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인터뷰] 씨엔블루X우버월드 “합동공연 계속하고파…더 많은 밴드 합류 기대”
일본의 인기 밴드 우버월드의 보컬 타쿠야는 좋아하는 한국 가수가 있느냐는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뉴진스’라고 답했다.
물론 뉴진스를 좋아하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일본의 정상급 밴드로 꼽히는 그가 K팝 그룹을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다소 의외긴 했다.
이에 취재진들 사이에서 살짝 웃음이 터져 나오자, 타쿠야는 “미국에서 테일러 스위프트처럼 너무 대중적인 가수를 좋아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놀리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뉴진스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런 느낌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타쿠야와 우버월드의 큰 특징을 한 가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들은 음악에 대한 편견이 없었다.
가능한 많은 음악을 듣고 또 좋은 음악은 순수하게 좋다고 말할 수 있는 태도. 당연한 소리 같지만, 이는 의외로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결국 이는 명확한 자기 주관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그렇기 때문에 우버월드는 씨엔블루가 합동공연을 하자고 제안했을 때 조금의 고민도 없이 단숨에 이를 받아들였다.
이 역시 우버월드에게 씨엔블루는 ‘좋은 음악을 하는 좋은 밴드’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의기투합한 우버월드와 씨엔블루는 지난 6월 15일 일본 가나가와현 피아 아레나에서 먼저 합동공연을 펼쳐 보였고, 그 열기를 이어 지난 27일에는 서울 성북구 화정체육관에서 ‘우버월드&씨엔블루 서머 라이브 인 재팬 앤드 코리아 언리미티드 챌린지(UVERworld&CNBLUE SUMMER LIVE IN JAPAN and KOREA UNLIMITED CHALLENGE)’를 선보였다.
또 이에 앞선 2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FNC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는 씨엔블루의 정용화와 우버월드의 타쿠야, 신타로가 참석한 가운데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 역시 가장 먼저 관심을 모은 부분은 과연 어떻게 둘의 합동공연이 성사됐느냐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생각보다 훨씬 손쉽고 흔쾌하게 이루어졌다.
정용화는 “콘서트에 게스트로 나간 적이 있어서 만났을 때, 타쿠야가 밥 한번 같이 먹자고 해서 자리를 했는데 대화가 너무 잘 통했다. 서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 그때 내가 밀가루를 안 먹을 때였는데, 타쿠야도 그때 같이 글루텐프리를 시켜서 먹을 정도였다. 대화도 잘 통하고 라이브 하는 게 너무 잘 맞아서 똑같은 마음가짐이었다. 그 뒤로 계속 연락하다가 공연 한 번 같이 하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그 자리에서 바로 하자고 하더라. 그래서 진짜로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타쿠야 역시 “씨엔블루가 일본에서 공연할 때 보러 갔는데, 좋은 밴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같이 공연을 하자고 했을 때 덥석 물었고 바로 시작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성사된 첫 합동공연은 일본에서 먼저 개최됐다. 그렇다면 첫 합동공연을 한 이후의 소감은 어땠는지 궁금했다.
이에 정용화는 “나는 진짜 열심히 했다. 공연이 끝나고 ‘너무 잘했다’라고 스스로 생각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리고 내려와서 (우버월드의) 공연을 보는데, 너무 잘하더라. 진짜 잘한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끝까지 했다. 짜임새가 있어서 (나와 씨엔블루도)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당시의 소감을 털어놓았다.
또 타쿠야는 “씨엔블루의 공연이 끝나고 다음에 공연을 했다. 그들의 라이브를 보고 나서 무대에 오르는 거라 좋은 의미로 긴장을 했다. 양쪽의 팬들이 서로의 노래를 잘 받아주더라. 같이 합동공연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더불어 이들은 서로가 가진 장점과 매력에 대해서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타쿠야는 “(씨엔블루는) 세계에서도 통할만큼 레벨이 높다. 또 노래가 좋다. 3인이 다 잘생겼다. 라이브 퍼포먼스 때 나도 격렬하게 하는 편인데, 나보다도 더 격렬하다. 몸 전체로 퍼포먼스를 해서 존경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하면 야단맞을지 모르겠지만, 일본의 밴드는 외모에 별로 신경을 안 쓴다. 허름한 옷을 입고 노래하는 경향이 있는데, (씨엔블루라는) 이렇게 아름다운 밴드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또 정용화는 “우버월드는 퍼포먼스도 멋있지만, 무대 전체 연출이 엄청나다. 나는 밴드로서 할 수 있는 연출이 많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우버월드는 전체적인 무대 세트나 전광판의 영상들, 가사들, 전달하고 싶은 부분에 가사를 강조하고, 음악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강하더라. 그런 부분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에너지가 너무 강력하다. 멘트를 전하는 방식이나, 그런 부분에서 나도 자극을 받았다. 콘서트를 보고 너무 놀랐다. 멘트 하나하나와 곡의 연결이 너무 색달랐다. 엄청나게 쇼크를 받았다. 그날 이후 멤버들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많이 배웠다”라고 우버월드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정용화의 극찬이 전혀 과하지 않은 것이, 우버월드는 실제로 지난해 일본 최대 규모의 공연장이라는 닛산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그만큼 최정상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팀이자, 탄탄한 팬층을 자랑한다.
이에 닛산 스타디움 공연의 소회를 요청하자 타쿠야는 “도쿄돔에서 라이브를 하고, 코로나가 발생했다. 공연장의 크기와 상관없이 라이브를 할 수가 없었다. 코로나 이후 어디서 어떤 라이브를 하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코로나 때 우리를 볼 수 없었던 팬들과 함께 공연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떠올린 것이 닛산 스타디움이다. 무도관이 1만 명 정도 규모인데, 거기서 콘서트를 할 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기다리던 팬이 몇 만 명이었다. 그 사람을 다 모을 수 있는 곳이 스타디움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우버월드의 엄청난 팬층을 인증했다.
또 이를 듣던 정용화는 “나는 정말 도쿄돔 공연을 하고 싶었다. 도쿄돔에서 공연하기 전에는 다른 도쿄도 공연도 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살았는데, 작년에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도쿄돔 공연을 하더라. 그때 그걸 보고 나니까 다시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요즘엔 기운몰리고 있는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더해 우버월드가 정말로 대단한 점은 단순히 큰 공연장에서의 공연만 고집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버월드는 전국투어를 돌며 중소 규모의 지방 소극장에서도 꾸준히 공연을 개최하며 팬들과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타쿠야는 “우리가 공연을 너무 좋아한다. 메이저로 데뷔하기 전에 밴드를 구성하고 직접 티켓을 직접 팔러 다녔다. 그때의 그 재미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물론 지금은 큰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것이 더 좋긴 하다. 그래도 작은 라이브 하우스 공연도 여전히 재미있다. 계속 이어갈 것이다”라고 약속했다.
정용화도 타쿠야의 말에 감명을 받은 듯 “이런 게 정말 부럽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우버월드정도의 밴드면) 큰 공연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1년에 절반 이상이 (규모와 관계없이) 공연이다. 공연장이 많은 것도 부럽다. 작은 공연장, 중간 고연장, 큰 공연장이 너무 많다. 우리나라도 이런 공연장이 많았으면 좋겠다. 공연장 잡기도 너무 어렵고, 더 많은 사이즈의 공연장이 생겼으면 좋겠다. 한때는 정말로 공연장을 직접 차리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일본의 여러 공연장을 보며 이런 곳에서 라이브를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고 덧붙이며 일본의 공연 문화에 부러움을 드러냈다.
물론 그렇다고 그저 부러워만하고 있을 생각은 아니다. 씨엔블루는 이번 합동공연을 계기로 더욱 많은 밴드와 교류하며 차츰차츰 한일 양국의 밴드 신의 동반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었다.
정용화는 “이번 계기를 통해서 더 많은 교류가 있고, 더 많은 한국과 일본의 멋진 밴드의 이름을 알리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씨엔블루가 십몇 년 동안 투어와 단독공연만 했다. 그러다 작년부터 페스티벌도 나가고 대학축제도 나가고 있는데, 페스티벌도 특별하고 합동공연도 또 의미가 다르다. 우리에게도 좋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합동공연을)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타쿠야는 “우리가 합동공연을 처음 하는데, 우버월드 팬들이 이런 좋은 밴드를 모른다는 게 너무 아까웠다. 작은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것도 좋지만,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해) 끙끙 앓을 정도로 부담감을 주는 엄청나게 큰 공연장에서 합동공연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거들어 이들의 합동공연이 정례화 되기를 기대케 했다.
전망은 밝다. 씨엔블루와 우버월드 모두 합동공연에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꾸준히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도 이 둘은 공연을 하는 것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즐긴다.
정용화는 “공연할 때는 20대 청춘으로 돌아가는 느낌이 있다. 예전에 공연 직전에 장염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밴드 반주를 들으니까 아픈 것도 기억 안 나고 젊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듣는 사람도 MR로 하는 것과 실제 연주를 들었을 때 가 확실히 다를 거다. 아무것도 모르고 러프하게 살던 때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내가 아무걱정 안하고 사는 그때로 돌아가는 기분이 있다. 그래서 좀 더 젊은 층들이 좋아해 주지 않나 싶다. 또 나이 든 분들도 밴드 음악을 들으면 젊은 시절로 돌아가는 듯 그런 느낌이 있다”라고 공연장에서만 전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강조했다.
이어 타쿠야도 “지금 일본의 밴드는 거의 나와 친구들이다. 또 록페스티벌에 가면 다 아는 사람이나 선후배다. 그런데 나는 공연장에 도착하면 그들과 인사도 안 하고 마주치지도 않는다. 아티스트에게 제공되는 뷔페도 안 간다. 나는 인생을 걸고 공연을 한다. 무대 하나하나의 무게를 크게 받아들인다. 우리 팬들도 이런 걸 알고 인생을 걸고 들어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공연에는 우리만의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여 우버월드는 공연장에서 그 진가가 발휘된다고 알렸다.
끝으로 신타로는 “무대에서의 어떤 흐름과 박자에 맞춰 연주할 때 쾌감이 있다. 내 소리가 멤버와 잘 맞을 때 기분이 좋다. 또 나는 드러머이기에 뒤에서 공연을 보고 있다. 뒤에서 멤버들이 즐거워하는 뒷모습을 봤을 때 행복하다”라고 덧붙여, 어떤 무대든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연장에서 팬과 만나기를 고대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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