 있습니다.
서울도 역시 역대급 폭염으로 기록됐던 2018년에 나타났는데요.
지난 2018년 8월 1일과 2일, 최저기온이 30.3도와 4도를 기록하면서 이틀 연이어 관측됐습니다.
올해는 아직 강릉과 속초에서만 초열대야가 나타났지만, 8월에는 전국적으로도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초열대야는 강릉과 속초에서만 나타났고, 열대야는 전국 곳곳에서 발생했죠?
[기자]
서울 등 전국 25개 지역에서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를 넘으며 열대야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강릉은 지난 19일부터 10일째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고, 서울은 8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어제까지 전국의 평균 열대야 일수는 7일입니다.
같은 기간 역대급 더위로 기록됐던 2018년은 6일로, 올해가 하루 더 많습니다.
그만큼 더위의 기세가 더 빠르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겁니다.
[앵커]
낮 동안 폭염 상황도 살펴볼까요?
[기자]
네, 현재 강원 영동 일부와 제주 산간을 제외한 전국에 폭염 특보가 발령 중입니다.
경기 남부와 충청, 호남, 영남 등 내륙 대부분 폭염경보가 내려져 있고요.
서울은 닷새째 폭염경보가 이어지다가 오늘 오전 10시부터 폭염주의보로 완화됐습니다.
서울 하늘이 다른 지역보다 흐린데요, 구름이 강한 햇볕을 가려주는 천막 역할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습도는 높은 상태로, 경보 수준은 아니겠지만, 체감온도는 30도 이상으로 후덥지근하겠습니다.
[앵커]
그런데 요즘 왜 이렇게 더운 거에요?
[기자]
일기도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대기 상층 5에서 6km 부근의 일기도인데요.
북태평양 고기압이 우리나라를 완전히 뒤덮고 있습니다.
다른 일기도 하나 더 보겠습니다.
대기 상층 10에서 12km입니다.
더 높은 곳이죠.
이번에는 중국 북쪽에서부터 확장한 고기압이 한반도를 뒤덮었습니다.
그러니까 대기 중·하층은 남쪽에서 확장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대기 상층은 티베트 고원에서부터 뻗어서 나온 고온 건조한 고기압 영향으로 대기 전체가 더운 공기로 채워진 건데요.
쉽게 말하면 두꺼운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으면 숨이 막히지 않습니까, 한반도가 아주 두꺼운 이불을 두 개나 덮고 있는 겁니다.
[앵커]
아직 8월도 아닌데 이렇게 더우면 역대급 더위로 기록됐던 2018년의 폭염을 능가할 수도 있는 건가요?
[기자]
지난 2018년에는 홍천이 41도를 기록하며 역대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고, 서울도 39.6도로 111년 만에 가장 더웠습니다.
이렇게 역대급 더위로 기록됐던 건, 우선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일찍 강하게 발달하면서 장마가 일찍 종료됐고요.
또,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면서 한반도를 대기 상층부터 하층까지 완전히 뒤덮었습니다.
여기에 태풍이 한반도 부근으로 자주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가 한반도로 강하게 유입됐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 시기가 2018년보다 늦고, 장마도 아직 공식적으로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2018년보다 폭염이 강할 가능성은 크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기온과 해수 온도가 역대급으로 높은 상황이라, 변수는 존재합니다.
[앵커]
비 얘기도 해볼까요, 요즘 비가 한 번 쏟아지면 무섭게 쏟아지던데 이유가 뭔가요?
[기자]
영상 먼저 보실까요?
YTN에 제보된 영상입니다.
지난 7월 10일, 서울 잠실 부근에서 촬영한 동영상인데요.
전반적으로 구름이 껴있는 가운데, 북쪽 일부 지역에만 구름 기둥이 솟아있습니다.
또 다른 사진은 SNS에서 화제가 됐던 강원도 원주입니다.
연기가 하늘로 빨려 올라가는 것처럼 한 곳에서만 구름이 강하게 발달해 있어서 '송곳 폭우, 송곳 소나기'로 불렸는데요.
이게 소나기를 뿌리는 비구름입니다.
여름철에 자주 나타나는 현상인데, 강한 햇볕으로 달궈진 지면과 대기 상층의 찬 공기와의 온도 차이 때문에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구름이 수직으로 강하게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최근 이렇게 낮 동안 소나기가 강하게 내리면서 스콜 아니냐는 얘기도 많은데, 다른 건가요?
[기자]
요즘 우리나라에서 내리는 비는 스콜과는 발생 원리가 다릅니다.
스콜은 동남아시아 등 저위도, 아열대 기후에서 찬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낮 동안 햇볕으로 인해 뜨거워진 열기가 해소되는 단계에서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강한 비구름이 만들어져 내리는 건데요.
이 때문에 열기가 해소되고 나면 비구름이 사라지고 또 다음 날 열기가 쌓이면 오후에 또 비가 내리고 그치고를 반복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기 하층으로는 남쪽에서 따뜻한 공기가 계속 유입되는 가운데, 대기 상층에서도 찬 공기가 지속적으로 남하하고 있습니다.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부딪치면서 대기가 매우 불안정한 가운데, 낮 동안 달궈진 열기도 가세하면서 비구름이 더욱 강하게 발달하는 건데요.
긴 수건을 욕조에 흠뻑 적시고 세로로 세워둔 채로 아랫부분만 조금 비틀면 물이 얼마 안 나오겠죠, 이게 스콜이고요.
윗부분까지 전체적으로 비틀어 짜주면 물이 더 많이 나오는 것처럼 이게 상층의 찬 공기가 영향을 더해주는 우리나라 강수의 특징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장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아직 장마가 끝나지 않았다고요?
[기자]
장마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우리나라를 완전히 뒤덮으면서 정체전선을 위로 밀어 올리면 끝나는데요.
앞서 보신 것처럼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한 부근까지 확장한 상태로, 사실상 장마가 종료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상청은 아직 장마 종료와 관련된 기압계의 변수가 있다며 내일 브리핑을 통해 공식적인 입장을 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YTN 김민경 (kimmink@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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